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뉴스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호주에서 털이 온몸을 뒤덮어 움직이지 못하는 한 마리 양을 구조한 것에 관한 내용이었다. 바라크라는 이름의 이 양은 털이 계속 자라 양이 아니라 멀리서 보면 바위처럼 보였다고 한다. 원래 가축으로 기르는 양은 1년에 한번 정도 털을 깎아 줘야 하는데 바라크는 한때는 가축으로 길러지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버려지고 그리고는 아무도 털을 깎아 주지 않아 그런 모양이 된 것이다. 털을 깎고 보니 35kg에 달했다고 하는데 이 털은 무게도 무게지만 눈까지 자라면 잘 보이지 않아 위험할 수 있도 있었다고 한다. 바라크의 털을 깎고보니 오히려 또래 양보다 몸무게 미달인 작은 새끼 양 같아 보였다.
초등학생 몸무게 정도인 35kg이나 되는 털을 그 작은 양이 이고지고 다녔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 삶도 이 양의 털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 엄청나 보이지만 실제로는 1년에 한번 제거해야하는 털과 같은 것들이 많지 않을까. 사람들이 하고 다니는 차, 사는 집, 입는 옷, 모든 것들이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아닐까.
우리 집만 해도 그렇다. 1년에 한번도 쓰지 않는 물건들이 서랍이나 창고 여기저기 가득하고, 입지도 않는 옷들이 옷장을 채우고 있고, 언제 산지도 모르는 음식들이 냉장고에 가득하다. 나 본연의 모습은 감춘 채 비싼 옷과 가방, 신발이 나인 채 살아가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의미 없는 취미활동으로 삶이 가득 차 있기도 하다. 바라크가 지고 다녔던 털처럼 말이다.
길게는 1년에 한번, 짧게는 분기별에 한 번이라도 양이 털을 깍듯이 내 삶에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벗어버리고 비우고 정리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주변의 것들을 내 눈과 시야가 가리고 무거운 털의 무게로 인해 뛰어다니지 못하는 인생이 되지 않게 말이다. 그런게 바로 비앤알의 삶이 아닐까. 작은 양 바라크에게 배운다.
글 김미현 기자
사진 출처: Edgar’s Mission
동영상 출처: 로이터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