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들을 자립을 돕고, 상처를 보듬는 비영리 단체, 별을 만드는 사람들의 심규보 대표를 만나 그의 인생에 나타난 비앤알 스토를 들어보았다.
Q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대표님과 ‘별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심규보이고, 현재 ‘별을 만드는 사람들’이란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저희 단체는 학교 밖 청소년들, 소년보호 처분 받은 친구들, 범죄 피해 아동 등 위기 가운데 있는 청소년들이 하나님 안과 사회 안에서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비영리 민간 단체입니다. 또 저는 개인적으로는 범죄 영역 안에서 전문가(*범죄심리사)로 활동했었고요. 현재 제 직업은 범죄피해 평가 전문가입니다. 소년원 아이들의 국선 변호인, 전자발찌 대상자 전문상담, 만기 출소자 평가, 소년원 위탁보호위원 등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 범죄심리사: 범죄를 일으키는 범죄자의 특이 성향이나 성장배경, 환경적 요인 등을 분석함으로써 범죄예방이나 수사에 도움을 주는 전문가
돕는 별이 되기 위해
Q 단체명이 예쁘고 독특하네요. 이름에 담긴 특별한 뜻이 있을까요?
학교, 가정, 사회에서 소위 ‘특이하다’고 받아들여지는 아이들이 사실은 굉장히 특별하고 하나님께서 주신 고유의 달란트가 있는 애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어진 원래 모습 그대로 ‘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별을 만드는 사람들’(이하 별만사)이라고 이름 짓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이름이 별 ‘규’와 도울 ‘보’라는 한자를 쓰는 데 부모님께서 ‘돕는 별이 되거라’라는 뜻을 담아서 지어 주셨어요. 그 의미도 함께 담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별을 만드는 사람들’ (이하 별만사) 에서 하는 주요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위기청소년들의 자립을 돕는 일, 그 중에서도 청소년 보호 영역이 있습니다. 다른 단체에도 보호 업무를 하지만 저희는 특수하게 아이들이 재범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의 검정고시를 쳐서 학업을 계속해 나가는 것, 직업 연계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문신 있는 친구들의 문신을 지울 수 있게 돕기도 하고요. 두 번째로는 예전에 ‘간질’로 불렸던 *뇌전증 환우와 그 가족들이 사회에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뇌전증: 뇌전증 발작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 인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뇌전증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만성화된 질환. 간질로 과거에 불렸으나 용어 자체가 주는 사회적 낙인이 심하기 때문에 뇌전증이라는 용어로 변경되었다.
Q 말씀하신 것을 들었을 때 정말 다양한 일들을 하고 계신데요. 비영리 민간단체로 이 일을 하시는 것 결코 쉬울 것 같지 않아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제 개인 사비로 시작했고 지금은 후원금을 받거나, 시나 지자체 사업 등을 통해서 재정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아이들 상담, 음식 후원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저희 ‘별만사’를 섬겨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Q 그럼 아이들은 어떤 경로로 ‘별만사’에 오게 되나요?
스스로 찾아서 오는 친구들도 있고, 부모님께서 데리고 찾아오시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범죄심리사, 소년원 교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저희 단체로 연계가 되기도 해요. 소년원에서 틀어주는 영상에서 제 얼굴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저희 단체를 알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안타깝게도 청소년 자립을 돕는 단체가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찾아 다니다 알음알음 저희 단체로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의 이웃, 학교 밖 청소년들
Q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청소년들이 참 많은데, 어떤 이유로 학교 밖 청소년들이 되는 걸까요?
범죄심리이론에서는 ‘자유의지이론’, ‘환경결정이론’으로 구분지어 말하고 있긴 한데요. 성인 같은 경우는 자유의지에 근거하여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을 할 수 있지만 청소년의 경우에는 자유의지만으로 범죄자가 되지는 않아요.
실제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의 75% 많게는 80% 이상의 아이들이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부모님이 알코올 중독이거나 정신장애를 가진 경우이거나 경제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어요. 부모님께서 무학(無學)인 경우도 있고요. 한 마디로 어려운 환경에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자립을 하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그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 사회, 어른,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저희 단체도 그런 배경으로 시작된 곳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단체를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아이들을 만나서 밥 사주고, 학교 보내주고, 문신 지워주고 돕는 일을 계속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대구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인천, 청도까지 총 네 곳에 시설을 운영하게 되었어요. 인천 별만사는 음악치료와 심리상담을 주로 하고, 청도는 직업 재활을 위해 바리스타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구에서는 스포츠 치료 센터도 운영하고 있어요.
* 조손 가정: 만 18세 이하인 손자나 손녀와 65세 이상인 조부모로 구성된 가정
Q 타 지역에도 이 일에 동참해서 함께 하기로 하신 분들이 참 귀한 것 같아요.
‘위기 청소년 사역자 연합회’라는 공동체가 있는데, 이 곳에서 계속적으로 교제하던 사역자분들이 계세요.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하셨던 분들이 뜻을 품고 본인이 계시는 지역에서 별만사를 시작하게 되셨어요. 이 일이 워낙 고되고 힘들기 때문에 제가 하라고 말할 수 없는 입장인데 참 감사하지요. 이렇게 돈 안되는 프랜차이즈를 계속 오픈하고 있습니다. (웃음)
‘악해서’가 아니라 ‘약해서’
Q 말씀을 들으니 위기청소년 사역이 쉽지 않을 거 같은데,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아이들이 안 좋은 길로 들어서는 큰 이유는 아이들이 ‘악해서’가 아니라 ‘약해서’라고 생각해요. 사실은 약하기 때문에 탈선하고, 문신을 하는 거거든요. 저도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랐고, 한때는 심각한 비행청소년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아이들에겐 사랑과 관심, 끝까지 기다려주는 게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거고요.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의 심리와 행동, 범죄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TV를 볼 때도 ‘왜 저 사람은 범죄를 저지르지?’라는 질문을 항상 가지고 있어서 그런 프로그램을 많이 보았고요.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들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기도 했어요.
Q 청소년 시기 때 대표님은 어떤 아이였나요?
제가 비행청소년이기도 했지만 공부는 계속 했었어요. 약간 놀면서 공부 잘하는 아이라고 할까요? (웃음) 친척들도 다 공부를 잘했고, 제가 장남에 장손이었기 때문에 학업을 중단했을 때 친척어른들께 핀잔을 많이 들었어요. 공부를 계속 하고 싶었는데 그 당시에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뇌전증 증상이 나타나서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어쩔 수 없이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어요. 수업 시간에 자꾸 발작을 하고 쓰러지니까 정상적으로 학업을 이어 나갈 수 없었어요. 그래도 공부를 해서 다른 아이들이 학교 졸업하는 시기에 맞춰서 검정고시를 치렀어요.
Q 학업을 그만두고 방황의 시기를 겪다 변화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학교 밖 청소년으로 살아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하는 마음이 항상 한 구석에 있었어요. 그래서 친구들 졸업할 때 맞춰 검정고시도 친 거고요. 하지만 계속 몸 상태가 안 좋고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니 염세적으로 변해갔어요. 고생하시는 엄마를 보면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고 다짐했지만 집이 너무 가난하고 당장 생활이 어려우니 자살 충동도 겪게 되더라고요.
가족을 위해서는 내가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그러다가 스물 다섯살에 극적으로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성경말씀을 읽는 중에 하나님께서 ‘내가 너를 구원하겠고, 너를 사용하겠다’고 말씀 해주셨어요. 그 다음에 제가 해야할 일을 찾게 되고, 늦은 나이지만 공부를 시작 했어요.
Q 위기의 청소년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아까도 말씀 드렸다시피 환경을 바꿔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집을 어항으로 비교하면 어항의 물고기가 병이 들면 그 어항의 물을 바꿔주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죠. 하지만 사회에서는 소년법을 폐지하고, 범죄 처벌 연령을 낮추라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어요. 사실 살펴보면 사회에 어른이라고 불리우기 힘든 어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게 문제인데도 말이예요. 정이 없는 세대이고, 부모가 사랑과 방임을 혼동하고, 자녀들의 탈선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묵인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니 학교에 보내지 않아요. 심지어는 자녀가 불편할까봐 부모가 담배를 대신 사다 주기까지 해요.
좋은 어른의 모델이 필요한 시대
Q 벌어지는 문제의 대부분은 가정의 문제와 관련이 깊네요.
부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벌어지는 문제가 참 많습니다. 위기청소년 가정 중에 잘 사는 친구들도 제법 있고요. 가정형편이 어렵다 하더라도 복지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밥을 굶는다 던지 하는 일은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진짜로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의 생각을 바꿔주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는 무서운 선생님으로 통해요. 매를 들어서라도 아이들의 생각을 바꿔주어야 한다는 게 제 철학이거든요. 요새 아이들에게는 무서운 어른이 없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선생님도 경찰도 무섭지 않은 세대이기 때문에 아이들 마음대로 행동하는 거죠.
아이들에게 있어 첫번째로 보고 배울 어른은 부모인데, 그렇지 못하니 학교에서도 권위에 순종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청소년들이 계속 생깁니다. 공부해서 직장을 갖기 보다는 당장의 돈이 더 좋아 보이기 때문에 도박, 성매매에 쉽게 노출되고요. SNS와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컨텐츠도 이런 잘못된 생각에 한몫 합니다.
Q 어렵고 힘든 이 길을 계속 걸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예수님 때문에 하는 것 같아요. 일을 하다 보면 답답하고 짜증나는 일도 많지만 아흔 아홉 마리의 양을 두고 길 잃은 한 마리 어린양을 끝까지 찾으셨던 예수님의 마음을 생각해요. 가끔은 아이들을 보면. ‘어떻게 저러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하나님은 제게 ‘너도 그랬어’라는 마음을 주시더라고요. 그러다보면 또 이해가 되고 그래요.
Q ‘별만사’ 에서 아이들에게 복음 전하는 일도 하고 계신가요?
저는 아이들의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회복지전문가이기 때문에, 사람 만드는 것까지는 저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영혼 구원하는 일은 제 역량으로 한계가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기성교회에 가기도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교회가 아이들을 받아주기를 꺼려하더라고요.
좋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대화를 나누다가 상처를 주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목회자분들과 연합해서 예배도 드리고 있어요. 내년 1월에는 별만사 교회가 개척을 할 예정인데, 위기청소년들과 그 부모님들이 함께 예배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뇌전증 환자를 위로하며 세상의 편견에 맞서다
Q 뇌전증 환우 모임도 하고 계신데 어떤 모임일까요?
뇌전증은 예전 말로 하면 간질인데, 나타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서 후천적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담는 통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친구들은 가족이 불화해도 잘 살지만, 어떤 친구들은 비슷한 환경에도 정신장애가 야기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 시기 때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이기 때문에 뇌전등이 발병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뇌전증을 오래 앓게 되면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 거라는 편집증과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장애, 공황장애가 함께 찾아오는 경우가 꽤 있어요. 청소년 시기에 이런 것들을 바로잡아주면 사회에서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성로에서 ‘쓰러진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라는 제목의 질문을 하며 설문조사를 했는데, 이상하게 보는 경우보다는 대부분 ‘안타깝다’, ‘어떡하지?’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거죠. 모임을 통해 이런 활동을 하며 환우들도 스스로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모임은 대부분 직업이 있는 환우들이 참석하고, 직업이 없다 하더라도 옆 사람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됩니다. 그 외에도 뇌전증 환우 가족들 간 대화의 장도 마련하고 있어요.
Q 대표님의 비전과 기도제목을 나눠주세요.
저의 개인적 바람은 저희 별만사가 아니더라도 전국에 저희 같은 단체가 많이 생겨서 위기청소년들을 도왔으면 좋겠어요. 1년에 6만명, 하루에 200명이 학교를 관두고 있어요. 사회와 교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교회에도 다음 세대가 없다고 하지만 사실 학교 밖에 대단히 많은 다음 세대가 있거든요. 소년원에서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만났지만 정작 교회로 찾아가면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참 안타깝습니다. 그렇기에 현재는 위기청소년들을 모아서 따로 예배를 드려야 하는 현실이지만, 교회와 사회가 이 친구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품었으면 합니다. 저도 제 자리에서 앞으로도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별을 만드는 사람들 후원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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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100-031-311679 별을만드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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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504-10-317678 별을만드는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