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유난히 파랗던 아침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를 나서던 길이었는데 거리의 시민들이 걸음을 멈추고 마치 정지된 화면처럼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상층부가 화염에 휩싸여 불타고 있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초대형 화재현장을 보게 된 적도 처음인데다 미국의 경제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에서 일어난 일이라 주변 상황이 여간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당국의 발표로 이것이 한 테러단체의 소행으로 알려졌고, 내가 서있던 자리에서 불과 몇 블록 안 떨어진 그곳에서도 쾌청한 가을 아침을 마주했었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예고없이 곁을 떠나면서 도시는 돌연 초상집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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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타심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누구는 세상에 다른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아간다. 누구는 다른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며, 누구는 자신이 죽음에 이를지라도 다른 사람을 살리려고 한다. 인간의 이기심과 이타심 그 사이에 무엇이 있길래 사람은 이렇게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걸까? 최근에 나오는 흉측한 범죄들, 차마 상상하기도 두려운 범죄들을 보면 인간의 이기심의 끝은 어디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 어린 아이를 강간하고 죽이기도 하고 전자발찌를 끊고 돈을 빌려준 사람을 찾아가 죽이는 범죄 앞에 인간의 존재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근대 지리학의 창시자이자 자연과학자인
커피랑도서관의 장덕성 대표를 만나다
전국에 120여개에 달하는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커피랑도서관’의 장덕성 대표를 만나 그의 삶에 드러난 B&R을 이야기해보았다. Q 인터뷰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커피랑도서관’ 은 어떤 공간인지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커피랑 도서관은 24시간 찬양이 나오는 곳이에요. 120개 전 매장에서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찬양이 계속 나와요 저는 2010년부터 교회에 다녔는데 제가 사업을 하다가 그만두게 되는 큰 일이 있었어서 찬양을 들어야지 살수 있게 되었어요. 잘 때도 운전할 때도 찬양을 안틀면 견디기 어렵더라구요. 또 나같은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일터에서도 찬양을 틀자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찬양이 나오는 데서 책도 보고, 업무도 하면서 야이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사랑하는 내 딸 애썼다
21세기에는 ‘웰빙’이라는 단어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 들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와 관련된 건강식품과 음식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정신질환도 미디어에서 다루는 빈도가 늘어나고 최근에는 TV에서 연예인들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고백하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러나 막상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나 가족에게 정신질환이 찾아오면 그 일을 쉬쉬하거나 부끄러운 일로 여긴다. 신앙인들은 이런 경우에 자책감으로 두 배의 고통을 겪기도 한다. ‘사랑하는 내 딸, 애썼다” 의 저자인 정신과 의사 한혜성 원장은 우울증을 비롯한 불안, 공황장애는 신앙과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과 몸이 아픈 것임을 강조하며, 치료에 전념하면 회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통의 밤을
Not Quite My Tempo!
하루는 키르키즈스탄의 무척 외진 산골에서 마땅한 숙소를 찾지 못해 한 민가에서 하룻밤 신세를 진 적이 있다. 길손을 귀하게 여긴다는 이 나라 유목민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가는 집주인과 그의 가족은 불쑥 도움을 청한 낯선 이방인을 살갑게 대접해 주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이 되자 어디선가 탄식 섞인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집안을 둘러보니 교복을 차려입은 주인집 딸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는데 언니가 만진 머리모양이 영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곧이어 바깥에선 어깨에 책가방을 둘러멘 오빠가 늦었다며 투덜투덜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여름과 함께 제주도의 집 근처 길모퉁이에 수국이 활짝 폈다. 한 엄마는 미소를 머금은 아이들을 그 앞에 모아놓고 스마트폰
지금 당신을 견디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미국 중서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벼과 식물인 포아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황무지나 길가에 피어있는 키가 50cm에 불과한 이 잡초는 척박한 땅에서도 죽지않고 잘 자랍니다. 왜 그럴까요? 미국에서 발견된 가장 긴 포아풀의 뿌리는 600km가 넘는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가 약 400km이니 이 작은 풀의 뿌리가 얼마나 긴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겉모습만 봅니다. 하지만 어렵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우리를 견디고 살리게 해주는 것은 화려한 외양이 아니라 땅 속 깊이 뿌리박은 내면에 있습니다. 우리를 돋보이게 해주는 겉모습을 내려 놓고 나 자신의 내면을 가꾸는 B&R의 삶을 이 작은 포아풀에서 배웁니다. 글.
밥 사주는 목사, 집 밖 청소년 사역자 이요셉 목사
거리의 청소년, 집 밖의 청소년, 위기 청소년들 아빠 처럼 먹이는 목사님으로 알려진 이요셉 목사를 만나 그의 삶에 드러난 비앤알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Q. ‘양떼커뮤니티’ 라는 단체 이름이 예쁘면서도 독특한데요 이름에 담긴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양떼커뮤니티’ 라는 이름을 정하고 시작한 건 아니고 저희들끼리 부르다가 생긴 이름이에요. 양떼라는 이름은 ‘양아치떼’의 줄임말인데(웃음) 양아치들이 떼거지로 모여서 예배하니까 양떼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양떼’라는 것이 이중적 의미가 있잖아요. 예수님이 목자이시고 성도가 양이라는 의미도 있어서 저희끼리 부르다가 이름이 정해진거죠. Q. 위기 청소년 사역을 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지방에 있다가 서울에 2백명 정도 성도가 있는 교회에서 전임전도사가 되었어요.
혼자 선다는 것
코로나로 인해 할 수 있는 운동이 많이 없다 보니 요즘 인기가 있는 자전거 타기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아주 어렸을 때 두 세번 타본 게 전부인 자전거. 과연 내가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처음에는 낯설고 무섭던 매일 연습하다 보니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자전거는 아무 외부 동력이 없이 온전히 다리 힘만으로 움직이며 운동도 되지만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차로 다니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풍경도 자전거로 달리다 보면 다 내 앞으로 옆으로 다가와 인사를 하는듯 했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다 보니 자전거라는 게 사실 배우기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영화, 언플랜드(Unplanned)를 보고 느낀 생명 존중의 정신
미국 최대 낙태 클리닉 가족계획연맹에서 8년간 일해 온 ‘애비’, 낙태 경험자로서 자신과 비슷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여성들을 돕는다는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해 일한다. 하지만 8년 동안 한번도목격하지 않았던 낙태 수술을 처음으로 목격한 날, 그녀의 신념은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우연한 계기로 가족계획연맹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애비는 건물 바깥에서 낙태 반대운동을 하는 생명운동가 메릴리사를 만난다. 연맹에서 벌어지는 낙태를 왜 하면 안되는지 설명하려는 메릴리사를 향해 애비는 자신 또한 낙태를 경험했다 말하며 낙태를 막는 시위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반박한다. “사실 저도 낙태를 한 적이 있어요. 다른 여성이 같은 선택을 한데도 저에겐
그놈의 ㅇㅇㅇ
“엄마! 내 데이터(Data) 쓰면 안 돼~ 절대로!” “얘, 너 데이터 엄청 많잖아. 엄마 꺼 지금 안되니까 네 꺼 좀 쓰자” 지난 여름 집에서 가까운 바닷가를 찾아 산책을 하던 중 귓가를 스친 한 모녀의 대화 중 일부다. 다섯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아이가 어찌나 태연하게 데이터란 용어를 쓰던지 내심 당황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하긴 게임을 좋아하는 내 조카들도 만날 때마다 그놈의 데이터란 것이 다 소진되었다며 늘 울상이고, 날마다 ‘일용할 데이터’를 아껴쓰겠노라 다짐한 중학생 딸과 그녀의 친구들은 가는 곳마다 동냥하듯 무료 와이파이(Wi-Fi) 망부터 있는지 살펴보기 일쑤다. 나 역시도 문득 ‘고객님의 데이터가 ㅇㅇMB 남았습니다’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