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사진 속 이 멋진 풍경은 어디인가요?”
오랜만에 만난 지인은 정작 자신이 몇 해 전 나와 함께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당시 나의 여정을 안내한 사람이 그였기에 ‘멋진 풍경’의 장소가 그가 살던 키르키즈스탄이라고 말해주었을 때, 우린 마주보며 한바탕 웃었다. 해 질 무렵,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한 목동의 단조로운 일상이 이젠 먼 곳에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의 가슴에 근사한 추억으로 되살아났다.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George Winston)은 미국의 한 공영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텔레비전이 흔치않았던 그의 어린시절을 회상했다. 그가 자란 몬타나 주의 시골에 방송이라고는 유일했던 동네 라디오 방송국의 프로그램이 들려주는 음악으로 계절의 변화를 짐작하곤 했다고 말이다. 소소한 추억의 일부처럼 인터뷰에서 나눈 조지 윈스턴의 경험은 실제로 훗날 그가 걸어온 연주 인생에서 음악적 영감의 원천이 되어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의 손끝에서 계절을 만나고 있다.
서늘한 바람이 옷깃에 스며드는 늦가을, 모처럼 떠오른 지인과 윈스턴의 사소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는 어쩌면 덧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듯한 나의 삶에 계절을 알리는 두드림 같은 것일까. 무심결에 지나친 시간의 조각들 틈에 어느 순간이, 나에게 또는 누군가의 인생에 유익한 가치로 남을 수 있을까. 해를 넘기기 전,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인 순간이 울리는 미세한 파동에 마음이 기울여진다.
촬영장소: 키르키즈스탄
작가 소개: 윤한구
미국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 양육과 함께 시작된 아빠 사진가의 길을 계기로 사진 세계에 입문했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저개발국가의 척박한 난민 캠프이든, 화려한 도심 속 번화가이든, 강렬한 조명 아래의 런웨이든, 처음에 가졌던 아빠의 마음으로 사진작가의 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다. 현재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으며, www.justfabulousmonk.com을 통해 그의 시선을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