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현시대 한국 교육의 이면을 꼬집는 ‘SKY 캐슬’이란 드라마이다. ‘스카이 캐슬’이라는 고급 주택 단지에 모여 사는 상류층 부모들의 자녀교육이 주 내용이다. (지금 생각하니 스카이SKY라는 이름도 서울대, 연대, 고대를 줄인 속칭 스카이대를 의미하는 것이었나 보다. )
상대평가를 하는 우리 교육실정에서 내가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우리는 철저히 무시해야 한다. 나를 뺀 모두는 경쟁자이고 내가 밟고 올라서야 하는 대상일 뿐이다. 사회에서 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이 원칙은 일찍이 적용된다.
어떤 방법을 쓰든 서울대에 가기 위해 수십억이 드는 교육 코디를 고용하고, 그 코디는 부모를 미워하는 마음을 자극해서 공부를 시킨다. 주위의 부모들은 그 코디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 하고, 아이들은 너무 일찍 일등만 해야하는 현실에 내몰린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드라마에서는 나의 부가 나에게서 그치지 않고 대물림 대기를 바라는 부모의 욕심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당연시 된다.
그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예전에 읽었던 책 한 권이 생각난다. 초등학생 딸아이의 일기에 엄마가 화답을 해주는 글로 이루어진 소소한 일상이 아름다운 책이다. 책 속의 혜수는 머리가 긴 아이였다. 허리까지 기른 머리를 감을 때마다 엄마가 도와주었는데 엄마는 혜수에게 ‘머리 냄새가 많이 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혜수에게 물어본다.
“니네 반 아이 중에 공부를 못하거나, 가난하거나, 더럽거나,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아이가 있는데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면 너는 어떻게 할거니?”
대답이 없는 혜수에게
“너는 머리 냄새 나는 아이다. 꼭 기억해라. 가난하거나, 더럽거나, 다리를 저는 아이를 보거든, 아 참! 나는 머리 냄새 나는 아이지! 하고… 그러면 그 아이들과 네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라고 엄마는 말한다.
돈은 쓰고도 남을 만큼 많이 벌어야 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차를 타야 하고, 좋은 집에 살아야 하고, 최고의 교육을 받아야 하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야 인정받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최고가 되라고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머리냄새나는 아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엄마. 진정한 교육이 무엇일까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나의 약함을 인정하고 그 약함을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데 사용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교육이 아닐까. 최고를 꿈꾸면서도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 깊이는 그런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싶은 날이다.
글 김미현 기자
이미지 출처: jtbc SKY 캐슬 드라마 홈페이지, 나는 머리냄새 나는 아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