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앤알 편집장을 하면서 생긴 습관이 하나 있다. 바로 어디에서 무얼 보든, 누구를 만나든 비앤알이 있는가 살펴보는 일이다. 책을 읽든, 영화를 보든, 사람을 만나든 그 안에서 비앤알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그리고 없다면 왜 없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이 ‘일이니까 그렇지’라고 쉽게 말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시작은 그랬다. 처음에는 이 일을 의뢰 받고 비앤알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듣고, 그에 관련된 기획 거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일을 해야하니, 소재를 찾아야 하니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아니 매일 일상생활 속에서 비앤알을 찾는 일을 계속하다 보니 이게 이제 습관이 되어 버렸다.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순간순간 나는 비앤알을 찾고 있다 아니 발견하고 있다. 습관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이제는 드라마를 봐도 예전처럼 보지 않고 비앤알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이건 소재 거리가 될까 떠올려 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비앤알을 이해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것은 처음엔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인정받으려는 욕구와 더 가지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존재 그 자체로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누리자는 말이 세상이 말하고자 하는 가치와 반대로 가는 것 같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붙들고 있는 것들을 내려 놓고 나를 온전히 사랑하시는 그 분 안에서 자유함을 느낄 때 비로소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번쯤 노력해 볼만하지 않을까? 비앤알을 찾아가고 그대로 살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얼음이 녹는 것은 영하 1도에서 0도가 되는 순간이다. 0도에서 1도가 되는 순간 거대한 변화가 시작된다. 암은 80% 성장할 때까지 전혀 발견되지 않고 퍼져 나가다가 한달 만에 신체 전체를 장악하고 대나무는 5년 동안 광범위한 지역에 뿌리를 내리다가 6주 만에 30미터를 자란다. 습관 역시 중대한 한계점에 도달해서 새로운 성과를 보이기 까지 아무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다. 쌓이고 있다. 모든 일은 0도가 되어야 일어난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중에서
자연 속에서, 책 속에서, 영화 속에서, 사람 속에서, 풍경 속에서… 어렸을 때 하던 보물찾기 놀이 중에 수풀 속에 숨겨져 있는 반짝이는 보석상자처럼 말이다. 어떤 노력도 헛되지 않다. 오늘 실패했다면 내일 다시, 어제 실패했다면 오늘 다시 일어서서 내가 움켜쥔 것들을 서서히 풀어준다. 그리고 스스로를 향해 이야기한다. 나는 이미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선을 향한 노력은 습관을 만들고, 결국 그 습관이 최선의 결과를 만들고야 만다. 이런 마음으로 오늘도 숨겨진 비앤알을 찾아 나선다.
글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