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진에서 한국 유학생들을 사랑과 비전으로 키우고 있는 천진외국어학교 한국국제부 윤석중 이사.성공한 학원 경영자에서 다음 세대와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윤석중 이사를 만나 B&R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소유에서 존재로 삶을 되돌아보다
Q. 원래 유명 어학원을 경영하셨다고 들었어요.
경기도 분당, 용인 지역을 중심으로 5개의 어학원을 운영했습니다. 일부 지역만 제외하고는 전부 성공을 거두었죠. 겉보기에는 부족함 없는 삶이었지만, 제 마음에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늘 느껴졌어요. 그러던 중 밥 버포드(Bob Buford)의 ‘하프타임’(Half Time)을 읽고, 제 인생의 하프타임을 재정립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Q. ‘하프타임’이란 무엇인가요?
‘성공’을 향해 달려가던 삶에서 ‘의미’를 위해 삶의 여정을 재정립하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삶의 촛점을 ‘소유’에서 ‘존재’로 바꾸는 과정이지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가졌는지에 삶의 포커스를 맞추는 나머지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있나?”
를 쉽게 잊습니다. 바로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는 시간이 필요해요. 이 책을 통해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고 인생의 후반전에는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이 아닌 제 삶의 소명을 따라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학원 사업을 내려놓고, 인생 후반전을 위해 기도로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중국으로 유학을 온 학생들을 마음에 품다
Q. 성공한 사업을 내려놓는 게 쉽지 않으셨을 거 같아요.
처음부터 사업을 아예 접으려고 했던건 아니었어요. 2005년 당시, 한국의 유명 외국어학원들이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사업 확장을 해보려고 북경에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 만난 한국 선교사님께서 한국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제게 들려주셨습니다. 부모에 의해 중국으로 보내진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음주와 흡연을 하고 심각한 탈선을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처음엔 그건 그들의 삶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Q. 그 이후에 마음이 바뀌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북경 출장 이후에 중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마침 저희 교회에서 중국선교여행을 간다고해서중국으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북경에서 보았던 유학생들의 얼굴이 자꾸 떠올라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백두산에 등반하게 되었는데 유학생들이 회복되는 모습이 제 마음에 그려지면서, 중국에 있는 한국 유학생들을 돌보는 일이 저의 하프타임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Q. 의미있는 일이지만 갑자기 사업을 정리하는 것을 가족들이 반대하진 않았나요?
성공적인 교육 사업을 접고 유학생들을 섬긴다고 하는 마음은 제 능력이나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행히도 가족들이 이를 이해하고 수용해주었어요. 저희 가족은 4대 째 기독교 집안입니다. 가족들이 신앙으로 연합되어서인지 돈이 아닌 다음 세대를 키워내는 일을 한마음으로 지지해주었습니다.
천진 외국인학교 한국국제부를 설립하기 까지…
Q. 처음으로 학교 운영을 중국에서 시작하시게 된 거네요. 많은 우여곡절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2007년 남개대학부속중고등학교에 한국부를 설립하고 6년 간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여 학교를 운영했습니다. 선교사님과 목사님 자녀들까지 거의 100여명의 학생들이 있었죠 그런데 6년째 되던 해에 티베트 학생들을 기숙사에 수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한국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나가서 학교를 통학하라고 하더군요. 갑자기 이 많은 아이들이 어떻게 통학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건 일방적으로 우리를 학교에서 쫓아내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재정과 노력을 쏟아 세운 학교를 쫒겨나듯이 나왔을 때 이 학생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러던 중 천진외국어학교에서 한국유학생들을 담당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절묘한 때에 더 좋은 학교인 천진외국어학교에서 한국국제부 설립과 더불어 이사장으로 섬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교 시작 역시 쉽지만은 않았어요. 처음에는 현지에 있는 한인들 조차도 저의 진정성을 의심했죠. 학교를 빼앗기는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10년째 중국에서 활동하는 저의 모습을 지켜 보시고 이제는 저를 인정해주십니다. 제 사명에 확신이 있기 때문에 저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Q. 천진 외국인학교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천진 외국인 학교는 중국 천진에 위치해 있습니다. 1964년 저우언라이 전 총리가 개방정책을 펼치면서 중국 6대 도시에 외국인 학교를 세웠는데 그 학교들 중 하나입니다. 한국의 특목고, 외고와 같은 학교로 약 2,100명의 중국의 인재들이 양성되는 전통과 학풍이 있는 곳입니다. 그 중 약 40명의 한국 중, 고등학생이 재학중입니다. 중국 전역에 한국국제부가 있는 학교는 저희 학교가 유일합니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아닌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Q. 천진 외국인학교의 한국 학생들은 어떤 교육을 받나요?
일반교과교육 뿐만 아니라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공동체 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 저희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 이전에 생활을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해요. 실제로 규율을 지키는 공동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이탈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저희 학교는 공동체 교육, 신앙 훈련에 기초하여 탁월한 크리스챤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도피성 유학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유학에 임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중국유학을 생각한다면 보다 치열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선생님들은 한국국제부 아이들이 그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아닌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아닌 방향에 집중하라
Q. 천진학교를 운영하시면서 힘든 일은 없으셨나요?
2015년도에 천진에 폭발사고*가 있었던 거 기억나시나요? 이때가 학교의 위기였어요. 그 때 속상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어요. 곧 문제에 집중하면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문제가 아닌 방향에 집중해야 함을 알았습니다. 제가 멘토로 모시는 분이
“다 잃은 것 같지만, 지금 잃은 게 아니야. 포기하려고 하지말고 10년은 버텨봐!”
라고 하셨어요. 어쩌면 짧은 시간 안에 또다른 성공만을 이루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뒤돌아보고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천진 폭발사고는 2015년 8월 12일에 천진 해신구의 Ruihai라는 회사창고에서 일어난 대폭발사고이다. 이 폭발사고로 약 90명 사망, 700명 입원, 30명 중상을 입는 등 피해자가 생겼다. 폭발의 충격은 지진 3-4강도에 비교할 만 하였으며 인명피해 외에도 주위의 주택과 현대 자동차 공장의 차 4000여대가 전소되는 등 치명적인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Q. 요즘은 사드배치로 한중 관계에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또 다른 어려움이 생겼죠. 하지만 이 어려움에 흔들리지 않고 아이들을 잘 준비시켜 나간다면 또 다른 기회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유학여정에서 함께 보람을 느끼다
Q. 이 일이 가장 보람되다고 느끼신 것은 언제인지?
제가 좋아하는 강영우 박사님께서 언젠가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사람은 ‘지력, 체력, 심력’이 필요하다고요. 그런데 중국에 유학 온 아이들은 지력이나 체력은 될지 몰라도 심력이 약해져서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쉽게 지치곤해요.
부모를 떠나 온 아이들을 신앙으로 이끌면서 옆에서 함께 해줄 때 아이들의 심력이 단단해 지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건강한 가치관을 형성하고 대학에 진학해 사회에 나가서 펼칠 꿈들을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면 그렇게 행복하고 보람될 수가 없죠. 또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을 때 뿌듯합니다.
세계 경제시장의 판도를 바꿀 중국에 주목하라
Q. 왜 중국일까요?
한국의 미래는 중국과의 관계에 따라 크게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중국은 G2 반열에 올라섰고, 세계의 공장에서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탈바꿈 했습니다. 예전에는 중국인들이 돈을 움켜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돈을 쓰고 있습니다. 중국은 19세기부터 21세기가 공존하는 나라입니다. 기차역 인력거를 끄는 분들을 보면, 한 손에는 아이폰을, 다른 한 손에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서 인력거를 끌고 있어요.
이 거대한 소비시장에 전 세계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14억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중국어만 잘하면 중국인들에게 인정을 받았지만 이제는 그들의 문화와 역사까지 알아야 합니다. 사대 고사성어와 중국역사를 아는 것은 기본이에요. 그런 관점에서 저희는 학생들을 중국을 정말 잘 아는 전문가, 글로벌 리더로 키워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하시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우리 모두는 고유하고도 독창적인 존재입니다.
저는 학생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 이상 열등감으로 힘들어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성경에 나오는 다윗도 전쟁에 나갈 때 왕이 준 커다란 갑옷과 칼이 아닌 본인에게 알맞은 돌맹이를 고유한 무기로 사용해서 골리앗 장군과 맞서 싸워 이겼잖아요. 저는 앞으로 다음 세대들이 성경에 기반하여 건강한 가치관을 갖고, 세계를 섬길 중국 전략가, 글로벌 리더로 키우는 일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천진외국인학교 한국국제부 이사, 하프타임(Half Time) 선교단체 본부장, CBMC 홍보위원장, 전 민병철어학원운영자 등 많은 직함을 가지고 있는 윤석중 이사는 열정, 전략, 웃음, 미소, 여유, 배짱, 기대, 꿈, 사랑, 섬김의 수식어를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는 비져너리(Visionary)이다. 인생의 후반전에서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를 내려놓고, 소명을 따라 역동적으로 살고 있는 그의 삶이 바로 Blessing & Resting이 아닐까.
- 천진외국어학교는?
저우언라이 중국 전 총리의 개방정책에 따라 1964년에 설립된 외국어 특화 명문학교이다. 중국 6대 도시의 외국어학교 중 최초로 설립되었으며, 다수의 중국 외교관을 배출하였다. 전체학생은 2,100명 정도로 천진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천진외국어학교 한국국제부는 2013년 설립되었다. 재학 중인 한국 학생들은 중국 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학습과 함께 관계를 쌓는다.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한국인과 중국인 교사로부터 학습과 생활 지도를 받는다. 중국어 교육과 함께 본고사에 대비하여 중국 대학뿐 아니라 한국 대학에 진학 할 수 있다. 기독교 신앙을 기반으로 하며, 매주 1시간씩 채플과 성경 수업도 진행한다. 학생들을 중국 전략가, 글로벌 리더로 세워 중국과 미국, 나아가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교육하며 많은 졸업생들이 중국, 미국의 명문 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 천진외국어학교 한국국제부 홈페이지 주소: http://www.tfls.kr
* CTS 11시 뉴스 생방송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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