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8세의 아기 엄마인 동화작가 윤지회 씨는 어느 날 동네병원에서 위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대형 병원 세 곳을 거치는 동안 1기, 2기, 3기.. 병기(病期) 가 올라가면서 마음 속에는 놀람과 두려움이 가득 찹니다. 차가운 병실에서 온 몸으로 고통을 견디며 들은 수술 결과는 처참합니다.
‘위암 4기입니다. 말기에요’
4기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병을거짓말 같은 ‘사기병(詐欺病)’, 쉽게 깨지는 ‘사기병(沙器甁)’ 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고통스러운 수술을 견뎌냈지만 더 무시무시한 항암치료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온 몸이 아 내리고 머리가 빠지는 항암치료를 한 단계씩 지나가며 그녀는 일상의 사소한 것 하나조차 절대 사소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 갑니다. 물 한 잔 마시는 것, 기침하는 것, 조금만 빨리 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아들과의 소소한 일상… 무엇보다 그녀에게 살아 내야겠다고 힘을 주는 이들은 그녀의 가족입니다.
두 돌잡이 아들 반지, 무뚝뚝하지만 마음 속 의지를 다잡아주는 남편, 언제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친정부모님, 시부모님이지요. 그녀는 자신에게 새로운 삶이 주어진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내가 병을 극복한다면 단 하루도 헛되이 보내지 않을 것이다. 힘 없는 자를 도울 것이고 내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달려갈 것이다. 숨쉬는 이 순간을 감사히 여기고 꼭 극복할 것이다.”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그녀의 슬픔과 기쁨이 점점 더 마음속에 선명히 차오르는 느낌이 듭니다.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며 말이지요. 우리의 인생이 그런 것 같습니다. 때로는 절망에 휩싸이다가도 어느 순간 보면 동시에 강한 희망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종종 봅니다. 지금 당장의 삶이 고통일지라도 언젠가는 누구에게 자그마한 쉼과 위로를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인생의 진정한 블레싱Blessing이 아닐까요.
글 임효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