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종일 광야를 가로질러 도착한 한 마을. 여기에서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더 달린다. 어디쯤 왔을까. 지평선 너머로 모습을 감추는 해가 오늘의 종점에 이르렀음을 알린다. 그리고 나타난 아이들.
이곳에 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실은 작년에 이곳을 오려고 했었으나 우간다에서 걸린 식중독으로 무산되면서 허탈하게 뉴욕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었다. 그 후 1년 반이란 시간이 지나 다시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 서 있다.
멈춘 오토바이 주변으로 아이들의 머릿수가 하나 둘 늘어난다. 서둘러 카메라 장비를 챙긴다. 노출을 맞추는 손가락이 바빠진다. 어둑어둑 밀려오는 저녁 하늘에 못이겨 결국 플래쉬를 선택한다. 그런데 플래쉬가 터지지 않는다. 오, 이런! 건전지가 방전된 것이다.
“키득키득 까르르 크크크…”
당황해하는 무중구(Mzungu – 스와힐리어로 외국인이라는 뜻)의 모습이 재미있었나 보다. 플래쉬 덕분에 아이들의 구경거리가 되었지만 이들의 수줍은 웃음 소리가 먼 길을 달려온 이방인을 위로하듯 살갑다.
며칠 전 뉴욕 지하철에 붙어있던 미국의 저명한 시인 Patrick Phillips의 Heaven (천국)이란 시 중에서 마지막 구절이 눈에 밟힌다.
“It will be the past. And it will last forever.”
그것은 과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영원히 남을 것이다.
천국을 노래했던 이 싯귀처럼, 3년 전 그 날, 사진 속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혹시, 그곳은 천국이었을까.
촬영 장소: 케냐, 아프리카 대륙 동부에 위치하며 약 43개의 부족이 함께 사는 나라. 196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최근 국가경제가 급성장한 반면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 및 물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작가 소개: 윤한구
미국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 양육과 함께 시작된 아빠 사진가의 길을 계기로 사진 세계에 입문.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저개발
국가의 척박한 난민 캠프이든, 화려한 도심 속 번화가이든, 강렬한 조명 아래의 런웨이든, 처음에 가졌던 아빠의 마음으로 사진 작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현재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으며, www.justfabulousmonk.com을 통해 그의 시선을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