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미국의 한 경주마 경매장에 한 눈에 보기에도 다른 말보다 왜소한 체격의 말 한마리가 있었다. 최고의 말을 찾아 온 경매인들에게 이 말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2012년생으로 갓 두살이 된 이 밤색말은 왼쪽 뒷다리를 전다는 경주마로서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하지만 경매에 참여했던 서인석 조교사는 작은 체구에 다리까지 저는 이 말의 반짝이는 눈을 보고 2만 5000달러(약 3000만원)에 그 말을 낙찰받았다.
경주마계에서는 성적이 저조한 말을 ‘똥말’이라고 부른다. 주위에선 서조교사가 3000만원으로 똥말을 낙찰받고, 1200만원의 수송비를 들여 데려온 것이 바보같은 일이라고 비꼬았다.
서인석 조교사는 이 말에게 “천구(天球)”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사람의 눈으로 볼때는 밤하늘의 별들이 마치 하나의 구(球)에 붙어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 천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별들의 거리가 서로 다 다르기 때문이며, 실제 천구는 그 크기가 무한하다.
서조교사는 천구가 핸디캡을 가진 말임에도 불구하고 반짝이는 눈에서 무한에 가까운 재능을 보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을까.
경주마로써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주목받지 못한 천구 곁에는 그를 포기하지 않은 서조교사가 늘 함께 했다. 천구는 다른 경주마보다 왜소했지만 체격에 비해 근육양이 많아 몸집이 다른 경주마들과 비슷한 480kg의 체중을 유지했다. 걸을 때 다리가 불편해 보였으나 통증을 느끼지 않아 경주마로써 고된 훈련도 소화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약 6개월 뒤인 2014년 12월에 천구의 첫 공식경기 데뷔전. 8차례 레이스에서 1위 5번, 2위 1번, 3위 2번을 기록하며 최정상급 성적을 냈다. 이건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한국에서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천구는 각종 세계 대회를 휩쓸고 있다. 천구의 매력은 자신의 단점을 뛰어넘는 것 뿐만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다는 점에서도 빛을 발했다.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말들은 비행기로 수송하는 동안에 화물칸에 꼬박 하루를 갇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천구는 현지에 도착해서도 별다른 스트레스 없이 빠르게 적응하는 대범함까지 보였다.
2015년 한 해에만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챌린지 컵, 일본에서 열린 한일 인터랙션컵에 참여, 입상했고 2016년 1월에는 세계 5대 경주인 두바이 레이싱 카니발에 한국 최초로 참가하는 등 굴직한 대회들은 모두 출전했다.
천구는 국내외 대회를 합쳐 11전의 경기에서 1등을 5번을 하며 수득상금도 3억을 넘어 더 이상 똥말이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최정상급의 말이 되었다.
천구가 다른 경주마들과 레이싱을 하는 것을 보면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는 순발력과 지치지 않는 체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고 천구가 더 이상 다리를 절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천구는 다리를 절고, 체격은 다른 말에 비해 작다.
어쩌면 다리를 저는 핸디캡과 작은 체구때문에 똥말로 평생을 미국의 한 농장에서 보냈을 천구는 자신을 알아보고 훈련을 시킨 서조교사를 통해 경주마로서 날개를 달고 세계를 누비고 있다.
있는 모습 그대로 당당한 말, 있는 모습 그대로를 알아본 서인석 조교사.
그들의 최고의 하모니는 똥말을 명마로 만드는 기적을 이뤄냈다.
기사 및 사진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19355962
http://news.joins.com/article/19357388
http://blog.naver.com/letsrun2014
https://www.youtube.com/watch?v=_Hil7uon9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