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2020년은 산 것이 아니라 버틴 것이라고 말한다. 2020년은 인생에서 없어진 해나 다름 없으므로 나이에서 한 살 빼줘야 한다고도 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욱 당황할 수 밖에 없었던 코로나는 마치 나무가 큰 자연재해를 만나 이상재(나무의 변형)가 만들어진 것만 같이 인생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2020년의 마지막 날을 몇일 앞 두고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47년 동안 나무의사로 살아온 우종영씨의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란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떠올랐다.
“나무는 유형기(어린시절)을 보내는 동안 바깥 세상과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다. 따뜻한 햇볕이 아무리 유혹해도, 주변 나무들이 보란듯이 쑥쑥 자라나도, 결고 하늘을 향해 몸집을 키우지 않는다. 땅 속 어딘가에 있을 물길을 찾아 더 깊이 뿌리를 내릴 뿐이다. 그렇게 어두운 땅 속에서 길을 트고 자리를 잡는 동안 실타래처럼 가는 뿌리는 튼튼하게 골격을 만들고 왠만한 가뭄은 너끈히 이겨 낼 근성을 갖춘다. 나무마다 다르지만 그렇게 보내는 유형기가 평균 잡아 5년, 나무는 유형기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하늘을 향해 줄기를 뻗기 시작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깊은 산중에 싹을 틔운 야생의 나무들은 언젠가 하늘을 향해 마음껏 줄기를 뻗을 날을 기다리며 캄캄한 땅 속에서 뿌리의 힘을 다지고 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을 기꺼이 감수해야 더 높이, 더 크게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종영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중에서>”
고난과 역경은 우리의 유형기가 어떠했는지를 알려준다. 버리는 시간인 것 같고 자라지 않는 시간인 것 같은 이 시간들이 사실은 우리의 뿌리를 든든하게 할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난과 어려움은 모두에게 오는 것이지만 이것을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냐 하는 것은 관점의 차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왠지 내가 버틴다는 명목으로 보내온 2020년의 시간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나무가 뿌리를 깊이 내리기 위해 참고 기다리는 나무처럼, 지금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원망과 하소연으로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고 강한 바람을 견디는 나무가 될 수 있도록 뿌리를 돌보자 다짐하며 2020년의 마지막 달을 보내며 새롭게 꿈꾸며 2021년의 처음을 맞이한다.
글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