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는 정신장애인들이 바리스타로 있는 “히즈빈스”라는 카페가 있다. 정신장애인을 바리스타로 교육하여 카페를 운영하고, 탈북민들을 고용해 ‘히즈빈스 디저트’와 떡사업 ‘설레’ 등을 운영하고 있는 (주)향기내는 사람들의 임정택 대표를 만나보았다.
Q. 안녕하세요 임정택 대표님. 히즈빈스 카페가 포항에 여러 지점이 있는걸로 알고 있어요. 며칠 전 포항에 지진 소식이 있었는데 괜찮으신지요?
진앙지가 한동대 근처여서 한동대 안에 히즈빈스 매장의 영업은 중단된 상태예요. 저희 매장 직원 9분을 포함해 모든 직원이 영업이 재개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직접적인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임시거처인 흥해지역 체육관에 머무는 직원분들도 계시고 다시 일을 못할까봐 불안해 하는 직원도 계세요. (영업이 중단된 한동대점은 12월 4일부로 영업이 재개되었다)
작은 자들과 함께하는 회사, 향기내는 사람들
Q. B&R 매거진 구독자분들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향기내는 사람들’의 대표 임정택입니다. ‘향기내는 사람들’은 청년들이 그리스도의 심장을 가지고 이 땅의 가장 어려움 가운데 있는 분들과 함께 살아보자라는 생각으로 2008년에 설립된 회사입니다.
마태복음 25장 40절인 ‘너희가 여기 내 형제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이 말씀이 제 인생의 갈 길을 알려주는 말씀으로 깊게 다가왔습니다. 이 시대의 지극히 작은 자들인 장애인분들을 많이 만나며, 그 분들의 가장 큰 소망이 일하고 싶다라는 걸 알고 이를 실현 할 수 있는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원두, 히즈빈스(His Beans)
Q.히즈빈스라는 카페도 운영하고 계시는데 어떤 카페인가요?
히즈빈스는 ‘향기내는 사람들’ 안에 있는 브랜드 중에 하나입니다. 처음에 향기내는 사람들은 제가 학생일 때 만든 조직이었어요. 장애인 분들이 어떻게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히즈빈스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어요. 히즈빈스는 장애인 커피 전문가를 양성하며 고객들에게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커피 브랜드입니다. 현재 8개 매장에 35명의 장애인바리스타 선생님들이 일하고 계세요.
Q.히즈빈스라는 이름이 참 인상적이에요. 이름은 직접 지으셨나요?
네. 이름을 짓는데 3개월 정도 기도하며 많은 고민을 했어요. 멋진 이름을 짓고 싶었어요. 또 이 사업은 제가 시작할 수 있었던 사업이 아니라 하나님이 시작하게 하신 사업이었어요. 그래서 꼭 그 의미가 드러나는 이름을 짓고 싶다고 기도하던 중에 ‘하나님의 원두’, 카페’란 의미로 ‘히즈빈스(His Beans)’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Q.여러가지 사업 아이템 중에 커피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제가 대학생 일때 장애인분들을 만나면서 밥도 먹고 노래방도 가면서 친해졌고, 그러다가 이 분들이 일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어떤 아이템으로 사업을 해야 장애인분들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기도했어요. 제 멘토이신 한동대 정숙희 교수님께서
“아무리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잘 교육 받을 수 있는 기술, 될 때까지 보장이 되는 기회, 혼자 외롭지 않게 지지 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도 잘 할 수있어.”
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에 부합되어야 하고 플러스 알파로 돈이 되는 트랜드에 맞는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때 신기하게 커피에 대한 노출이 많아졌어요. 커피 드라마도 나오고 바리스타에 대한 프로그램도 나오고… 커피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알아보니 바리스타는 누구나 교육을 받으면 잘 할 수있는 일이고 카페라는 곳이 적응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는 일자리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당시 장애인 일자리 사업장을 많이 돌아다녀 봤는데 보통 수세미나 비누를 만드는 일을 하시는 모습을 보았어요. 일도 하고 월급도 받을 수 있지만 장애인분들만 모여 있었어요. 그런데 장애인분들이 진짜 원하는건 취업해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거든요.
카페는 진짜 사람들을 만나서 소통할 수 있는 장소인데다가 앞으로 커피 시장이 성장할 꺼라는 보고서를 보고 이 사업이 장애인분들께 일자리와 급여를 줄 수 있을 만한 사업이 되겠다 라는 판단에서 히즈빈스를 시작하게 되었죠.
Q.사업을 시작하셨을 당시가 10년 전쯤인데 그떄는 지금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더 낮았을 것 같아요. 처음에 장애인을 고용하여 카페 운영을 한다고 했을때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저희 지도 교수님 빼고 모든 사람이 반대 했어요. 장로님, 권사님이신 저희 부모님부터 제 친구들도 다 만류했죠. 하지만 전 이 길을 가야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인생을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야하나 고민하던 시기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자’ 중 하나인 장애인 선생님들을 위한 사업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신다면 꼭 해보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Q.처음 1호점을 한동대에 내시는데 재정적인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그 땐 제 통장에 딱 25만원 밖에 없었어요. 부모님께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고, 대출도 받을 수도 없었어요. 하지만 전 기도하면서 하나님이 주실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돈이 제일 많은데 가서 돈을 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스코에 들어가서 히즈빈스를 오픈할 방법을 알아보았어요. 그런데 기적같이 포스코 사회공헌예산이 저희 쪽으로 오게 되면서 첫 매장을 오픈하게 되었어요. 첫 매장 공사를 하고나니 에스프레소 머신을 후원해 주신 분도 있었고 정말 제 돈 하나 안 들이고 일호점을 오픈하게 되었죠.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어요.
장애인 바리스타가 아닌 전문 바리스타
Q.장애인을 바리스타로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따로 있나요?
처음에는 따로 교육과정이 없었어요. 포항에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 심사위원을 하신 분이 계신데 그 분을 찾아뵙고 교육을 받기 시작했고, 매장을 오픈 후 2년정도 되어서 내부적으로 교육팀을 만들었어요. 현재는 히즈빈스 바리스타 아카데미 커리큘럼 7단계까지 교육, 단계별 평가, 시험을 통해 최종평가까지 좋은 성적을 거두면 일을 시작할 수 있어요. 분기별로 평가해서 재교육이 필요한 경우에는 다시 재교육을 받고 일을 하는 시스템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Q.장애인 분들과 함께 일하시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요?
첫 매장 2009년 오픈할 때부터 지금까지 9년동안 히즈빈스에서 일하는 분이 계세요. 처음에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하고 불안해하셨는데, 어느 날 손님이 오셔서 커피를 주문하면서 그 분을 가리키며
“저 분이 내려 주세요.”
하는 거에요. 그 선생님이 깜짝 놀랐지만 기분이 너무 좋으셨데요. 커피를 드신 손님께서 너무 맛있었다고 히즈빈스의 커피 중에서 선생님이 내려주신 커피가 제일 맛있다는 리액션을 해 주신거예요. 그날 선생님께서 활짝 웃으시면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날이다!”
라고 하셨는데 그 표현 자체가 듣는 우리도 너무 행복했어요. 그 날부터 그 분은 자신감 회복과 함께 긍정 에너지가 주변으로 퍼지면서 다른 분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되었어요. 먹는 약은 잠깐 통증을 완화 시키고 증상을 안 나타나게 하는 것이지만 칭찬, 인정, 격려, 자존감 회복은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되게 하는 것 같아요.
Q. 또 다른 에피소드 하나만 더 부탁드릴게요.
저희 직원분들의 연령대가 보통 30대, 40대 이신데 그 중에 결혼 하신 분이 딱 한 명 계세요. 그 분이 43세였을 땐데, 히즈빈스에서 일하시는 중에 8살 연상의 여자친구를 교회에서 만났어요. 그리고 직원들이 월 1회 모이던 모임을 주 1회 모여서 2-3개월동안 프러포즈 준비를 같이 했어요.
프러포즈 하던 날 춤과 동선연습을 하고 약 40명이 직원과 한동대 학생들이 고객인 척 앉아 있다가 플래쉬몹을 했어요. 여자친구분이 매장에 왔을 때 각자의 자리에서 손님인 척 연기하다가 음악이 바뀌고 춤을 추었죠. 선생님께서 꽃과 예쁜 목걸이를 들고 오셔서 프러포즈를 했구요. 결국 결혼에 성공하셔서 잘 살고 계세요. 그 경험을 통해 우리가 더욱 하나로 뭉치게 되었고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더 깊이 느끼게 되었어요.
(히즈빈스 프로포즈 플래쉬몹도 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Q. 힘들어서 이 일을 시작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으셨나요?
후회한 적은 없지만 힘든 적은 많았죠. 몇 년 전에 포항 시청에 매장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시장님께서 임대료를 저렴히 해주시는 등 혜택을 주셨어요. 그런데 새로 시장님이 오시면서 보증금과 임대료가 몇 쳔만원씩 오르게 되었어요.
장애인이나 장애인 고용기업에 대한 이해가 없으셨던 거죠. 그런 비슷한 상황의 매장이 5개정도 되었는데 갑자기 메르스가 터지면서 빚이 2억이 생겼어요. 기도하면서 상황이 좋아지길 기다렸는데 1년을 기다려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더라구요. 그 당시에 식도염, 위염, 십이지장궤양, 장염은 다 달고 살았어요. 경영 컨설팅 하시는 분들은 직원을 1/3으로 줄여 인건비를 절감하라고 했지만 그럴수는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어떤 다큐멘터리에 장애인 직업유지에 관한 통계가 나온걸 보았는데 정신장애인들의 직업유지율이 한국은 18%이고 선진국은 50%라고 하더라구요. 그 당시 저희 히즈빈스의 직업유지율은 95%였어요. 이 사례로 기업들에게 기업 컨설팅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사업 확장을 통해 2억의 빚을 탕감하게 되었어요. 요즘에도 어려움을 겪어 힘들때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향기내는 사람들이 가는 길
Q.향기내는 사람들이 카페 사업 외에 어떤 사업을 하는지 궁금해요.
우선 향기내는 사람들 안에는 히즈빈스, 설레, 향기제작소, V ROAD라는 브랜드 들이 있어요. 히즈빈스는 히즈빈스라는 커피매장 운영과 함께 바리스타 양성을 하구요, 히즈빈스 컨설팅은 장애인 의무 고용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직접 고용에 도움을 드리는 기업 컨설팅 회사입니다. 그 외에 히즈빈스 로스팅과 탈북민들이 일하는 히즈빈스 디저트도 있어요.
그 다음으론 떡 브랜드 설레가 있는데 이곳에서도 탈북민들이 일하고 계시고, 이곳의 목적은 통일이 됐을 때 북한의 먹거리와 일자리를 위한 준비를 하는 곳입니다.
향기제작소라는 공장에서는 떡, 베이커리, 로스팅을 담당하고 있구요.
마지막으로는 V ROAD(브이 로드) 라고 하는 가상현실 교육 사업이 있어요. 장애인 선생님들은 적절한 교육을 통해 충분히 일에 능숙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옆에 교육 담당자가 붙어 직접 교육이 반복되어야 했는데 이렇게 하려면 약 2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리거든요. 교육기간이 너무 길어서 교육 시간을 줄이고자 병행 프로그램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기계를 쓰면 히즈빈스안에 있는 것과 똑같은 상황을 경험 하는 거에요. 집에서 기계를 쓰면 고객이 들어오고 인사하고 주문받고, 360도로 다 보이는 매장을 보며 반복 교육 할 수 있는 시스템이죠. 내년 초에 이 가상현실 교육장이 오픈할 예정이에요.
Q. 사업이 이렇게 확장 되기 까지 제일 큰 원동력이 된 것은 무엇일까요?
향기내는 사람들의 정체성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를 포함한 저희 직원들 모두가 가지고 일하는 신앙정체성, 복지정체성, 기업정체성이에요. 신앙정체성은 이 일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사명으로 주신 일이기 때문에 하나님과의 관계에 성령 충만하지 않으면 못한다는 거에요.
두 번째 복지 정체성은 이 일을 통한 이윤발생이 아닌 장애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데 있어요. 선생님들이 행복하고, 변화되고 있는지, 강점을 성장시키고 있는지를 보는게 복지 정책성이에요.
마지막 기업정체성은 전문성을 뜻합니다. 고객들은 저희 기업의 신앙정체성이나 복지 정체성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잖아요. 저희 기업을 다른 경쟁 업체와 비교해도 맛과 서비스에서 밀리지 않는 전문성을 키우고 있어요. 이 중에서 1순위가 가장 중요해요. 1순위가 안되면 2, 3순위를 아무리 잘해도 소용이 없으니까요.
Q.앞으로의 비전과 계획을 나눠주세요.
처음 주신 마음과 시스템을 가지고 각 나라 각 지역의 지극히 작은 분들과 함께 살아가는게 제 꿈입니다. 규모가 커지는 만큼 새로운 리더들을 세우고 권한을 주고 나누어져서 계속해서 첫마음을 가지고 이 일을 하고 싶어요.
Q.마지막으로 장애자녀를 가지고 있는 부모님들께 위로의 메세지 부탁드립니다.
먼저 장애를 가지고 계신 부모님들께는 부모님들의 상처와 낮아진 자존감이 회복되어야 자녀가 행복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한 자녀의 장애는 나를 벌주시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신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낮은 자를 통해 높은 자를 부끄럽게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통해 본인과 가정이 회복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땅의 가장 작은자를 위해 사업장을 마련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임정택 대표. 빠르고 편한 길 대신 느리고 어려운 길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길을 지체장애인들과 함께 가는 임정택 대표에게선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향기내는 사람들의 삶 그 자체가 블레싱과 릴렉싱이 아닐까.<
글: 김정아, 황인영 기자
히즈빈스 홈페이지 https://www.hisbeans.co.kr
히즈빈스 온라인 몰 http://storefarm.naver.com/hisbeans
히즈빈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hisbe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