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잠을 자야만 할까? 잠을 잔다는 것은 살아있으면서 죽음을 체험하는 것과 같다. 큰 힘을 자랑하던 삼손도 잠에 들었다가 머리카락을 잘렸고, 인간은 잠을 잘 때 아무것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제우스의 아들인 페르세우스도 메두사가 잠들었을 때 목을 베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하나님이 인간을 만들 때 잠을 자도록 만든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잠을 자지 않고 일을 한다면, 세상은 더 발전하지 않았냐는 의문이 예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인간은 인생의 1/3을 잠을 자야 산다. 인간이 무저항 상태로 마치 갓난아기처럼 자신을 온전히 잠 가운데 내어 맡긴 것은 인간이 스스로 자랑하지 말고 겸손하게 살아야 함을 알려 주려함이라고….
그만큼 잠은 인간에게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내일을 힘차게 살기 위해서는 오늘 밤을 쉬어야 한다. 그래야 내일도 있는 것이다. 잠도 안자고 24시간 일한다고 우리의 내일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욕심을 버리고 침대에 누워 생각도, 욕심도 다 내려놓고 갓 태어난 아기처럼 무방비 상태로 쉬어주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
‘코로나의 역설’이란 말이 있다. 쉼없이 첨단을 향해, 더 나은 세상이라는 명목 하에 달려가던 지구는 어느 야생 동물에게서 왔던 눈에 보이지도 않던 바이러스 하나로 멈춰 섰다. 밖에 나갈 수도 친구들을 만날 수도, 모여서 먹을 수도, 학교를 갈 수도 없는 그동안 상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그렇게 인간의 욕심이 멈춰서고 나니 지구는 푸른 하늘과 푸른 물을 되찾았다.
유럽 도시들의 이산화탄소와 질소 농도가 전년도에 대비해 크게 줄었고, 최악의 대기오염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는 인도의 시계가 좋아지며 히말라야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는 급감한 관광객 덕에 물고기가 돌아오고 물이 맑아졌다고 하니 그동안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망가졌던 자연이 코로나로 인해 회복되고 있으니 역설이란 말이 틀리지 않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다 가지려 하지 않고,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귀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고, 그리고 달리지만 말고 쉼을 누릴 수 있는 삶. 그 안에 의미가 있고, 행복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나님이 인간을 잠을 자는 존재로 만들었듯이, 우리 삶에도 나 자신을 내려놓고, 생각도 내려놓고, 쉼을 통해 내일을 새롭게 살아갈 힘을 얻어보는 것은 어떨까.
글.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