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들의 천사로 불리우는 이효천 대표. 국제리더십 연구협회(고신) 파송 국내 선교사로 ‘위드맘한가정지원센터’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 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 가족학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이효천 대표를 만나서 그의 삶의 스토리와 B&R을 들어보았다.
미혼모와 함께 하는 위드맘
Q 이효천 대표님 안녕하세요. 인터뷰 섭외가 쉽지 않았지만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
A 죄송합니다. 저희 단체 특성상 연말이 되면 많은 언론사에서 인터뷰를 하려고 해요. 이번에는 다 거절하려고 했는데 B&R 매거진의 뜻이 좋아서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Q 위드맘한가정지원센터(이하 위드맘)는 어떤 곳인가요?
A 이 곳은 17세에서 24세 청소년미혼모들의 긴급거주지 제공을 하고 그 후 자립까지의 과정을 돕는 곳입니다.
Q 긴급거주지를 제공하는 하는 것이 미혼모들에게 중요한 일인가요?
A 많은 청소년미혼모들은 거주지가 없습니다. 출산이 임박했는데 거주지가 없어 모텔이나 찜질방 등을 돌아다니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아직 두살도 안된 아이들을 데리고 길거리를 헤매며 노숙을 하거나 모텔에 임시로 거주하는 미혼모들도 있어요. 너무 위험한 일이죠. 그래도 일단 거주지가 정해지면 나라에서 제공하는 여러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청소년미혼모들의 자립 과정이 훨씬 수월해 집니다.
Q 거주지 제공과 자립은 어떻게 도움을 주시는지요?
A 저희 단체에서 보증금을 내주고 월세방을 구해줍니다. 거주지가 확정되면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낼 수 있게 되거든요. 미혼모들은 그제서야 일자리를 구하거나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많은 미혼모들이 복지혜택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어요. 저희 단체에서 이런 부분도 설명해주고 가족처럼 자립을 돕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청소년 미혼모를 만나다
Q 특이하게도 싱글 남성으로 8년 동안 미혼모사역을 해오셨는데,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A 대학원서를 쓸 즈음에 우연히 참석한 교회 수련회에서 예수님을 알게 되었어요. 예수님이 믿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예수님께서 저를 위해 이땅에 오시고 십자가에서 죄값을 치루셨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더라구요. 그래서 “예수님을 위해 살겠다!” 라고 결심하고 신학교에 지원했어요. 성경을 읽으면서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일이 뭘까 고민하던 중에
“고아와 과부를 돌보며…”
라는 말씀이 반복해서 나오더라구요. 바로 고아원을 찾아가서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한 선교단체에 소속되어 소년원에서 캠프를 열기도 했구요. 그러다 한 소년원 친구를 알게 되었는데, 이 친구가 하루는 저에게 진로상담이 필요한 친구가 있다며 미혼모 한 명을 데리고 나왔어요. 19살인데 이미 2살난 아들이 있는 아이였어요. 그렇게 우연히 첫 미혼모를 만나게 된거죠.
Q 그럼 그 때 처음으로 미혼모를 만나게 되신 건가요?
A 네. 그 전에는 미혼모를 만나본 적도 없었어요. 그들이 청소년인데 엄마로 돈을 벌기 위해 유흥업소에서 일을 한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났어요. 그래서 일을 그만 두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이 친구가
“한달 분유값만 있어도 이런 일 안해요”
라고 하더라구요. “내가 줄게!”라고 하고 제 친구들, 아는 전도사님들께 연락해서 30만원을 마련해서 손에 쥐어줬더니 정말 그 일을 그만두더라구요. 일을 그만뒀으니 이제 검정고시 준비를 하는게 어떻겠냐고 하고 공부를 시켰어요. 보통 미혼모들이 중졸이나 고등학교 중퇴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가 다른 미혼모들에게 제 소문을 낸 거예요.
“험한 일 안하도록 돈도 주고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오빠같은 선교사가 있다”
라고 말이에요. 하루 아침에 정말 많은 미혼모들에게 연락이 왔어요. 그때 제가 20살이었는데, 이왕 도와주는 거 제대로 해보자 싶어서 선교단체를 만들어서 미혼모 지원하는 일을 시작했어요.
청소년 미혼모들에게 너무나 버거운 현실
Q 청소년 미혼모들이 합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을것 같아요.
A 그래서 아이들이 노래방 도우미나 성매매로 돈을 벌어요. 그게 가장 쉽게 비교적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한 시간에 3만원을 벌기 위해 아이들이 술과 웃음, 성을 판다는게 옳은 일은 아니잖아요. 이런 친구들이 합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도록 중,고등학교 검정고시 자격증을 따게 해주고 싶었어요.
Q 기억에 남는 미혼모가 있으시다면요?
A 19살인데 2살 아기 엄마인 아이가 있었어요.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다가 저희 단체에 찾아온 미혼모였는데, 처음 만났을 때 많이 지저분했어요. 옷이 한 벌 있는데 여기저기 핏자국까지 묻어있었어요. 왜 이렇냐고 물어봤더니 방광염이라 하혈을 해서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성매매를 하던 친구인데 몸에 이상 신호가 온거죠. 이런 일을 겪을 나이도, 그럴 존재도 아닌데 그걸 보고 너무 속상했어요.
제가 이 친구를 기억에 남는 미혼모로 꼽는 이유는, 그 이후로 빠르게 자립에 성공해서 지금은 저희 단체를 후원하는 후원자가 됐기 때문이에요. 직장이 생겨서 돈을 안정적으로 벌기 시작하니까 월세 내고 생활비를 써도 돈이 남더래요. 입고 싶은 옷을 사입고, 아이가 먹고 싶은걸 다 사줘도 돈이 남는다고 그 돈을 저희 단체에 준 거예요. 저보고 예전의 자신처럼 힘든 청소년미혼모들을 도와주라고 하더라구요. 신기하게도 이 친구가 저희 단체를 후원하고 나서 이런 친구들이 하나 둘씩 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제가 늘 뿌듯하게 생각하는 친구예요.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주는 프롬맘
Q 자립에 성공한 미혼모들중에 위드맘의 후원자가 된 분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A 그 친구들이 모여서 만든 ‘프롬맘(FromMom)’이라는 단체가 있어요. ‘엄마가 엄마에게’ 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이 이름에 맞게 해외이주여성, 탈북여성, 다른 미혼모, 베이비박스로 알려진 주사랑공동체와 같은 여러 단체나 개인에게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자신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과 사랑을 받았으므로, 자립을 하고 난 후에는 그 사랑을 되돌려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커요. 한 단체에서 장난감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통 크게 트럭 한대로 장난감 3백만원 어치를 사서 보냈지요.
Q 위드맘은 후원으로만 운영되는 곳인가요?
A 저희 단체는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미혼모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있어요.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되면 더 힘든 상황에 처한 미혼모들을 도울 수가 없거든요. 저희에게 들어오는 후원금은 100% 모두 미혼모들을 돕는데 사용이 되고 있어요. 사무실 운영은 봉사자들의 회비 및 봉사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 미혼모들
Q 복지사각지대가 왜 발생하나요?
A 예전에는 남녀청소년사이에서 임신사실을 알게 되면 남자들이 아기와 엄마를 두고 떠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요즘에는 남자들이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서 혼인신고도 하고 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부양가족이 3명이 넘어가면 군대를 면제를 받는다던지, 나이가 어린데 부양가족이 있으면 군대에 가서 여러 혜택을 받는다는 이유로 아이를 하나 더 낳고 아이 아빠가 잠적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실제적으로는 미혼모인데 법적으로는 미혼모가 아닌거죠. 이런 경우, 법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복지혜택이 하나도 없어요.
Q 아, 정말 안타까운 일이네요. 정기, 단기 후원뿐만 아니라 재능기부 후원자들까지 다양한 후원자들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위드맘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A 저희 후원자분들이 한 50명 정도 계세요. 오천원, 만원에서 십만원까지 형편 되시는대로 도와주시는 분들이세요. 기업에서는 물품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그걸 미혼모들에게 나눠줄 수 있구요. 저희 단체는 미혼모들이 검정고시를 보고 졸업을 해서 적절한 직업교육을 받게 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어요. 그런 과정 가운데 정서적으로 미혼모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봉사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돈을 후원해주실 수 있는 분들 뿐만 아니라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후원자이자 봉사자분들이 필요해요.
임신으로 아이가 생기면서 원가정에서도 버림받고 아이 아빠도 도망가버린 이들이 현재 기댈 수 있는 곳이 저희 위드맘이거든요. 미혼모들이 퇴근길에 아이와 함께 센터에 들려서 인사도 하고 잠깐 놀다가는 경우도 많아요. 시간이 나면 센터에 와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구요. 특히나 명절이 되면 너도나도 음식을 싸와서 다 같이 모여 나눠먹기도 해요. 이럴 떄는 60-70명의 엄마들과 아이들이 모여서 아기 키우는 이야기, 도망간 남편이야기도 하면서 서로 정서적인 유대 관계를 나눠요. 미혼모들에게 어쩌면 제일 갈급한 게 정서적인 충족과 안정적인 관계일테니까요.
Q 보통 미혼모들이 자립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은 어느정도 드나요?
A 보통 자립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지 않은 편이에요. 대부분 집이 해결되면 바로 직업을 구하고 검정고시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집을 얻고 난 한 두달이 제일 고비이고 그 이후로는 그래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서 자립이 빠른 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일 많이 드는 비용은 보증금이에요. 어린 아이와 살만한 월세집 보증금이 안산 지역에서 500만원 정도 되거든요. 이 보증금만 저희가 도움을 주고 나머지 비용은 본인들이 해결하는 방식이에요. 그 외에 음식은 저희 단체 회비로 사주기도 하구요.
낮은 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 예수님을 만나는 시간
Q 이 사역을 하면서 힘든 적은 없으셨나요?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든 적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A 저는 이 일을 하면서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어요. 이게 “일”이면 힘들다고 생각할 법도 한데, 저는 이 사역을 “일”로 생각한 적이 없고 늘 예배라고 생각해요. 성경에 보면 예수님은 늘 고아와 과부와 같은 낮은자들과 함께 하셨어요. 그리고 저희에게도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런데 그 뒤에 항상 나오는 조건이 있는데 그게
“고아와 과부를 돌보면 나를 만날 수 있다”
에요. 전 하나님을 사랑해서 이 사역을 계속하고 있고, 오히려 힘이 들때 예수님을 만나서 예배 드린다는 생각으로 미혼모와 아기들을 만나고 있어요. 이 친구들을 만나면 힘들었다가도 오히려 기운이 나요.
제가 얼마 전에 결혼을 했어요. 신혼집이 정리가 안되어서 새벽 2시에 한참 이삿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청소년 2명에게 연락이 왔어요. 바로 나가서 밥은 먹었냐고 물었는데 아직 못먹었다고 하더라구요. 밥이라도 사먹이려는데 새벽에 문 연 식당을 찾을 수가 없어서 결국 집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이랑 만두를 사서 저희 집에 데리고 와서 먹였어요.
정리도 안된 작은 신혼집에, 두 아이가 와서 허겁지겁 라면을 먹는 모습을 보는데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한 소년이 떡 5조각과 물고기 2마리를 예수에게 건네주고 예수가 감사기도를 올린 후 50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도 12 광주리가 남은 일)의 기적이 생각나더라구요. 어쩌면 그 소년도 예수님께 더 좋은 것을 드리고 싶었지만 가진게 이것 뿐이라 ‘이것도 괜찮을까?’ 하는 마음으로 떡 5조각과 물고기 2마리를 건네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저도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싶었는데, 그럴 사정이 안되었거든요. 예수님에게 음식을 드린 그 소년의 마음을 경험하는 감사한 밤이었어요.
Q 미혼모들이 대표님을 어떻게 부르세요? 대학생 때부터 시작한 사역이라 거의 또래 친구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A 저를 선교사님,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친구들도 있구요. 오빠라고 부르는 친구들도 있어요. 제 별명이 ‘친정엄마’ 에요. 남잔데 친정아빠가 아닌 친정엄마라고 부르는 이유는 제가 하도 잔소리를 많이 해서 그렇데요. 전 잔소리 하기 싫은데 이 친구들은 제가 하는 잔소리가 듣고 싶어서 괜히 자기 이야기를 시시콜콜 털어놔요.
과거가 아닌 생명을 선택한 청소년 미혼모들
Q 미혼모 문제에 관해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A 사람들은 미혼모들이 비윤리적인 아이들이라고 쉽게 손가락질해요. 그들은 비행청소년으로 볼 뿐 “엄마”로 보지 않아요. 하지만 이들은 누구보다도 생명윤리가 있는 아이들이예요. 과거가 어떠했던 미혼모들은 생명을 선택했고 그 선택에 따른 방향으로 삶을 살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미혼모들의 과거를 지탄해요. 과거가 아닌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해주면 좋겠어요.
또한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이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된 남성상의 부재가 이런 문제들을 일으킨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현재 중,고등 남자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런 강연을 다니고 있어요. 어떤 남자가 정말 멋진 남자인지, 책임을 지는 남자에 대해 청소년에게 알려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의 위드맘을 그리다
Q 앞으로의 위드맘 사역은 어떻게 계획하시나요?
A 미혼모들의 자립을 위한 독립 사업체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저희 센터의 미혼모들은 청소년이라 고졸검정고시자격증까지 딴다고 해도 여전히 청소년인 친구들이 있고,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 고용주가 쉽게 일자리를 주지 않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독립 사업체를 준비중이에요. 마침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미혼모 친구들도 있고 커피머신이나 원두 공급 등은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라 카페를 차릴 장소와 인테리어를 도와주실 분만 만나면 사업체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게 위드맘의 2017년도 목표입니다.
임신해서 이효천 대표를 찾아왔던 한 미혼모의 아이가 내년 초등학교를 입학한다고 한다. 이효천 대표는 이 아이를 비롯해 계속해서 많은 아이들의 삼촌, 아빠가 되어주고 미혼모들의 친구가 되어주며 소소한 일상을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유한한 인생을 어떻게 하면 잘 살까 실제로 계산해보았다는 이효천 대표. 개인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살다가 그 욕심을 다 채우기도 전에 이 세상에 떠날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해서 개인이 잘 살기 보다는 더불어 잘 사는 삶을 선택했다고 한다.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마음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고 행복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사진 출처 취재사진 및 이효천대표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gycjs11)
위드맘 관련 정보
사이트 http://www.withmom100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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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민은행 957501-01-440551 이효천(위드맘)
일시후원 국민은행 957501-01-440535 위드맘한부모가정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