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추리는 백합과의 꽃으로 일년에 딱24시간만 피는 특별한 꽃이다.
짙은 주황빛으로 물든 꽃잎 안쪽으로는 노란 색 물감을 떨어뜨려 놓은 듯한 꽃이다.
하루만 피는 꽃이라는 말에서 아련함, 아쉬움, 절망과 같은 단어들이 생각 나지 않는가.
‘일년에 단 한번 피는 꽃인데, 고작 하루 밖에 피지 못하다니.’
원추리 꽃은 24시간 밖에 피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름 내내 즐길 수 있는 꽃이 또한 원추리이다. 개화기가 6월에서 8월인 원추리는 꽃 한 송이가 하루밖에 피지 않을지라도, 그 꽃이 저물어 갈 때쯤, 다른 한송이가 꽃을 피고 지고, 또 다른 한 송이가 꽃을 피어 여름 내내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원추리는 자신에게 허락 된 단 하루의 시간 동안 꽃망울을 터뜨려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자연의 이치대로 저물어 간다.
내가 꽃을 피웠을 때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내 꽃잎이 져버렸다 해서 내가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다.
마치, 하루만 피는 꽃이라 하여 원추리가 그저 들풀이 아닌 백합인 것처럼 말이다.
이미 활짝 핀 꽃과 같은 시절은 지났고 이미 져버린 꽃과 같은 내 모습이라 할지라도 “나”는 이미 아름다운 존재였으며, “나”는 계속해서 아름다운 존재이다.
365일 중 364일을 꽃 없이 지내는 꽃 원추리를 보며, 모습이 아닌 존재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다.
사진 출처: https://www.bluewaterbaltimore.org/blog/invasive-plant-to-avoid-daylil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