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아이
한 남자의 아내, 두 딸의 엄마, 공방을 운영하는 선생님이자 강연자로도 유명한 김희아. 그녀의 이름은 계집 희(姬), 예쁠 아(娥 )로 ‘예쁜 여자아이’란 뜻이다.
이 이름을 누가 지어 줬는지도 모른다. 보육원 출신인 그녀의 왼쪽 얼굴에는 얼굴 반절을 덮는 붉은 모반이 있다. 자신의 얼굴이 친구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지만 어렸던 그녀는 친구들과 놀고 함께 밥을 먹는 것에 더 행복했다.
꼬마 희아, 수치심을 느끼다
3학년 미술시간에 꼬마 희아에게 일생일대의 사건이 일어났다. 보육원 아이였던 그녀는 미술 준비물 살 돈이 없어 결국 준비물을 가져가지 못한 채 미술수업이 시작되었다.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앞으로 나오라고 한 선생님은 그녀에게 평생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앞에 선 이 애를 그려라.”(p.49)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그 자리에 얼음이 된 그녀가 결국 마주하게 된 것은 50여명의 학우들이 그린 붉은 반점이 있는 자신의 얼굴이었다. 그날 이후로 그녀는 자신이 부끄러운 존재라고 생각하며 살게 되었다.
감사의 차별
그녀는 얼굴의 크고 붉은 모반 때문에 길을 걸을 때 앞을 제대로 보고 걸을 수 없었고 친구도 제대로 사귈 수 없었다. 보육원을 나와 곧 독립을 해야하는 고3 시절, 보육원의 변문수 원장님께서 그녀에게 보육원 교사로 남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감사의 차별”을 겪었다. 변 원장님은 늘 죄지은 사람처럼 살았던 그녀를, 그녀의 못난 모반을 복점이라고 느끼고 살 수 있게 해주었다.
“사랑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성인이 된 희아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예쁘게 보이고 싶어 두꺼운 화장으로 모반을 가리고 연애를 한지 일년이 되던 날, 그녀의 민 낯을 남자친구에게 들키고 말았다. 떠나갈 거라 생각했던 그 남자는 한결같이 그녀를 사랑해주었다.
운명의 장난처럼 그들이 만난지 이년이 되던 해에는, 그녀가 상악동암(어금니위쪽로 발병한 암)에 걸려 오른쪽 얼굴의 거의 모든 뼈를 다 제거해야하는 큰 수술을 받게 되었다. 처음으로 사랑을 했고, 처음으로 그녀를 사랑해준 그 남자에게 또 다른 아픔을 주는게 너무 미안했던 그녀는 그와 헤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떠나지 않고 그녀를 지켜주었다.
암은 잘 제거가 되었지만, 왼쪽 얼굴의 모반에 이어 오른쪽 얼굴에 뼈대신 이식한 허벅지 살은 그녀를 더 힘들게 했다. 하지만 남자친구와의 사랑은 그녀에게 “가정”을 꿈을 꿈을 꾸게 했다. 결혼 허락을 받으러 만난 남자친구의 아버님은
“행복하게 잘살아라. 사랑은 주머니에 넣어놓고 다니는 게 아니다.”
라고 하시며 둘의 결혼을 축복해 주셨다.
나는 예쁜 여자입니다
그녀는 한 강연을 통해 이렇게 고백했다.
“아픔이 없었다면 감사를 몰랐을 것입니다. 슬픔이 없었다면 기쁨도 몰랐을 것입니다.”
여전히 그녀의 왼쪽 얼굴에는 붉고 큰 모반이, 오른쪽 얼굴에는 수술자국이 남아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땅을 쳐다보고 길을 걷지 않는다. 그녀가 이 세상을 그녀의 얼굴을 기준으로 살기엔 그녀에겐 자랑하고 싶은것이 너무나도 많다. 한때는 얼굴이 그녀의 한계가 되었지만, 지금은 그 한계를 벗어나 평범하면서도 평온한 일상을 살고 있다. 사랑하는 남편과 두 딸, 공방에 오는 이웃들과 그녀의 강연을 듣는 사람들과 많은 인연들, 또한 한번도 만나본 적 없지만 늘 그리운 부모님을 통해 그녀는 오늘도 감사의 씨앗을 키워낸다.
그녀는 이름만 예쁜 여자가 아니라 영혼이 아름다운 여자다.
저자 김희아
출판사 김영사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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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26hFUP-56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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