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끈적한 새벽 바람이 휘감던 인도 콜카타의 슬럼가. 누추한 움막 입구에 수십 켤레의 신발들이 ‘내가 먼저야!’ 외치듯 어지러이 널려 있다. 이곳은 불가촉천민이란 최하 계급층의 자녀들에게 한 선교사의 도움으로 배움의 길이 열리고 있는 곳이다.
현지 당국과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손끝 하나 닿는 것 조차 용납될 수 없는 사람들인 그들은 배울 자격도, 가르침을 받을 가치도 없다는 것. (불행하게도) 대를 이어야 한다는 힌두교 정서는 인도의 사회적 통념이다. 하지만 불가촉천민의 자녀들에게는 이 움막집이 천국이다. 배움을 통해 자신이 가치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을 배운다.
백세시대(百歲時代). 하지만 우리는 오늘을 버티기도 힘들고 내일이 올까 두렵다. 1970-80년대 모질게 궁핍했던 우리네 삶을 다른 시각으로 보았던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의 말이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청계천은 지옥이라고 말했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옥과 같은 그곳에도 예수님의 십자가가 있고, 희망이 있고, 오순도순 서로 돕고 살아가는 정이 있었다. 나는 바로 그런 것이 천국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나는 당시 서울의 대형 교회에 다니면서 예배를 드려 봤고, 빌리 그레이엄 목사 대부흥회에도 참석했었다. 물론 그곳도 천국의 한 모형이다. 하지만 청계천이야말로 내게는 가장 훌륭한 천국의 모형이었다. 그곳은 매춘부, 깡패들마저 위대한 천국 시민들로 보이게 했다.” <노무라 리포트> 중에서
지옥과 같은 절망적인 세상 속에서도 천국을 목도할 수 있었던, 그의 마음 속에 있는 사랑의 렌즈가 탐난다.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이자 사회운동가. 1970년대 한국 빈민 선교 활동을 하며 보았던 그 당시 청계천 판자촌 빈민들의 삶과 모습을 담은 ‘노무라 리포트’라는 사진집을 발간했다. 거대한 군락을 이루며 살았던 그들의 거칠지만 따뜻한 모습이 그의 사진 리포트에 담겨있다.
촬영 장소: 인도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12억 5천만 명의 인구를 가졌고 300개가 넘는 언어가 사용된다. 힌두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서남아시아의 문화강국으로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시장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나라다. 그러나 카스트 제도, 출생과 서열이 사회진출을 보장하는 폐쇄적인 신분계급제와 종교로 인해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가 소개: 윤한구
미국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 양육과 함께 시작된 아빠 사진가의 길을 계기로 사진 세계에 입문.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저개발 국가의 척박한 난민 캠프이든, 화려한 도심 속 번화가이든, 강렬한 조명 아래의 런웨이든, 처음에 가졌던 아빠의 마음으로 사진 작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현재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으며, www.justfabulousmonk.com을 통해 그의 시선을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