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 너에게 하고 싶은 단 한 마디
어느 평범한 가정의 아침, 아이들의 엄마인 장지성 씨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사랑하는 아이들과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네 아이의 엄마였던 지성 씨는 3년 전 가을, 셋째 딸 나연이를 하늘나라로 떠나 보냈다. 아이들을 키우며 정신없이 보내지만 순간순간 차오르는 그리움과 나연이가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만 같은 걱정이 그녀를 힘들게 한다.
“아이들이 커버려도 여전히 나연이는 일곱 살일텐데, 제가 그 때까지 기억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돼요”
둘째 민서가 목이 부어 병원을 찾았을 때도 엄마는 3년 전의 기억 때문에 또 다시 긴장한다. 셋째 나연이도 목이 부어 처음에는 감기인 줄만 알았었다. 그러나 밝혀진 병명은 ‘혈구탐식성 림프조직 구증’이라는 희귀 난치병이었다. 병원에 입원한 나연이는 한 달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못했고, 결국 사랑하는 가족의 품을 떠나고 말았다.
나연이가 떠난 후 세 번째 가을, 엄마는 일상생활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노래도 부르고, 사람도 만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엄마가 가는 어디나 나연이는 엄마와 함께 있었다. 엄마의 몸에는 나연이를 잊지 않기 위해 나연이의 출생연월이 새겨져있다.
남아 있는 세 아이들에게 나연이에 대해 묻자 마음에 꼭 담아 두었던 진심이 하나 둘 튀어 나온다. 첫째 재우는 엄마가 슬플까봐 내색하지는 않지만 매일매일 나연이를 생각한다고 말한다.
막내 소정이는 사진첩 속 언니의 모습을 보며 그리워하고, 둘째 민서는 나연이를 생각하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나연이는 착했고요, 항상 잘 웃어요. 저랑 제일 친했어요. 안 반한 사람이 없어요” (재우)
“이 언니가 저를 엄청 사랑해주고 잘 놀아주는 언닌데 이렇게 아파서 하늘나라에 갔어요” (소정)
“많이 못 해줘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천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얘기할 것 같아요” (민서)
나연이를 떠나보낸 후 3년이 흐른 지금, 주변에서는 엄마에게 이제 그만 놓아주라고 말한다. 아이의 흔적이 담긴 옷과 사진, 편지를 태우면서 엄마는 조금씩 나연이를 보내주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나연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남아 있어 자꾸만 사진과 동영상을 찾아본다. 꿈에서만 한번이라도 나오면 좋을텐데.. 나연이는 찾아와주지 않는다.
“간절히 원하면 꿈에 나온다더니.. 아무리 간절하게 원해도 꿈에는 안 나오더라고요”
꿈에서도 만나지 못한 나연이를 보기 위해 엄마는 VR 세상으로 걸어들어온다. VR 기술로 구현한 나연이의 모습과 음성을 마주한 엄마의 눈에 어느 새 눈물이 가득 찬다. 서로의 추억이 가득한 ‘노을공원’에서 나연이가 좋아하는 미역국과 케익을 먹으며 생일을 축하한다. 행복한 시간도 잠시, 꿈에서 깨어야 할 시간이 되자 엄마는 나연이를 만나면 꼭 하고 싶었던 마지막 말을 건낸다.
“나연이가 어디에 있든 엄마 나연이 찾으러 갈 거야. 엄마는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것들 마치고 나면 나연이한테 갈게. 그 때 우리 둘이 잘 지내자. 사랑해 나연아 “
살면서 누구에게나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과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지나간 시간을 곱씹어 추억하게 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했던 평범한 일상이 우리에게 엄청난 축복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서 사라질 것들이 아니라 절대 내 마음에 사라지지 않을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봐주어야 한다. 내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이길… 나와 함께 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해주는 삶이 되길 소망한다.
글. 임효선 기자
사진 출처: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