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낙태 클리닉 가족계획연맹에서 8년간 일해 온 ‘애비’, 낙태 경험자로서 자신과 비슷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여성들을 돕는다는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해 일한다. 하지만 8년 동안 한번도목격하지 않았던 낙태 수술을 처음으로 목격한 날, 그녀의 신념은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우연한 계기로 가족계획연맹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애비는 건물 바깥에서 낙태 반대운동을 하는 생명운동가 메릴리사를 만난다. 연맹에서 벌어지는 낙태를 왜 하면 안되는지 설명하려는 메릴리사를 향해 애비는 자신 또한 낙태를 경험했다 말하며 낙태를 막는 시위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반박한다.
“사실 저도 낙태를 한 적이 있어요. 다른 여성이 같은 선택을 한데도 저에겐 문제되지 않아요. “
애비는 대학 시절 만난 남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지게 되었는데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남자의 설득으로 낙태를 하게 된다. 이를 돌이키고자 그와 결혼했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결국 두 번째 아이를 낙태하기에 이른다. 이후 그녀를 사랑하는 지금의 남편 더그와 결혼하여 가정을 이뤘지만 가족계획연맹에서의 일이 과거의 자신과 같은 곤경에 처한 여성들을 돕는 일이라는 그녀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정말 낙태를 해도 될지 고민하며 자책하는 여성들에게 불가피한 선택이니 괜찮다며 위로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시술을 받을 것을 권한다. 애비의 부모님과 남편은 그녀가 돌이키기를 기다리며 기도할 뿐이다. 검사 중에 자궁암을 발견한 여성을 예로 들며 낙태가 꼭 필요한 선택이었다고 이야기하는 애비에게 그녀의 엄마는 말한다.
“엄마 아빠는 말야. 네가 수정된 순간부터 넌 우리의 아가였어”
누구보다 일에 열정적인 애비는 소장인 셰릴의 지명으로 차기 소장에 임명되었고, 때마침 더그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게 된다. 셰릴은 못마땅해하면서도 임신한 애비의 모습이 낙태 결정에 도움이 된다며 애비가 여성들을 상담하는 일을 계속하게 한다. 애비는 딸 그레이스를 낳은 이후에도 소장의 일을 놓지 않고 지속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무언가 답답함과 죄책감이 가시지 않는다.
4년 후 어느 날 그녀의 인생에 변화의 시간이 찾아온다. 미국 역사 상 3번째로 큰 허리케인이 닥치기 전 날, 낙태를 하기로 한 여성들의 예약된 수술일정을 앞당겨 낙태수슬을 진행한 애비는 가족계획연맹에서 최고의 실적을 올린 지점 소장에 올라 ‘올해의 직원상’을 받는다. 본부의 디렉터가 된 셰릴은 모든 지점의 소장이 모인 자리에서 가족계획연맹이 서반구에 최대 규모의 의료센터를 짓게 될 예정이며 24주의 태아까지 수술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 말한다. 애비는 가족계획연맹의 목적이 궁극적으로는 사전에 원치 않은 임신을 줄이는 것이지 낙태수술이 아니지 않냐며 반박하는데 셰릴은 가족계획연맹의 모든 수익은 낙태에서 나온다 못 박는다.
“네 월급은 낙태 수익에서 나오는 거야. 낙태가 네 연봉을 맞춰주는 거지. 너와 네 가족의 생활비를 책임지고 있다고”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셰릴을 반박했다는 이유로 징계까지 받지만 애비는 낙태가 불가피하고 자신의 일이 여성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열정을 다해 일에 매진한다. 매일 낙태 현장 주위에서 기도하는 생명운동가들의 운동이 이어진 어느 날, 애비는 우연히 들어간 수술실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된다. 13주 된 태아는 사람도 아니고 세포덩이에 불과하다고 믿었는데 완벽한 사람의 모습을 한 초음파 속 아이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위협해오는 튜브를 피하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사라졌고, 텅빈 아기집을 본 애비는 충격에 휩싸여 수술실을 뛰쳐 나가 생명운동가의 사무실로 향한다.
“그걸 봤어요. 막 움직이더라고요.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었어요. 아주 작지만 완벽한 아기였어요 근데 이제 사라졌어요”
수 많은 후회와 죄책감을 지나 이제는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기로 한 애비, 생명운동가가 되어 낙태를 하러 온 여성들에게 수술의 실상을 알리기 시작한다. 가족계획연맹은 고액의 변호사를 선임해 법정싸움을 걸어오게 되지만 실패로 끝나고 가족계획연맹 센터는 문을 닫게 된다. 애비는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희생된 두 아이를 기억하며 마지막 말을 전한다.
“너희들을 너무 사랑해. 그리고 너희를 지키기 위해 싸우지 못해 미안해. 그런 선택을 물리칠 만큼 너희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어. 너희를 매일 생각해. 언젠가 너희를 천국에서 만날 거라 믿어”
영화를 보면서 낙태를 하는 여성들이 육체적으로 겪는 고통과 함께 어마어마한 죄책감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생명은 이미 잉태될 때부터 어떠한 세포가 아닌 하나의 ‘사람’이라는 것이 너무도 선명하게 다가왔다. 더 이상 낙태를 옹호하는 것이 아닌 사회가 나서서 태아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더이상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는 가치관이 태아에게까지 적용되도록 말이다.
글. 임효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