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연구소라는 독특한 단체의 대표를 맡아 기업과 개인, 단체에 감사의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감사로 사람들을 살리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한건수 대표를 만나 그의 비앤알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Q 바쁜 일정 중에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 소개를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감사연구소’의 대표로 있는 한건수 입니다.
불평이 없는 것을 넘어 존재와 인식의 변화
Q ’감사연구소’라는 말이 굉장히 독특하게 들리는데 어떤 곳인가요?
감사연구소는 제가 운영했던 ‘불평 없는 세상만들기’라는 사회적 기업에서 시작되었어요. 컴플레인 프리(Complain Free)라고 하는 미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캠페인인데 보라색밴드를 손목에 차고 있다가 불평할 때마다 밴드를 반대로 바꿔차며 불평을 줄이자는 것이었어요.
처음에는 맘에 들지 않는 것에 대해 불평을 이야기하다가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방향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바뀌게 됩니다. 사람은 욕구가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불평하고 부정적 감정을 내비치는 것이거든요.
Q 그런데 사람이 불평이 없을 수가 있나요? 불평을 말하지 않다보면 오히려 말을 안하게 될 거 같고 내면에 불평이 쌓여 스트레스가 될 거 같은데요.
월요일마다 캠페인 식으로 진행하던 무료 워크샵이 있었는데 어떤 분이 이렇게 이야기하시더라구요.
‘불평은 줄었지만 동시에 말도 줄어서 약간 우울해졌어요’ 라고요.
저도 이걸 해봤지만 해야 될 말도 안하게 되더라구요. 말을 하고 나서는 손목 밴드를 바꿔야 하나, 이게 불평인가 아닌가 자꾸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이 운동이 21일동안 불평을 안하는 것인데, 잘 하다가 20일째에 불평을 하면 밴드를 바꿔 차고 다시 처음부터 21일을 시작해야 하거든요. 꿈에서도 이게 불평인가 아닌가 고민할 정도였어요.(웃음)
그러면서 컴플레인을 줄이려면 인식의 전환인 ‘감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불평을 줄이려면 본질적으로 우리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게 ‘감사’하는 습관에서 나온다는 것이죠. 감사는 사실 상황을 해석하는 능력이예요. 똑같은 상황에서도 감사하는 사람이 있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듯이 감사는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Q 그래서 ‘감사연구소’를 설립하게 되셨군요. 언제 설립하신 것인가요?
2016년 7월에 감사연구소가 설립되었어요. 크게 두가지 일을 하고 있는데 하나는 기업에 감사의 토양을 만들자는 것이예요. 소통의 방식을 통해 감사를 유지할 수 있는 ‘감사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쪽은 조직 내의 리더들의 마인드를 새롭게 하는 ‘감사 코치 양성 과정’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감사할 수 있다
Q 대표님은 감사를 ‘해석하는 능력’이라고 보셨는데 상황을 해석하는 능력이라는 말일까요?
스티븐 코비 박사는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을 ‘영향력의 원’이라고 했고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영역을 ‘관심의 원’이라고 했어요.
*스티븐 코비(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의 저자)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관심의 원 영역에 있는 환경 탓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영향력의 원이 줄어드는 거죠.
관심의 원이 커질 수록 삶이 무의미해지고 즐겁지 않아요. 즐거움과 의미가 풍성한 조직은 조직원들이 영향력의 원에 초점을 맞춰요. 그러다 보면 관심의 원이 줄어들어요. 이건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영향력의 원을 넓히는 중요한 코어가 바로 ‘감사’라는 것입니다.
Q 어떤 사람은 작은 일에도 만족하고 감사하는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잖아요. 이것도 개인차가 있는 게 아닐까요?
맞는 말입니다. 기질적이던 환경적이던 긍정적 정서가 높은 사람들은 작은 것을 봤을 때도 즐거움이나 기쁨을 느끼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쌓이고 쌓여야 만족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것을 ‘감사의 임계점’이라고 해요.
하지만 저는 이 임계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조직 안에 오래 있으면 사람들의 표정이나 말투이나 어휘 같은 것들이 비슷해지는 것처럼 감사의 임계점도 닮아갑니다. 조직 안에서 감사를 훈련하는 것은 그래서 유익이 있는 것 같아요. 조직 내에 임계점이 높은 사람들이 많으면 임계점이 낮았던 사람들도 달려져서 서서히 임계점이 높아져 가는 거예요.
말하자면 상향 평준화가 되는 거죠. 불평이 전염되듯 감사도 전염되는 특징이 있거든요.
Q 기업 내에서 이런 훈련들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나요?
첫번째는 그룹에서 단기적인 교육으로 끝내는 특강 형태가 있습니다. 두번째는 기업 안에서 6개월정도 기간을 잡고 하는 교육 컨설팅이 있어요. 세번째는 그 안에 리더들을 키워서 그 리더들이 팀의 평균상향층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리더들을 대상으로 그룹 코칭을 하면서 조직 안에서의 변화를 선도하고 어려움이 있으면 코칭도 해줍니다. 요즘은 외부 코치가 기업에 들어와서 코칭을 해주고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저는 내부의 코치가 세워져서 기둥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서 조직의 핵심 가치를 잘 실천하는 핵심 인재가 될 수 있는 코치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이벤트로 끝내는 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조직 문화화 하면서 지속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해서 주시는 의견들에 대해서 고민해서 만들어내는 것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감사한 것을 찾아내는 시야를 넓혀야
Q 감사의 습관, 긍정적인 사고 습관을 훈련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정서적으로 감사한 것을 찾아내는 시야를 넓히는 게 중요해요. 어떤 현상이 보이느냐가 중요한 것 이 아니라 무엇을 보느냐가 중요하거든요. 감사에 대한 정서를 높이는 좋은 방법으로 첫번째는 감사노트 적기 Gratitude Journaling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매일매일 감사한 것들을 적어보는 거지요. 두번째는 내가 생각하는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적어서 가지고 다니는 거에요.
제 책장에 지난 감사 노트들이 쭉 있는데 4-5년 전 적었던 감사 노트를 보면 그 때의 정서가 그대로 느껴져요. 적었던 것을 리마인드 하면서 나의 삶에 이렇게 좋은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예요.
Q 혹시 이런 감사 훈련이 기업내에서는 ‘현실에 만족하고 조직 내에서 불평하지 말라’고 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오해가 있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왜 그런 반응이 나올까 생각해 봤어요. 감사에 대한 핵심가치 첫번째는 내가 받은 것들을 인식하고, 인정하고, 표현하는 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깊은 감사로 성찰과 성장을 경험한 사람들은 배려로 가게 됩니다. 내가 여기서 남들보다 조금 더 노력하고 배려하면 나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감사 노트의 제목에 올라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게 더 높은 차원의 감사입니다. 내가 느끼고 있는 감사를 다른 사람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에요.
진정한 감사는 타인을 인정하는 거에요.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면서 그 사람이 겪는 아픔과 어려움을 한걸음 개선해주게 되면 감사가 내가 느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것이 감사의 더 높은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보면 사회의 부조리가 많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영역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나의 영향력에 집중하다 보면 세상은 좋은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런 작은 변화에서부터 우리 조직이나 사회가 변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삶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한 두 사람이 그룹이나 조직 전체를 바꿔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이야기를 듣다보니 대표님은 원래 코칭이나 리더십 개발 쪽에 관심이 많으셨던 것인지 궁금해지네요.
사실 저는 제어계측 공학과를 나와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모니터에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적이 언제였는가’라는 질문이 떴어요. 문득 생각난 것이 선배들이 내 졸업 프리젠테이션을 보며 좋아했던 때와 교회 활동을 하면서 리더의 자리에 있으면서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했던 때였어요.
두가지 키워드인 리더십과 프리젠테이션을 잘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생각하던 중에 제가 사용 하고 있는 ‘시간관리가 아니라 경영이다’ 라고 적힌 프랭크린 플래너 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게 되었고 홈페이지에서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는 순간 그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 회사에 필요한 경력이 없어서 당장 그 회사에 들어갈 수는 없어서 전산을 책임지는 계열사 회사로 들어가게 되었죠. 그렇게 1년 정도 다니다가 마침내 한국 인력센터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러면서 IT 계통에서 일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경영을 접목하면서 인천공항 같은 곳의 컨설팅을 하게 되었어요. MBA를 거쳐 지금은 박사과정을 코칭 분야로 준비하고 있어요.
한 사람의 변화가 가정의 변화를, 넘어서 사회의 변화를 일으키다
Q 크리스천 코칭과 강의 일을 하시면서 보람되거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자동차 판매를 하는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10회차 강의를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 분들은 당장 도움되는 건 없지만 회사에서 들으라니까 들으시는 분들이었어요. 그러다보니 그 분들을 집중시켜서 90분을 강의하는 게 너무 힘든 거에요. 그런데 그 와중에 감사한 건 6시간 워크샵이 아닌 게 감사한 거에요.(웃음)
한번은 그날 강의가 너무 힘들어서 빨리 정리해야겠다 생각하고 나왔는데 어느 분이 “오늘 강의 너무 좋았습니다” 하시는 거에요. 그러면서 저에게 명함을 달라고 해서 드렸는데 집에 오는 길에 카톡을 보내셨더라구요.
‘매년 오는 강의라 처음에는 핸드폰만 하고 집중을 못하다가 어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노력하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 식사대접을 하고 싶습니다’
라고 보내신 거예요.
‘아, 이 한 사람 때문에 하나님이 나를 여기 보내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녁에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집에 가서 선생님에게 배운 대로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아내가 제가 완전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며 웃었답니다.’
라고 보내신 거예요.
그 분이 제 강의를 듣고 가족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는 게 정말 큰 은혜였어요. ‘한 사람의 변화가 그룹에 미치는 영향이 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 일을 하는 제일 큰 목적이자 이유입니다. 모두 똑같이 변하진 않아요. 이 강의를 통해서 금방 변하시는 분도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신 분도 있어요. 하지만 분명 이 강의를 통해 자유케 되는 자가 한명이라도 있다면 전 이 일을 계속 할 거라고 다짐했습니다.
Q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진정한 감사란 무엇인가요?
저는 필립 와킨스 박사(Philip C. Watkins)의 감사의 정의를 좋아합니다. 이분은 감사란 나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과 이것이 나때문이 아니라 외부의 누군가에서부터 온 것임을 인식, 인정, 표현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진정한 감사란 하루에 수많은 좋은 일들이 그냥 감정적으로 좋은 것이 아니라 이것이 누구로부터 왔을까 라는 것을 생각하고 마음으로 그것을 인정하고 그 대상에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나님이 우리 삶에 크고 작은 일들을 계속 행하고 계신데 그 일들을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하는 것이죠. 하나님을 놓치면 이웃에 대한 사랑은 나의 감정 기복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하나님의 절대적인 사랑과 은혜를 기억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그 은혜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감사란 나에게 주신 하나님이 주신 좋은 일들이 매일 매 순간 있다는 것과 그것이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임을 인식 인정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나에게 일어나는 좋은 일이 무엇인지 보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우리가 쓰는 감사노트가처음에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로부터 시작되지만 뒤로 갈수록 어려움 중에도 단비처럼 내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으며 기억하는 것으로 가길 바래요.
Q 내 인생의 B&R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내일 내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오늘 이순간, 이 자리에서 나를 통해 일하시는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이 가장 큰 여유이자 휴식이고 은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