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km, 42일간의 여정!
독일의 유명 코미디언 하페 케르켈링은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며 휴식도 없이 앞으로 달려나가기만 하다가 쇼를 마치기 직전에 과로로 쓰러진다. 담낭 제거 수술을 받고 심근경색의 위협까지 생기자 담당 의사는 이렇게 명령한다.
“무조건 3개월을 쉬세요. 당신의 사망선고를 내리고 싶지 않습니다.”
모든 일을 내려놓고 우연찮게 시작된 산티아고 순례길. 기차역에서 차표를 받아들고도 자신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이 모든 게 정말로 현명한 짓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을 때 거대한 광고판이 눈에 들어온다.
“당신이 정말로 누구인지 당신은 아십니까?”
산티아고 순례길은?
산티아고의 길.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이고, 스페인의 수호성인인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길이다. 프랑스 남부의 생장피드포르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델라까지 이어지는 800킬로미터의 길을 완주하는데 한달여가 걸린다. 예전에는 가톨릭 성지순례를 위한 길이었으나 현재는 전 세계에서 도보여행을 하러 찾아온다.
“매년 많은 사람들이 답을 찾아 이곳에 온다. 난 먼저 질문부터 찾아야 할 거 같다.”
그렇게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난 길은 생각보다 낭만적인 유럽의 순례길만은 아니었다. 계단 하나도 못오를 만큼의 저질 체력과 물집이 잡히기 시작한 발 등의 자신의 신체적 한계 뿐 아니라 변덕스러운 스페인의 날씨와 벌레와 냄새가 나는 숙소 등, 자신이 처음에 기대했던 순례길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순례를 계속해나가면서 살면서 처음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돌아보며 생각하게 된다. 매일 매일 자신의 여정과 깨달음을 노트에 적으면서 그는 답이 아니라 질문조차 없던 이 여행에서 어느 순간 답을 찾아나가게 된다.
“안개 때문에 산봉우리는 볼 수 없지만 그것은 거기에 존재한다.”
“계속 걸어라.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견딜 수 있다.”
“마음을 열고 그 날에 입맞춰라.”
“나는 나의 그늘과 만나야 한다.”
“때로는 신경에 가장 거슬리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그곳에서 찾게 된 인생의 해답. 바로 친구들. 힘든 여정 가운데 마음을 나누고 음식을 나눈 순례길의 동행자들은 영화 마지막에 그가 눈물흘리며 찾게 된 해답이다. 바로 “너와 나”. 나 혼자 걷는 길이 아니라 함께 걷는 길. 바로 그 길이 인생.
그리고 살면서 잊고 지냈던 신의 존재. 처음에는 신이 존재하는가에서 신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마침내 깨달은 답. 신이 어디에 있는가를 끊임없이 물었지만 그는 순례길의 마지막에 이렇게 고백한다.
“창조자는 우리를 공중에 던진다. 그리고 결국에는 놀랍게도 우리를 다시 붙잡는다.
‘너를 던지는 사람을 믿어라. 그는 너를 사랑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너를 다시 붙잡아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차례차례 돌이켜보면 길 위에서 신은 나를 끊임없이 공중에다 던졌다가 다시 붙잡아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날마다 마주쳤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한다. 하폐가 원하던 휴식은 아니었지만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달려가기만 했던 인생에서 이 순례길은 자신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길은 힘들지만 놀라운 길이다. 그것은 하나의 도전이며 초대이다. 이 길은 당신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비워버린다. 그리고 다시 당신을 세운다.”
영화에서 그리고 그의 책에서 이 길은 단지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길은 하나가 아니라 수천이라고. 그러나 모든 길은 오직 한가지 질문을 던진다고.
“당신은 누구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에서부터 바로 B&R (Blessing & Resting)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우리 삶에 B&R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당신은 누구이고,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