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보이는 것이 전부인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가치를 따라 가는 일이 참 막연하게 느껴졌던 시간이 있었다. 한 고비가 지나가면 또 다른 시험이 찾아오는 시간 속에 두려워던 때도 있었다. 여러 생각으로 한참을 고민하다가 만난 이 책의 겉표지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글귀를 보는 순간 내 생각을 덮고 있는 막연함들이 조금씩 걷힐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정답을 찾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정답을 찾아가며 당신을 알아가는 게 목적입니다”
저자(이요셉 작가)는 재수 끝에 교육대학교 진학을 목전에 두었지만 색맹 판정을 받아 원치 않는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삶의 무게로 짓눌릴 때면 교회 구석에 앉아 한 시간이 넘도록 기도하며 이렇게 물었다.
“주님, 이런 나를 사용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한 번 사용해보세요”
그 분을 점점 깊이 알아갈수록 일상을 말씀대로 살아가고 싶은 갈망이 그의 내면안에 일어나기 시작한다. 막연하게 사업을 생각했었지만 그 대신 사람들을 만나고 사진을 찍게 된다. 티베트 선교를 떠났을 때는 그 지역의 회심한 승려에게 찾아가 사진을 가르치는 일을 맡았다.
하나님은 내게 사진을 찍으며 기도하라고 말씀하셨다. 사진을 찍든,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기도하며 하라고 하셨다. 이는 비단 내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에게도 말해주었다. “사진을 찍으며 기도하고, 찍은 사진을 보며 기도해야 합니다” 티베트에서 고작 한 사람에게 말해줄 뿐이지만, 그 한 사람을 통해 만나게 될 더 큰 세상을 상상하며 기도했다. 돌아온 후 한참이 지났을 때 한국에서 선교사님을 다시 만났다. 티베트 승려였던 그가 내게 꼭 전해달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내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가르쳐 준대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일상에서 믿음의 실험을 하기 시작했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불확실한 삶과 두려움이었다. 정해진 월급을 받지 않고 인도하심에 따라, 하는 일도 사는 곳도 계속 바꾸었고 한 가지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 분과의 교제시간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빈 공간을 만들었다. 때때로 기업 홍보팀의 큰 프로젝트 제안이 오기도 했지만 기도하면서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나는 비가 새고 곰팡이가 가득한 지하방에서 이사를 가야 할 형편이었기에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이를 거절했다. 그리고 기도했다.
“하나님, 올 한 해 동안 저를 통해 하실 일이 있을 텐데 ‘요셉아, 오늘 거기에 가자’ 라고 하실 때 안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주님이 가자고 하시는 곳이 어디든 그곳에 있을 수 있도록 올 한해를 비워 둘게요”
믿음으로 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할 때 그의 안에 떠오르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을 두고 장난치는 것은 아닌가?’ 지금까지 신실하게 인도하셨던 그분이 앞으로의 내 삶도 책임져 주시리란 믿음이 약해질 때 저자는 자신이 두려워할 목록을 열거해본다.
‘지난 시간, 선택, 살아온 과정들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오늘 제 인생에 다시 주님을 초대합니다. 계속된 인생의 질문들을 오늘 또 묻습니다. 주님, 가르쳐주세요. 말씀해주세요. 인도해주세요’ 살아가며 쉼 없이 두려움을 만나지만 그 때마다 이 약속을 기억한다. ‘네가 두려워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두려워할 만한 모든 목록을 열거해보면 진정 두려워해야 할 분은 주님임을 깨닫는다. 그 주님 앞에 온전히 서 있으면 두려움은 차차 옅어진다.
자신의 재능과 달란트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어하는 이들이 그에게 찾아와 조언을 구할 때, 저자는 의미 있어 보이고 가치 있어 보이는 것만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일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통해 일하는 지도 주목해서 보시지만 내가 어떤 존재인지도 보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 삶에 주어진 작은 것, 옆에 두신 작은 자에게 충성하고 순종하라고 조언한다.
다윗이 아직 어린 목동일 때 꾸준히 했던 작은 물맷돌 던지기가 결국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결과로 이어진 것처럼, 내게 주신 작은 믿음의 기회들을 붙잡아 물맷돌 던지는 연습하듯 훈련을 해야한다. 그 믿음의 과정은 주님이 주시는 기회로 이어진다. 주님의 훈련은 영적 진공 상태에 있지 않다. 나는 냇가에 버려진 흔하디 흔한 물맷돌은 주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믿는다. —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것들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받을 자격이나 운용할 능력이 없지만 그럼에도 주님은 맡기신다. 나를 정말 잘 아는 분은 나를 지으신 하나님이며, 그 분은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우리를 보신다.
“그 때에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으므로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삿 17:6)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진리가 힘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혼돈의 시대 가운데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이상주의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저자는 내가 내 삶의 주도권을 내려놓고 그 분의 인도하심을 구할 때 세상이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아버지의 마음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가진 연약함이 오히려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 분과의 친밀한 사귐이 우리 안에 충만히 임하는 삶, 그런 Blessing과 Resting을 계속해서 추구해 나가길 마음 깊이 원한다.
저자. 이요셉 작가
그는 수 많은 믿음의 실험을 하면서 오늘뿐 아니라 내일도 여전히 일하실 주님을 신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 미궁 같은 문제를 만나 허우적거린 적도 많았지만 매번 두려움의 실체와 그것을 덮어버리는 믿음을 배웠다. 그리고 온 마음과 몸으로 주님이 가리키시는 곳을 향하는 치열한 믿음의 여정을 기록했다.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로 진정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표현하며, 여러 NGO단체에서 재능을 나누고 있다. 백석전문대학원 미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한국나눔봉사대상 금상, 대한민국을 빛낸 한국인상, 기독교출판문화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 <결혼을 배우다>, <육아를 배우다> 외 6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