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만 큰 30세 아들과 깡마른 60세 엄마가 함께 한 세계여행 몇 년 전, ‘모녀여행’이 트렌드로 떠 올랐던 적이 있다. 그 당시 나도 엄마와의 대만 자유여행을 계획했고, ‘용기있게(?)’ 그 일을 실행했다. 혼자 이곳 저곳 자유롭게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엄마와 템포를 맞추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힘들었던 만큼 지금도 순간순간 기억하면 재밌고 즐거운 장면들과 멋진 풍경에 웃음짓게 된다.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는 환갑이 넘은 엄마와 서른 살 아들의 좌충우돌 세계 여행기를 그린 책이다. 책의 저자(이하 아들)가 표현한 것을 그대로 옮겨보면, 두 사람은 나이와 몸무게를 합쳐 100살, 100KG 미만의 여행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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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삶의 비결, 동반식물
식물이 자라려면 햇빛, 물, 흙이 필요하다. 어떤 식물들은 이 세가지 필수요소 외에 더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또 다른 식물이다. 함께 자라며 서로에게 유익을 주는 식물들을 일컬어 ‘동반식물’이라고 한다. 동반식물이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식물이다. 대표적인 동반식물에는 토마토와 바질, 파와 오이, 상추와 양배추가 있다. 토마토는 건조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반면, 바질은 물의 공급이 충분해야 잘 자라는 식물이다. 토마토와 바질을 함께 심으면 바질이 남는 수분을 흡수하여 잘 자라는 것 뿐만 아니라, 토마토가 수분을 과잉 공급받아 과육이 터지는 현상을 예방한다. 파와 오이는 서로의 생육을 촉진시키며, 특히 파 뿌리에는 천연항생물질이 들어있어서 함께 심으면 오이의
휴가 사용 설명서
형형색색 진열된 물놀이 용품들이 마트를 가득 메운다.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맘때 흔한 풍경인데도 볼 때마다 어디론가 돌연 떠날 것 같은 설레임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다른 이유로 들린 매장에서 정작 물놀이 용품들 사이를 기웃거리는걸 보니 자못 나의 마음도 이미 그 어딘가를 향해 떠나고 있나 보다. 휴가란 모름지기 떠나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치열한 삶의 현장이든, 인터넷 가상공간이든, 과거로부터의 상처이든, 미래에 대한 고민이든, 내가 있던 자리를 잠시나마 떠나는 것이 휴가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이 마땅히 누릴 찬스다. 그 해 여름 가족과 제주도로 떠났다. 그리고 이른 새벽, 최성원의 노랫말처럼 제주도의 푸른 밤이 채 가시지
마음을 다해 대충하는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 (Minimal Life)’란 물욕과 함께 집 안의 물건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며 생활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말한다. 잡동사니 없이 항상 정리정돈 되어있는 말끔한 집은 보기엔 좋지만, 실제 삶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유지하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마음을 다해 대충하는 미니멀라이프”의 저자 밀리카는 완벽하진 않아도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미니멀라이프를 살고 있다. 한 때 월급을 신상품 쇼핑에 그대로 헌납하던 시절이 있던 밀리카는 우연한 기회에 미니멀라이프를 접하게 되고 이를 실천에 옮기기로 결심하게 된다.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한 그녀는 집을 더 이상 물건이 아닌 집 안에 깃드는 햇살과, 언제나 찾아와도 좋을 손님들로 채우기 시작했다. 집을 정돈하지 못해 미루던 손님초대가 이제는 언제
관점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노옴 웨이크필드 목사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막내 딸 아만다를 포함해 네 자녀를 모두 홈스쿨링으로 교육한 노옴 웨이크필드(Norm Wakefield) 목사는 저명한 기독교상담가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가족사역에 초점을 맞춰 부모들에게 부부관계와 자녀교육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1월에 한국을 방문한 노옴 웨이크 필드 목사를 만나 그의 삶의 B&R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목사님,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미국 텍사스의 벌버드에 살고 있는 노옴 웨이크필드 목사입니다. 현재 엘리야 미니스트리리의 대표로 일하고 있으며, 4명의 자녀를 둔 아빠이자 16명의 손자가 있는 할아버지입니다. Q: 아이 양육과 가정 사역을 주로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제 아내
엄마라고 불러도 돼요? 케이티 데이비스
‘엄마’라는 말을 들으면 연상되는 단어들이 있다. 사랑, 희생, 책임, 모성… 단어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누군가의 엄마가 되는 것은 결코 쉽거나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기쁨은, 여자로 하여금 출산의 고통을 다시 감내하게도 할만큼 엄청난 것이다. “엄마라고 불러도 돼요?”의 저자 케이티 데이비스는 스스로 이 엄청난 여정에 자신의 삶을 내던졌고, 무려 14명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기로 선택했다. 우간다와 사랑에 빠지다 케이티는 소위 말하는 ‘엄친딸’이다. 미국 테네시에서 자랐고, 부유한 가정환경, 자동차, 멋진 남자 친구까지 갖춘 퀸카였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그녀는 부모님에게 중대한 선언을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기
진실한 아름다움, 앨리스 워커
엘리스 워커는 흑인 여류 소설가이다. 우리에게는 ‘컬러퍼플’(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우피골드버그 주연)이란 영화의 원작을 쓴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다. 앨리스는 미국 남부 조지아의 목화농장에서 흑인 소작농의 여덟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8살 때 오빠가 쏜 공기총에 맞아 한쪽 눈을 다쳤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눈도 변형되어 버렸다. 눈 때문에 그녀는 친구들에게 따돌림과 심한 놀림거리가 되었다. 독서와 시 창작만이 유일한 위안이었고, 평생 이 상처를 수치로 안고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딸 레베카가 갑자기 엄마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말했다. “엄마의 눈은…” 워커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 눈이 딸에게도 이상하게 보이는구나
산성동
내가 5살이던 1995년 우리 가족은 경기도 성남에 있는 ‘산성동’에 살았다. 부모님은 사람들이 구멍가게라 부르는 작은 동네 슈퍼를 운영하셨다. 우리 가게 옆에는 계란과 쌀을 오토바이로 배달해주는 쌀집이 있었고, 상점들 사이에는 집들이 빼곡히 메워져 있었다. 아빠는 하루 종일 목욕탕 의자에 앉아 파를 까서 야채를 납품하는 일을 하셨는데, 엄마가 부업으로 차리신 ‘소망슈퍼’가 우리가족의 주수입원이었다. 슈퍼에 딸린 3평 남짓한 창고가 우리 가족의 집이었다. 나와 동생은 유치원을 다녀오면 가게 안 창고에 가방을 던지고 동네 애들을 다 모아 놀이터로 갔다. 놀이터에 몇 안되는 낡은 놀이기구들을 가지고 신나게 놀았다. 해가 기울어가면, 아이들은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집으로 갔고,
Communication: 대화, 소통
[현대의 Communication] 대화와 소통의 정의는 ‘서로 마주 앉아 대화를 주고 받다, 의견과 의사가 남에게 통한다’이다. 언제부턴가 가족과 친구의 대화는 “카톡”이나 “메신저”로 대체되었다. 문자로 대화하는 것에 익숙해진 나머지 전화를 걸지도, 받지도 않는 ‘콜포비아(Call Phobia)’라는 전화공포증까지 생겨났다.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스마트폰은아이러니하게 소통하는 기회를 줄어들게 만들었다. [B&R의 Communication]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어원은 “나누다”라는 뜻의 커뮤니케어(Communicare)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대화란 어떤 객관적 지식만이 아닌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많은 문자와 SNS 활동을 한다해도 우리가 외로운 것은 ‘진정한 소통’이 없기 때문이다. 편의와 속도가 우선의 가치가 된 사회에서, 우리의 대화는 3분 즉석요리가 되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대화는 인스턴트가 아닌, ‘따뜻한 죽
곁에 영원한 이름, 할머니
“And you have me. 너에겐 내가 있단다.” 많은 이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 영화 <원더>에서 어기의 누나인 ‘비아’를 위로하는 할머니의 대사 한마디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마다 주연과 조연을 서로 돌아가며 맡는 구성이 특징이다. 언뜻 보기엔 어기가 주인공 같지만 실은 그를 둘러싼 모두가 영화의 주인공인 셈이다. 그래서 비아의 부모와 그녀의 주변 사람들, 심지어 관객의 눈에서 멀어진 한낱 조연에 불과한 비아의 삶도 소중한 가치를 가진다. 깊은 외로움과 상실감에 젖은 비아에게 든든한 ‘빽’이 되어주던 할머니, 그의 짤막한 이 대사 한마디가 그 소중함에 무게를 더한다. 어쩌면 이 대사는 지금 우리 모두를 향한 위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