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lie Brown, Snoopy, Linus, Lucy…how can I ever forget them…
(찰리 브라운, 스누피, 라이너스, 루시…어떻게 내가 그들을 잊겠습니까)”
2000년 2월 미국의 만화가인 찰스 슐츠(Charles M. Schulz)가 세상을 떠나기 전날 <피넛츠>에 실린 그의 마지막 연재물에 남긴 유언이다. 슐츠가 탄생시킨 만화 속 등장인물들은 50년이란 세월을 그의 손에서만 자랐으니 어쩌면 가족보다 더 깊은 정이 쌓였는지도 모른다. 슐츠는 떠났지만 여전히 그의 유머와 재치는 그가 남긴 만화를 통해 세계인들의 추억 속에 남아있다.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연말 가장 친했던 친구 C가 아버지를 잃었다. 외국에 살던 C는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했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예고없이 떠난 아버지의 빈자리였다. 간신히 장례를 치르고 며칠 뒤 C는 그의 SNS 계정에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그것은 한 잔 마실 정도의 술이 남아있던 아버지의 위스키 병이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한 채 곁을 떠난 아버지의 배려였을까 아님 미안함이었을까. 아마도 C는 뒤늦게나마 이렇게 아버지의 흔적을 읽고 있었던 것 같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는 피츠-그린 핼럭(Fitz-Greene Halleck)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공원에 마련된 ‘문학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이 생소한 이름을 가진 시인의 동상을 만날 수 있는데, 지금으로부터 145년 전 당시 대통령을 비롯해서 1만명의 시민이 핼럭의 동상 제막식에 참여했을 정도라고 하니 상당한 필력을 지녔던 인물임에 틀림 없다. 그런 핼럭은 삶의 막바지에 이르러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계절을 마다하고 사색에 잠겼을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방인의 눈으로 찍었던 사진을 자신의 자서전 마지막 장으로 장식한 한 저자는 마치 핼럭을 대신하여 말하듯 이렇게 글을 마친다.
“다시 고개를 들어 별을 본다. 작은 소리로 “100년”을 되뇐다. 한번 말할 때마다 저 같은 별을 쳐다보고 있던 나의 모든 조상들이 한 사람씩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그들은 별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창밖에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무엇이 재미있을까? 누구의 아이이든 나가서 안아주고 싶다. 나의 시간이 언제까지인지 모르지만, 그 시간의 끝이 반드시 온다는 것은 알고 있다.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그런 때가 오고, 조금 더 시간이 가면 지구상에서 나를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마지막 숨을 내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계속될 것이다.” <생각하는 미카를 위하여 (오준 지음)>
촬영장소: 뉴욕
작가 소개: 윤한구
미국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 양육과 함께 시작된 아빠 사진가의 길을 계기로 사진 세계에 입문했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저개발국가의 척박한 난민 캠프이든, 화려한 도심 속 번화가이든, 강렬한 조명 아래의 런웨이든, 처음에 가졌던 아빠의 마음으로 사진가의 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으며, justfabulousmonk.com을 통해 그의 시선을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