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이 아닌 관계에서 조혈모세포 일치율은 1% 미만이다. 그래서 조혈모세포를 기증받는 일은 기적에 가깝다. 이런 기적같은 일에 동참하여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게 된 빌드의 웹디자이너 이꽃님 씨(이하 꽃님)와 마케팅 부서의 최성은 씨(이하 성은)를 만나 그녀들의 특별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조혈모세포 기증을 결심하다
Q. 조혈모세포 기증이라는 말이 좀 생소한데요. 조혈모세포가 뭔가요?
꽃님: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만들어내는 어머니 세포라는 뜻으로 혈액을 구성하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으로 분화되어 있는 세포를 말해요. 우리가 기존에 알던 골수기증에서 좀 더 개선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기증이에요. 과거에는 골수에만 조혈모세포가 체취되었다고 알려졌었는데 의학의 발전으로 골수 외에도 말초혈이나 제대혈에서도 체취가 가능해요.
Q. 그럼 이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면 어떤 곳에 사용하게 되나요?
성은: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들은 조혈모세포에 이상이 생겨서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지 못해 걸리는 병이거든요. 그래서 이 병든 세포를 제거한 다음 조직이 일치하는 기증자의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거에요. 하지만 조직(HLA)이 일치할 활률이 2만분의 1이라 많은 사람들이 기증할 수록 일치하는 사람을 찾을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Q. 두분은 어떻게 조혈모세포기증을 결심하게 되셨어요?
꽃님: 2007년, 고3 생일 무렵에 친구들과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조혈모세포 기증 행사장을 지나가게 되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기증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어요. 기증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알려진 것처럼 아프고 무서운 기증이 아니라, 혈액으로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부감이 없었어요. 신청 제한 연령이 19세였는데, 생일이 마침 지난 때라 신청을 할 수 있었어요.
성은: 전 고등학생 때부터 주기적으로 헌혈을 해왔어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헌혈을 하러 갔는데 아침을 부실하게 먹었던 탓인지 빈혈수치가 낮아 그날은 헌혈을 할 수 없었어요. 제가 아쉬워하고 있으니 헌혈의 집 간호사분께서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해서 알려주시며 오늘 헌혈은 할 수 없지만, 혈액을 수집하여 조직이 일치하는 환자분이 나타나면 그때 기증을 할 수 있다고 안내해주셨어요. 조혈모세포라는 말이 저에겐 굉장히 생소했지만, 골수에서 채취하는 힘든 방법이 아닌 혈액에서 채취할 수 있다는 말에 선뜻 기증을 하겠다고 기증 희망을 등록하게 되었어요.
10년 만에 기증 연락을 받다
Q. 꽃님씨는 기증을 약속한 이후 10년 만에 기증을 하게 된 건데, 기증에 대한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나요?
꽃님: 기증협회에서 지속적으로 기증대상자임을 알리는 팜플렛과 이메일이 와서 제가 신청자라는 사실은 계속 인지하고 있었는데 막상 연락이 오니 신기했어요. 정말 딱 10년 만에 연락이 온 거니까요.
Q. 성은씨는 조혈모세포기증 결심 이후에 마음이 변하거나 주저했던 적은 없었나요?
성은: 헌혈의 집을 나오는 순간 바로 ‘아, 내가 기증신청을 잘한 게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중히 생각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한 게 아닌가 라는… 간호사분께서 말씀하시기를 신청을 하고 일치하는 환자분이 나타났는데 기증을 거부하는 경우 시간적, 경제적인 손해는 물론 환자의 생명까지도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거든요. 신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긴 하였지만 기증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망설임이나 주저함은 없었어요.
Q. 실제로 기증을 할 기회가 주어지니 마음이 어떤가요? 기관에서 기증을 해달라고 연락이 왔을때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궁금해요.
성은: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을 해도 조직이 일치할 확률이 워낙 적어서 10년 만에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고, 평생 일치하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기증을 신청한지 2년 만에 연락이 왔고, 꽃님씨도 기증을 할 예정이라고 들은 후에 연락이 왔던 터라 너무 신기했어요. 협회에서 연락이 왔을 때 업무 중이라 문자로 기증이 가능하니 가능한 시간에 연락 달라는 안내를 받았아요. 하나님이 ‘빌드를 생명을 살리는 일에 실질적으로 쓰시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기쁜 마음으로 협회에 연락을 드렸어요.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서도 제 건강이 걱정되지만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니 기쁘다고 하시며 저의 뜻을 지지해주셨어요.
꽃님: 전 기증에 대한 갈등은 없었지만 가족과 회사의 동의를 받는 부분에서 조금 우려가 되긴 했었어요. 다행히 모두 기증을 할 수 있게 배려해 주시고 지지해주셔서 이렇게 기쁘게 하게 되었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과 회복 과정
Q. 조혈모세포 기증은 어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인가요?
꽃님: 많이 알려진 백혈병 외에도 혈액암 등 혈액 관련 질병을 앓고 계신 분들에게 전달이 됩니다. 저의 수혈 대상자는 10살 남짓 남자아이로 알고 있어요.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증에 임하려고 해요. (기증자-수혈자는 원칙상 서로의 신상을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Q.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면 조혈모세포 기증자에게 돌아오는 혜택이나 보상이 있나요?
꽃님: 처음에는 기증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신청을 했기 때문에 자세히는 몰랐는데 감사패, 소정의 교통비, 기증에 필요한 병원비 등을 지원받게 된다고 해요.
Q. 조혈모세포 기증의 절차를 간략히 설명해주시겠어요?
꽃님: 기증 신청 당시에 약간의 혈액을 뽑아 샘플로 보관을 해요. 그 후 기증 받을 수 있는 분이 나타나면, 참여의사를 묻고 다시 검사를 하게 되요. 저 같은 경우 올해 1월에 처음 연락을 받은 후 가족과 직장에 알리고 동의를 구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 다음에 혈액검사를 비롯한 건강검진을 받았어요.
기증 절차를 간단히 말씀 드리면 혈액을 뽑아 그 안에 있는 조혈모세포를 체취한 후 혈액은 다시 제 몸 속으로 들어오게끔 해요. 그 과정이 3, 4시간 정도 소요가 됩니다. 체취한 세포는 수혈자에게 바로 전달되요. 기증을 하기 전에 세포가 원활히 체취 될 수 있게 백혈구 촉진제 주사를 맞는데, 이 주사를 맞는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전 주사를 맞고 두통, 소화불량 같은 약간의 부작용이 있었지만 다행히 지금은 괜찮습니다.
Q. 회복에는 얼마나 걸리나요?
꽃님: 완전히 회복되는 데 2주 정도 걸린다고 들었어요. 그 동안은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서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하면 피가 좀 더 많이 나오거나 멍이 쉽게 들 수도 있어요.
‘나’보다 ‘환자분의 회복’을 생각하며
Q. 두분은 기증을 앞두고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꽃님: 혈액을 채취 하기 위해서 목에 관을 삽입하는 작업이 있다고해서 살짝 겁먹었는데 팔에 삽입하는 것보다는 편안할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바라는 건 수혈받는 사람과 제 세포가 잘 맞는 것, 그리고 그분이 지금 앓고 있는 병이 어서 회복되는 것이예요.
성은: 기증은 내 세포를 나누어주면 되는 것이고, 큰 수술이 아니어서 조금은 가볍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기증을 이틀 앞두고 이틀 전부터 백혈구 촉진제를 맞고 있는데 백혈구의 수와 크기를 늘리기 위하여 골수를 자극하다 보니 허리 통증과 근육통이 있어요. 골수를 자극하는 주사라서 당연하게 따라오는 통증일 수 있다고 해요. 일상생활을 못할 만큼의 극심한 통증은 아니지만, ‘병으로 아파하고 계시는 환자분들의 고통은 얼마나 크고 힘들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는 것인 만큼 가볍게 생각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의 작은 실천을 통해서 기증받으시는 분의 건강이 회복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나누며 사는 삶, 생명을 살리는 삶
Q.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으세요?
꽃님: 지금처럼 누군가를 도울 수 있고 제가 가진 것을 나누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기증을 통해 그 나눔을 실천하게 되어 참 감사하고 기뻐요. 앞으로도 제가 하는 일과 삶을 통해 나눔의 기쁨을 더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성은: 처음에는 어차피 썩어 없어질 육체로 묻힐 바에는 다른 이들에게 기증하여 좋은 일에 동참하자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내가 좋은 일에 동참한다’가 아니라 ‘죽어가는 다른 한 생명을 살린다’ 라는 ‘나’가 아닌 ‘이웃’으로 관점이 바뀌게 되었어요. 작은 부분이지만 쓰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해요.
대학생 때 저에게 복음을 전했던 한 선배가 있었는데 그땐 제가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했거든요. 그 후에 삶에 흥미를 잃고 약 3년간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어요. 그 때 그 선배가 저를 다시 찾아와 복음을 전해주었고 전 지금 새로운 삶을 살고 있어요. 저에게 복음을 전한 그 선배처럼 한 영혼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처음 결심이 많이 퇴색되었어요. 하지만 이번 기증을 통해 그 결심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성경구절이에요.
“그가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셨으니 우리가 이로써 사랑을 알고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마땅하니라” (요한일서 3:16)
앞으로도 ‘나’보다 ‘이웃’을 더욱 사랑하고, 육체의 생명뿐 아니라 영혼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쓰임 받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돕고 나누며 생명을 살리는 삶’이 꿈인 꽃님씨와 성은씨 모두 사후 장기기증까지 서약했다고 한다. 두 분의 삶의 이야기가 나눔의 기쁨을 알리는 꽃씨가 이 세상을 아름다운 꽃밭으로 물들이는 상상을 해본다.
조혈모세포란?
정상인의 혈액에 약 1%정도 해당되며,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모든 혈액 세포를 만들어내는 세포를 말한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왜 필요한가?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혈액암과 같은 난치성 혈액종양은 조혈모세포기능에 장애가 생겨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어 내지 못하여 발생되지 못하는 질병이다. 항암제, 방사선 등으로 이러한 병든 조혈모세포를 모두 소멸시킨 이후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 받으면 완치 될 수 있다.
출처: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http://www.kmdp.or.kr)
취재/ 글: 임효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