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프 월도 에머슨은 이렇게 말했다.
‘잡초란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
우리 눈에는 다 그 풀이 그 풀 같고 뽑아버려야 할 쓸모 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잡초’ 라고 우리가 뭉뚱그려 부르는 그 풀들은 각자 다른 모양새와 자신만의 이름을 가진 하나의 고유한 존재이다
사람들이 무시하는 존재인 잡초가 그 오랜 시간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뿌리’에 있다. 우리나라 공터나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초 중에 ‘메귀리’라는 것이 있다. 보통 1미터 높이 까지 자라는 잡초인데 이 잡초의 뿌리는 수염처럼 가는 뿌리를 수도 없이 땅 속에 내린다. 실제 이 실같은 뿌리를 모두 연결하면 550 km에 이른다고 한다. 서울 광화문에서 해운대 까지가 400 km이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잡초는 뿌리를 내리는데 집착(?)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물에 있다. 물이 부족할 때 뿌리를 길게 뻗는 것이다. 물을 찾을 때까지 뿌리를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척박한 환경이 그 긴 뿌리들을 만들어 생명력을 유지시켜 주고 도시의 아스팔트 같은 곳에서도 시들지 않고 자라나게 하는 힘인 것이다.
그걸 알고 난 다음부터는 길가에 흔하게 핀 메귀리가 잡초로 보이지 않았다.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씩씩한 식물로 보이기 시작했다.
흔하게 핀 들풀도 하나의 개별적인 귀한 존재로 여기며 창조하시고 이름을 붙여주신 그분을 생각한다. 그리고 비록 오늘의 내 삶에, 상황에 어려움이 있어도 든든하게 버텨내 줄 긴 뿌리를 만드는 시간이라고 감사하게 된다. 이런 깨달음을 주는 것을 보니 ‘세상에 잡초라는 식물은 없다’는 말이 새삼 다가온다.
글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