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을 처음 알게 된 건 작년 추석, 고향이 대전인 한 직원이 사온 튀김 소보로빵 때문이었다. 소보로와 단팥이 어우러져 달콤하면서도 한입 깨물면 나는 바삭한 소리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 모두 참 즐거웠었다.
올해 1월 빌드에서 ‘우리가 사랑한 빵, 성심당’이 새해 첫 필독서로 선정되었다. 단순한 빵집이 아닌 모두가 행복한 경제를 꿈꾼다는 카피 문구를 보고 소보로 빵을 먹었던 행복한 기억과 함께 성심당이 어떤 기업인지 궁금해졌다. 300페이지 분량의 책 두께에 놀란 것도 잠시, 반나절 만에 그 책을 독파해버렸다.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성심당은 6.25 전쟁 당시 대전에서 밀가루 두 포대로 시작했다고 한다. 동네 빵집을 넘어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으로 성장한 성심당의 창업자인 임길순 대표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기약없는 피난길을 떠나기위해 흥남부두에 몸을 실었다.
1만 5천 명에 가까운 인파 속에서 겨우 배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영화 국제시장에 나온 바로 메러디스 빅토리호. 정원이 2천명인 화물선에 무기를 모두 버리고 피난민을 거제까지 실어날랐다.) 자리가 좁아도, 허기가 져도, 어느 누구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임길순 대표는 ‘이번에 내가 살아날 수만 있다면 남은 인생은 남에게 베풀기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아무 연고도 없이 대전에 정착하게 된 임길순 대표는 먹고 살 것이 없어 찾아간 대흥동성당에서 지원 받은 밀가루 두 포대로 찐빵장사를 시작했다. 성심당을 세울 당시 임길순 대표는 그 당시 허허벌판이던 대흥동성당 맞은편에 세웠다. 꼭 성당 옆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웃주민들은 허허벌판에 있는 작은 찐빵집이 곧 망할 것이라고 했지만 현재 그 동네는 대전에서 가장 번화한 ‘은행동’이 되었다. 임길순 1대 대표는 그 배에서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키려고 하루에 빵 300개를 만들면 100개는 이웃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런 나눔의 정신에 입각하여 지금까지 성심당을 운영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성심당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2005년 설날을 앞둔 어느 날 옆 건물을 태운 불이 성심당으로 건너와 3층 공장이 완전히 전소된 것이다. 2대 임영진, 김미진 대표부부는 사업을 정리하려고 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할 때에 ‘잿더미 속의 우리 회사, 우리가 일으켜 세우자’는 말을 써 붙여가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밤낮 복구작업에 들어갔다. 덕분에 4층에 만든 임시공장에서 단팥빵이 노릇노릇 구워져 나올 수 있었다. 복구작업이 이루어진 지 6일만에 다시 매장을 오픈하는 기적 같은 일을 일어났다.
위기를 극복하고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성심당은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지금은 대전을 상징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설립 때부터 이어져온 나눔의 정신을 더욱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라
1월 필독서 지정에 이어 2월에 ‘직접 맛보고 경험하라!’는 취지 하에 빌드 전 직원이 성심당을 직접 방문하는 일정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일주일 전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책에서 만난 성심당과 직원들은 어떤 모습일지, 갓 만든 빵은 얼마나 맛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들뜬 마음을 안고 대전 성심당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성심당이 있는 대전 은행동에 도착하자 평일 오전 11시인데도 벌써부터 인파가 북적인다. (주말이나 평일 저녁엔 매장 밖까지 길게 줄을 늘어선다고 한다.)
성심당은 회사의 역사와 가치,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빌드도 사전에 이 프로그램을 예약하고 교육을 듣기 위해 본사 건물로 이동했다. 본사에 들어서자 성심당의 경영이념을 담은 성경 구절,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 (로마서 12:17)이 눈에 띠었다.
우리에게 성심당의 가치에 대해 설명해주셨던 경영지원본부 CS팀, 김현미차장님은 본래 식음료매장에서 홀서빙을 하셨는데 남다른 열정과 미소, 넘치는 친절함 때문에 대표님의 눈에 들어 초고속 승진을 하셨다고 한다. 임영진 성심당 대표님의 하루 일과가 담긴 영상을 시작으로 성심당의 역사, 기업가치를 들으면서 ‘사랑’을 말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실천하는 기업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익이 아니라 나눔의 가치
이익이 아니라 나눔이 사업의 목적이었던 임길순 창업주는 만든 빵을 다 팔고 난 이후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빵이 없다며 직원들에게 다시 반죽을 새로 만들게 했다고 한다. 또한 돈이 없어 빵을 살 수 없는 사람들도 빵을 즐길 수 있도록 시식용 빵을 푸짐하게 준비했는데 그 비용이 1년에 약 7억이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객과 가난한 이웃을 넘어 주변에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상인들에게 성심당에서 수돗물을 끌어와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현재는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이 역시 저렴한 비용을 받고 있다.) 전 직원이 휴무인 ‘성심당 캠프’ 날에는, 성심당이 휴무인지 모르고 찾아왔다가 헛걸음을 하게 된 고객들에게 왜 성심당이 휴무인지, 고객들이 듣고 싶어하던 성심당의 문화에 대해 마치 직원처럼 설명을 해준다고 한다.
성심당의 ‘모든 이가 다 좋게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라는 구절은 현판으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직원들에게, 성심당 주변 상인들에게, 이웃들에게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강의를 듣고 우리는 성심당 자회사인 ‘테라스 키친’에서 점심으로 맛있는 돈까스를 먹었다. 밥과 피클을 담은 그릇이 기울어져 있어 고객들이 반찬을 먹기 편하게 되어 있었다. 작은 것 하나에도 고객을 생각하는 배려가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성심당’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가지각색의 빵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었다. 듣던대로 시식 빵도 큼지막하게 잘라져 있어 누구든 부담없이 시식을 즐길 수 있었다. 케익과 디저트를 파는 ‘성심당 케익 부띠끄’, 옛날 즐겨먹던 빵들을 파는 ‘성심당 옛맛솜씨’도 함께 있어 구경만 해도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구경만 할 수는 없는 법. 가족들과 함께 성심당의 맛을 나누기 위해 직원들 모두 양손 가득 빵을 사서 서울로 출발했다.
사랑을 이루는 기업
성심당의 가치를 나누는 강의 시간에 앞으로의 비전이 무엇인지 질문을 드렸다. 김현미 차장님께서는 주저 없이 ‘사랑’이라고 대답하셨다. 좋은 품질의 빵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사랑하고, 동료들의 필요를 채우고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돌보며 섬기는 것, 이 ‘사랑’을 궁극적으로 이뤄나가는 것이 성심당의 비전이라고 설명해주셨다.
이익 창출이 기업의 목적이라는 개념이 상식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처럼 들렸다. 성심당을 방문한 짧은 시간 동안 ‘고객 사랑, 직원 사랑, 회사 사랑, 이웃 사랑’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 지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우리 같은 일반 기업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성심당이 말하는 ‘사랑의 나눔’과 ‘함께 사는 경제’에 관심을 갖고 직접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또한 거대프랜차이즈 빵집들 사이에서 이렇게 단일 베이커리가 성공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여러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사랑과 그 사랑을 나누는 실천이 성공의 비결은 아닐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빌드도 우리가 만든 옷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그 사랑을 고객들이 느낄 수 있기를, 우리의 이야기도 성심당처럼 사람들에게 영향력있게 전해질 수 있는 시간이 곧 오길 기도해 본다.
임효선, 최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