‘프랭크 게리의 스케치’는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연출을 맡았던 시드니 폴락(Sydney Pollack) 감독이 작고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이다. 이 다큐영화가 현대 건축의 거장인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건축 유산을 장대하게 조명할 것으로 기대한 이들이 적지 않겠지만, 실은 대부분의 촬영은 게리의 스튜디오와 사무실에서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게리의 직원들과 동업자들이 폴락의 인터뷰에 응하고 심지어 그는 게리의 내면 세계를 알아보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까지 찾는다. 세계 도처에 세워진 상식을 뛰어넘는 게리의 건축물들을 80분 남짓한 영상으로 보여줘도 시원치 않을 판에 촬영마저 특별한 기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현장 스케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불편한’ 다큐영화가 갈수록 흥미로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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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점>의 미우라 아야코, 그녀를 사랑한 영혼의 단짝 미우라 미쓰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위한 염려가 아니라 ‘사랑’으로 사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톨스토이의 고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는 신은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자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이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알게 하셨고, 결국 사람들은 자신을 염려하며 돌봄으로 살 수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오직 사랑으로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다른 사람을 위한 희생이기보다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감정으로 해석되는 시대 속에 과연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자문하게 되는 요즘, 지고지순한 사랑을 남긴 한 부부의 이야기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소설 ‘빙점’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작가 미우라 아야코는. 2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폐결핵과 척추질병으로
하나님의 드러머, 황정관 교수를 만나다
9월호에는 하나님의 드러머, 황정관 교수를 만나 그의 사람 속에 드러난 비앤알 스토리를 들어 보았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 인터뷰로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께요. 저는 드럼을 연주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황정관입니다. 겸임교수로 백석예대, 명지대에 출강하고 있고 서경대, 경희대등에서 실용음악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드럼을 전혀 칠 줄 모르던 시골 청년 Q 드럼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요즘에는 유투브나 온라인 강의가 발달되어 있지만 예전에는 드럼을 배우는 게 쉽진 않았을 거 같아요. 저희 시대에 경배와 찬양이 유명하던 때라 제가 다니는 교회가 시골교회였는데도 교회에 드럼이 있었어요. 중 1때 전도사님의
어쩌면 영원히
서른을 앞둔 어느 봄날 도쿄의 진구 야구장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던 중 문득 ‘나도 소설이란 걸 쓸 수 있겠다’라는 결심을 굳혔던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5년 전 어느 여름날 서울의 잠실 야구장을 찾은 나에게도 무언가 뚜렷한 결심이 서는 순간이 찾아올까 기대했지만 그런 기적 같은 일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나는 하루키도 그의 작품에 소재로 삼고 싶어 탐낼 만한 두 사람을 그날 잠실 야구장에서 발견했다. 그리고 번갈아 그들을 눈여겨 보았다. 무더운 낮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토요일 저녁 관람석을 가득 메운 야구팬들의 태도와는 어딘가 결이 다르게 느껴졌던 두 사람, 내겐 그들이 명문 야구팀들의 경기보다
잠을 자야 사는 존재에 대한 묵상
인간은 왜 잠을 자야만 할까? 잠을 잔다는 것은 살아있으면서 죽음을 체험하는 것과 같다. 큰 힘을 자랑하던 삼손도 잠에 들었다가 머리카락을 잘렸고, 인간은 잠을 잘 때 아무것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제우스의 아들인 페르세우스도 메두사가 잠들었을 때 목을 베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하나님이 인간을 만들 때 잠을 자도록 만든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잠을 자지 않고 일을 한다면, 세상은 더 발전하지 않았냐는 의문이 예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인간은 인생의 1/3을 잠을 자야 산다. 인간이 무저항 상태로 마치 갓난아기처럼 자신을 온전히 잠 가운데 내어 맡긴 것은 인간이 스스로 자랑하지 말고
베이비 박스의 주사랑 공동체, 이종락 목사
7월호 Bnr이 만난 사람은 우리나라에 베이비박스 사역을 처음 시작하신 주사랑공동체의 이종락 목사님입니다. 장애인 공동체 사역으로 시작해서 베이비박스까지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분의 삶 속에 있는 비앤알 스토리를 만나보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목사님.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주사랑공동체’의 대표적인 활동(사역)으로 베이비박스가 알려져 있는데요. 베이비박스가 생소하신 분께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릴께요. 어떤 분들은 베이비 박스라고 하니까 아이들 용품을 갖다 놓는 곳인가보다 하고 용품을 갖다 놓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 베이비박스는 아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곳이에요 쓰레기통에, 비닐에 쌓여,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찮게 버려지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베이비박스란? 베이비박스(babybox)는부득이한사정으로아기를키울수없는산모가작은철체상자안에아기를두고갈수있도록만든것으로유기되는아이들의안전을위해만들어졌다. Q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기도 하고
‘(세상 누구보다도 당신을 잘 알고 있는) 가족입니다’
나이가 들면 누군가의 아픔을 이해하는 넉넉함이, 누군가의 부족함을 채워줄 지혜가, 누군가의 실수를 넘어가줄 이해심이 더 생길 줄 알았는데 실제 나이가 드니 오히려 자신이 살아온 시간이 고집이 되고, 내가 되고, 그래서 더 누군가를 이해하거나 돌보아줄 힘이 없어질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과 시간들이 참으로 안타까울 때가 있다. 어찌보면 가장 이해해야 하고 사랑해야 하고,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할 가족을 때론 친구나 회사동료보다 더 모를 때가 있다. 아니 더 무심할 때가 있다. 생각해보면 내가 그랬던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은 참 성격이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러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두 분이
그 여자의 신발
또각또각 울려 퍼지는 발자국 소리. 광장 곳곳에 흩어져있던 사진가들의 촉수가 일제히 발자국 소리를 따라 예민해진다. 셔터 버튼 주위를 맴돌던 내 검지손가락의 끝자락도 언제든 힘이 들어갈 기세로 발자국 소리의 주인공이 시야에 나타나길 기다린다. 특종이 될 만한 소재를 되레 평범한 일상처럼 만나게 되는 곳, 이곳은 바로 뉴욕 패션위크(Fashion Week) 현장이다. 차고 넘치는 아이디어와 감성으로 무장한 세계 각국의 멋쟁이들은 이곳을 향한 대중의 시선에 쾌감을 더한다. 타고난 심미안을 가진 이 멋쟁이들은 저마다 독창적인 스타일을 선보이기 위해 완벽에 가까운 핏fit을 고집하고 강박적으로 자신의 차림새에 집착한다. 그러나 수년간 이들의 매력을 사진에 담아온 나는 더 이상 이들의 몸에
거기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구경선 작가는 어렸을 때 앓은 열병으로 청각장애인이 되었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그림을 그리던 그녀는 큰 귀를 가진 토끼 ‘베니’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 2013년에는 망막 색소변성증(시야가 좁아지며 결국 시력을 잃게 되는 병) 진단을 받고 또 한 번의 큰 절망을 겪었다. 소리를 잃고 빛까지 잃어가는 그녀이지만, 시력이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적극적으로 살아내기로 마음 먹고 여행길에 나선다. 식사를 기분 좋게 마친 후에, 덥지도 춥지도 않은 기분 좋은 바람을 느끼며 걷고 있는데 어떤 할머니가 저에게 불쑥 말을 거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 들어서 제가 청각장애인이라고 했어요. 그러자 할머니가 자신의 폰을 주섬주섬 꺼내서
초롱이와 하나님의 김초롱 작가 인터뷰
목회자의 자녀였지만 우울증으로 고통받다 하나님을 만나 기독교 웹툰작가로 활동하는 김초롱 작가를 만나 그녀의 삶에 드러난 비앤알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작가님. 만나뵙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릴께요. 간단히 말하면 기독교 웹툰작가라고 소개할 수 있겠네요. 웹툰작가이긴 하지만 네이버나 다음 같은 회사에 소속되어있는 작가는 아니고 제 개인 SNS를 통해서 웹툰을 연재하고 있어요. Q ’초롱이와 하나님’ 웹툰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너무 잘 보고 있어요. 캐릭터가 귀엽기도 하면서도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신앙적 고민, 말씀들이 진지하면서도 진솔하게 풀어져 있는것 같아요. 처음에 웹툰을 그리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제가 목사님 딸로 자랐지만 25살에 예수님을 진짜 만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