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시간, 제대로 된 가구 하나 없는 초라한 집에서 작은 불빛에 의지하여 저녁을 먹는 농부들의 모습. 고된 농사일로 주름 가득한 얼굴과 거칠어진 손. 그러나 그들의 식탁에는 추수한 감자와 차가 전부인듯 하다. 등잔에서 나오는 불빛은 겨우 서로의 얼굴과 음식을 비추어줄 뿐이지만 식탁에 앉은 사람 수에 맞춰 차를 따르고 서로에게 감자를 권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소박한 희망이 느껴진다. 당시에 화가 반 랍파르트는 지저분한 색깔을 사용한 이 그림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흐는 그때까지 그린 자신의 그림 가운데 이 그림이 최고의 작품이라고 자부했다. 이 작품을 완성하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여동생에게 “감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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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 복이 와요
노인의 하나 남은 이가 유독 반짝인다. 그가 지켜 온 마지막 자존심처럼. 그 이에 비치는 노인의 속마음을 슬쩍 물어보니 뻣뻣한 수염처럼 굳었던 얼굴에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한평생 해로한 부인을 곁에 두고 차마 눈도 못 뜰 지경이다. 노인의 웃음에서 퍼지는 열기가 먼발치 텐산의 만년설 마저 녹아내릴 기세다. 덩달아 부인의 머쓱한 표정에도 스멀스멀 웃음꽃이 피어 오른다. 마치 노인의 빠진 이들을 모은 전리품 마냥 그녀가 두른 진주 목걸이에 알알이 남모를 사연이 담긴 것만 같다. 끝내 노인은 답을 피한다. 대신 부인의 눈빛으로 평생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노인의 속사정을 짐작해볼 뿐이다. 언젠가 한 방송에서 웃음을
청소년 미혼모와 함께 하는 위드맘(Withmom) 이효천 대표
미혼모들의 천사로 불리우는 이효천 대표. 국제리더십 연구협회(고신) 파송 국내 선교사로 ‘위드맘한가정지원센터’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 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 가족학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이효천 대표를 만나서 그의 삶의 스토리와 B&R을 들어보았다. 미혼모와 함께 하는 위드맘 Q 이효천 대표님 안녕하세요. 인터뷰 섭외가 쉽지 않았지만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 A 죄송합니다. 저희 단체 특성상 연말이 되면 많은 언론사에서 인터뷰를 하려고 해요. 이번에는 다 거절하려고 했는데 B&R 매거진의 뜻이 좋아서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Q 위드맘한가정지원센터(이하 위드맘)는 어떤 곳인가요? A 이 곳은 17세에서 24세 청소년미혼모들의 긴급거주지 제공을 하고 그 후 자립까지의 과정을 돕는 곳입니다.
너무나도 특별한 선물, 크리스마스
1960년대, 미국의 한 신학교에서 졸업식이 열렸다. 남편의 졸업식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여인은 제대로 된 옷 한벌 해입지 못했다.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던 그녀는 조금은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교육에 꿈이 있던 그녀는 훗날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 배출될 신학생 부인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제대로 된 옷 한벌씩을 꼭 선사하리라 꿈을 꾸었다. 그리고 약 50여년의 시간이 지나, 그 부부는 2003년도에 미국의 6대 신학교로 손꼽히는 텍사스의 남서침례신학교(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의 8대 총장과 퍼스트레이디로 취임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젊은 날에 마음에 품었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많은 행사에 참여해 펀드레이징(fund raising)을 하고 “드레스드 포
라피도포라, 식물의 자기희생
희생의 가치를 보여주는 라피도포라 ‘자기희생(self sacrifice)’을 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남을 돕기 위해 소유하고 싶은 것이나 지키고자 하는 것을 포기하는 행동 the act of giving up something that you want to have or keep in order to help someone else (출처: 미리엄 웹스터 사전) 자기희생은 보통 사람이나 동물의 모성애에서 찾을 수 있지만 그 고정관념을 깨는 식물이 여기 있다. 라피도포라는 열대 아프리카 지역에서 자라는 덩굴식물의 한 종류이다. 밀림에서 식물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극한의 생존경쟁을 한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우거진 숲 속에서 광합성을 해야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피도포라에게는 다른 식물과는
가장 소중한 이름, 가족. 화가 이중섭
이중섭은 6.25 동란 때 제주도로 피난 왔던 1년 여를 서귀포 변두리 마을 이장 송씨 집에 머물렀다. 1.3평의 골방에 그릇, 수저, 이불을 송씨에게 빌려 가난한 살림을 시작했다. 가족 수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식량으로 온 가족이 바다에 나가 게를 잡거나 해초를 뜯어 끼니를 연명했다고 한다 훗날 이남덕 여사(이중섭 화가의 부인)는 이 때를 ‘힘겨웠지만 가족이 함께 모여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회고했다. 남편과 아내, 두명의 아들이 발 뻗고 눕기에도 좁은 단칸방에서 지냈던 이 서귀포 시절을 이중섭은 평생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추억하며 그리워했다. 나중에 가족들이 일본으로 떠나고 홀로 고국에 남아 골방에서 맨밥과 간장으로 끼니를 때우며
삶의 멜로디
며칠째 손가락 끝이 아치 쉡(Archie Shepp)의 Cry Me a River를 반복해서 클릭하고 있다. 곡의 초반부터 두툼하게 밀려오는 아치 쉡의 테너색소폰 연주는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즉흥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에스프레소의 잔의 마지막 커피 한 방울까지 입 속에 털어 넣어야 개운한 것처럼 어떤 음 하나도 그의 연주에서 헛되게 쓰여짐이 없다. 그가 70세에 이르러 녹음한 이 연주는 반세기 전 이 곡이 처음 나왔을 당시 이미 유명세를 탄 뮤지션의 그것 보다 훨씬 더 큰 울림이 있다. 아마도 아치 쉡이 오랜 세월 재즈와 함께 흑인 인권을 위해 저항했던 시대정신이 그만의 음색에 켜켜이 쌓여져 있어서 그런게
삶으로 배우고, 삶으로 가르치다. 김요셉 목사
수원 중앙기독학교 교목이자 원천교회의 김요셉 목사님. 김장환 목사님과 미국인 트루디 김 사모님 사이에서 혼혈아로 태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혼란과 좌절의 시간을 통과하며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게 된 김요셉 목사님을 만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아이” Q 영어가 더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 한국어를 굉장히 편하게 하시네요. 그럼요.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서 두 언어를 다 할 수 있지만 전 한국어가 더 편해요. Q 지금은 혼혈에 대해서 개방적이지만 목사님께서 자라실 때는 사회 분위기가 달랐을 것 같아요. 다들 저를
보고 또 보고
퇴근한 선배와 식사를 하던 중에 전화기가 울린다. 선배의 집에서 걸려온 전화였는데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아홉 살 난 선배의 딸이다. 나와 함께 답답한 시국을 논하다 걸려온 딸의 전화 한 통에 선배는 목청을 가다듬는다. “응 그래그래, 알겠어. 하하. 아빠가 집에 들어가는 길에 오뎅(어묵) 꼭 사갈게.” 전화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게임 앱 하나 다운 받겠다고 졸라대는 아이들과 입씨름 하는 이웃 부모들과 달리 어묵 하나를 약속하는 이 부녀의 대화가 왜 그리 고전적이고 소박하게 느껴지던지… 짭조름한 어묵의 맛을 떠올리며 아빠의 퇴근 길을 바라보는 딸의 마음이 그렇게 예쁘고 기특할 수가 없다. 그 날 귀로 듣고
받은 것을 돌려줄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 엄경애 대표
“밥은 먹었어?” 아이들에게 무심한 듯 건네는 애정어린 한마디. 밝은지역아동센터 엄경애 대표는 아이들 이야기를 시작하자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14년간 울고 웃으며 아이들과 함께 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밝은지역아동센터의 엄경애입니다. 예전엔 교육전도사로 교회에서 일했고 지금은 목사인 남편을 둔 사모이자, 이 아동센터의 선생님이에요. 밝은지역아동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이 곳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돌봄센터입니다. 쉽게 말하면 아이들에게 밥도 먹이고, 공부나 특별활동과 같은 프로그램이 열리는 곳이예요. 결손 가정이나 맞벌이 부모의 아이들이 저녁까지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죠. 지역아동센터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많은 사람들이 지역아동센터가 정부지원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