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질과 성공에서, 또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김청자의 아프리카 사랑’은 김청자 교수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 길에서 얻은 자유와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책이다.
어른이 된 소녀, 세상에 홀로 서다
소녀 김청자는 전쟁 통에 눈 앞에서 어린 두 여동생을 떠나 보냈다. 본인이 잘 돌보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어린 남동생까지 홍역으로 떠나 보내며 죄책감과 가족을 향한 책임감이 자연스럽게 그녀를 일찍 어른으로 만들었다.
그런 그녀에게 음악은 친구였고, 꿈 그 자체였다. 음악을 가까이 하며 자연스럽게 독일에 가서 공부하리라 결심하고 그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간다. 간호사나 보모로 취업할 수 있는 직업 훈련을 제공하는 유학생 프로그램에 지원, 독일로 향한다.
직업학교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그녀는 현지인들에게 자신을 지원해줄 것을 끊임없이 요청했다. 지인을 통해 독일에 온지 5개월만에 직업학교를 떠나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성악을 공부한 그녀는 자신의 목표였던 빈 국립음대 입학에 성공한다. 그녀는 책에서 자신의 ‘욕망’이 그 꿈을 이뤄낸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고 고백한다.
욕망을 좇아 사는 동안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 나는 철저하게 나 중심이었다. 음악으로 성공하고 싶었고, 그 성공을 위해서는 어떤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때로는 지독히도 고독한 길을 걸어야만 했다
세 번의 내려놓음
대학원 졸업과 함께 한국 최초의 유럽 오페라 가수로 승승장구하던 그녀에게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신부님에게서 온 것이었는데, 아버지는 아프고 어머니는 동생들을 데리고 어렵게 살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자신의 꿈 때문에 가족을 뒤로 하고 유럽행을 택했지만 끝내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저버릴 수 없어 그녀는 자신이 이룬 모든 커리어를 버리고 귀국한다. 한국에서 연주와 강의를 병행하며 바쁘게 활동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에 이를 무렵, 그녀는 어느덧 현재의 삶에 안주하고 있는 자기자신을 발견한다. 스스로 타락한 예술가가 되지 않기 위해, 다시 유럽으로 향한다. 두 번의 내려놓음, 그리고 그 사이에 두 번의 이혼을 겪은 후, 그녀는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메주고리예*로 향한다. 그 곳에서 세 번째로 내려놓은 것은 그녀의 ‘삶 전체’ 였다.
*메주고리예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산악지대에 있는 마을로 1981년에 성모 마리아가 발현했다고 알려지며 카톨릭 신자들의 성지순례 장소로 유명하다
“나는 나의 부정적인 생각과 무절제한 욕구로 인해 저지른 잘못을 고백하면서 비통하게 울었다. 정말 나는 죄인이었다. 모두가 나의 잘못이었다. 그 모든 고통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내가 만들어 낸, 나 자신으로부터 오는 고통임을 그때 비로소 알았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헤매던 내 영혼은 빛을 만났다”
영혼의 고향, 아프리카
1994년 한국에 돌아온 김청자 교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교수로 일하게 된다. 10년 후 예순이 된 그녀는 안식년을 맞아 자신의 남은 일생을 보낼 곳을 찾아 세계를 여행한다. 그러던 그녀에게 운명처럼 아프리카와 어린 아이들이 다가왔고, 그 곳이 ‘내 영혼의 고향’이 될 것이라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그녀가 향한 아프리카 말라위는 하루에 1달러도 벌기 힘든 세계 최빈국이며, 인구의 대부분이 청소년이고 그 중 고아가 70%에 이른다. 말라위로 향한 그녀는, 음악을 사랑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음악학원을 설립하고 헌신적으로 운영한다.
학생들은 김청자 교수를 통해 음악에 대한 꿈을 조금씩 이뤄가고 있다. 특별히 그녀의 제자인 쌍둥이 남매 엘라와 켈빈은 그녀가 재직했던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그녀는 고아원 후원, 우물 파기 활동 등 말라위 사람들을 위한 일들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 덥고 열악한 상황,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힐 때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절대자의 사랑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다시 채워져야 비로소 이웃 사랑이 가능해진다. 나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그 분만이 내 힘의 원천이 되어 나는 오늘도 그 사랑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완전한 사랑, 그리고 자유
김청자 교수는 그녀의 책 말미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자신은 명예나 물질을 좇아 살았던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랑을 갈구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완벽한 사랑을 찾을 수 없었고 그 것이 그녀로 하여금 길을 떠나게 만들었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길을 떠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절대자의 사랑이 그녀 안에 풍성하게 채워졌기 때문이다.
“나의 삶을 짧게 말해보라 한다면 나는 ‘사랑으로, 사랑을 위해, 사랑을 향하여 살아온 삶’이라고 말할 것이다. 왜 나는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뛰어나길 바랬던가? 내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건 물질이나 명예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사랑 더 많은 사랑을 얻기 위함이었다.
내가 바라는 사랑이 채워지면 나는 그 사랑을 쏟아내어 나누어 주고는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곤 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 더 이상 길을 떠날 필요가 없어졌다. 내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완전한 사랑을 이곳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절대자를 향한 그리움이 나를 그토록 방랑의 길로 내몰았는데, 그 분은 이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길에 서 있는가? 성공, 그리고 영원한 행복을 위해 방황하는 길인가? 아니면 마르지 않는 사랑으로 채워진 길, 나눔의 길인가? 그녀가 아프리카에서 우리에게 건내는 질문이자 숙제이다.
글 임효선 기자
[김청자 교수]
경력: 1994~2009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연세대학교 교수/중앙대학교 교수
학력: 빈국립음악대학 대학원
아우크스부르크 음악학교
말라위의 엄마, 프리마돈나 김청자 다큐 YTN
https://www.youtube.com/watch?v=7zoJxmbTNHE&t=1s
김청자의 아프리카 사랑 카페/블로그
http://m.cafe.daum.net/loveAfricaChungjaKim/JxYw?boardType=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