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알록달록 각자의 맵시를 뽐내던 단풍들. 하지만 겨울이 가까워질 수록 언제 그랬냐는 듯 본연의 아름다운 색을 잃어버리고 말라서 떨어지는 나뭇잎들은 사실 머무는 높이만 달라졌을 뿐인데도 어느새 처치 곤란한 골칫덩어리가 되고 만다.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기쁨을 제공하던 낙엽은 쓸어도 쓸어도 끝이 없는 골치덩어리로 전락해서 일부는 남이섬으로 보내져 관광객들의 사진관이 되기도 하고 일부는 눈 속에 묻혀 꽁꽁 언 채로 새해를 맞이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낙엽의 종착지는 바로 질 좋은 유기질 비료가 되어 다른 식물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낙엽들이 음식물 쓰레기나 흙과 함께 섞여 일정기간(보통 6개월에서2년) 밀폐되어 묵혀지고 나면 낙엽이 분해되는 과정에 지렁이가 자생 되고 발효과정을 통해 무공해 유기질 비료로 재탄생 된다.
그저 오랫동안 묵혀 졌을 뿐인데 말이다. 유기질 비료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화학비료와 달리 양분공급은 물론 흙의 물리성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식물이 생육기간동안 잘 자랄 수 있는 거름진 땅으로 바꾸어 줌은 물론 다음 식물도 잘 자랄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는 땅의 생태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무에 달려 있을 때는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땅에 떨어진 후에는 흙으로 돌아가 비옥한 토양을 조성해 다른 생명의 성장을 돕는 낙엽. 흙에서 자라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 화려한 생의 끝에서 단풍에서 낙엽으로의 개명을 거치며, 잔뜩 움츠려 들었지만 하나님 안에서는 버릴 것 하나 없는 귀한 피조물…
그대도 그렇다. 알았으면 좋겠다.
그저 지나가는 계절의 부산물이었던 낙엽이 오랜 시간과 여러 과정을 거치며 다른 식물을 유익하게 하듯, 지금 당신의 인생에 어떤 시간을 지나고 있던, 그 인고의 시간이 언젠가 그 누군가를 살리는 무엇이 될 수 있다. 지금의 당신의 모습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견디어내는 시간의 무게와 과정임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글 안영 기자
사진: 김요한 photographer
사진 출처: 마포구 http://ne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