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즐겨보던 프로그램 중에 ‘놀면 모하니(유플레쉬)’가 있었다. 드럼을 한번도 쳐본 적이 없는 유재석에게 몇시간 동안 드럼을 배운 다음 8비트 짜리 짧은 드럼 연주를 하게 한다. 그 연주를 녹음한 다음 그 연주를 유명 연주자들에게 보내서 그들이 유재석의 어린아이 같은 비트에 추가해서 한 편의 곡을 완성해 내는 프로그램이다.
유재석이 완성한 그 미숙한(?) 드럼 연주 파일의 제목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니어스 드러머 Genius Drummer’ 이다. 전혀 지니어스 하지 않은 연주를 이적, 유희열, 이상순, 윤상, 적재, 정동환, 폴킴, 자이언티 등의 국내 내노라 하는 연주자와 작곡가, 가수들이 힘을 보태 한 편의 뛰어난 곡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담겨져 있다.
곡을 완성하고 콘서트를 여는 것이 이 에피소드의 마지막이었는데, 콘서트 장에서 보통 뒤쪽에 위치하는 드럼을 가장 가운데에 내세우고 천재 드러머였던 비틀즈의 링고 스타 복장으로 유재석이가운데 앉아 드럼을 치게 된다. 가운데 드럼을 세우고 주변에 천재 음악가들이 나와 곡을 연주하는 이 장면은 왠지 웃음이 나면서도 어쩌면 나의 인생이 이와 같지 않았나 생각하게 만들었다.
성경에 아이가 가져온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인 예수님의 기적에 관한 내용이 있다. 아주 적은 것을 드린 아이의 정성과 노력이 예수님과 만나 많은 사람을 먹이고 살린 것이다. 세상엔 나보다 잘난 사람도 많고, 내가 넘을 수 없이 느껴지는 벽과 같은 순간들도 많다. 그때 내가 기울인 작은 노력이 하나님의 손과 만나 한편의 기적이 만들어지는 것이 마치 유재석이 친 어린아이같은 8비트의 드럼 연주가 많은 뛰어난 사람들의 손을 거쳐 아름다운 곡이 된 것과 오버랩되었다.
누군가를 이기려하지 않고, 누군가를 누르려고 하지 않고, 겸손하게 내가 있는 자리에서 다한 최선이 그분의 선하심과 만나 아름다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그것이 바로 블레싱이고 레스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글.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