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아니어도 빛날 수 있을까…
유럽 유수의 콩쿠르을 석권하며 세계적인 테너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더 타임스(The Times)’로 부터 ‘100년에 한번 나올 만한 목소리’라는 칭송을 받았던 한 한국인 성악가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최고의 테너에게만 주어지는 호칭, 리리코 스핀토로 불리우던 성악가 배재철(유지태 분)의 진정한 기적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동양인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던 독일 자르브뤼켄 극장과 전속 계약을 맺으며 테너로서 오페라의 본고장에서 명성을 날리게 된다. 그의 공연을 본 일본의 오페라 기획자 코지 사와다(실명 와지마 도타로)는 그에게 일본에서의 공연을 제안한다. 이를 기회로 두 사람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사랑과 공감을 바탕으로 진정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그러나 새 오페라 공연을 준비하던 배재철은 갑작스레 쓰러지게 되고 갑상선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오른다. 암세포 제거 수술을 받던 중 성대 신경이 3cm 정도 떨어져 나가면서 유럽 최고의 테너가 하루 아침에 노래는 커녕 말하는 것도 힘든 상태가 된다.
최고의 찬사를 받다가 하루 아침에 목소리를 잃은 오페라 가수. 그는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노래는 그에게 일생의 꿈이며 생명 그 자체였다. 생명보다 소중한 목소리를 빼앗기고 그는 절망에 빠져 신을 원망한다. “신이 나에게 목소리를 주셨다면 끝까지 주시지, 왜 그것을 빼앗아 가시는가” 라고… 그는 과연 다시 빛날 수 있을까? 최고가 아니어도 말이다…
리리코 스핀토란?
리리코(tenore lirico)는 서정적인 음색의 테너, 스핀토(tenore spinto)는 강렬하게 밀어붙이는 젊고 활기찬 목소리의 테너를 말한다. 리리코 스핀토는 이 두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테너로 신이 주신 목소리를 가졌다고 추앙받는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신은 그의 목소리를 가져가셨지만 그에게 사랑하는 친구를 주셨다. 와지마(극중 코지)는 배재철이 암선고를 받은 이후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전히 그의 음악을 믿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 속에서 진정으로 느낀 감동이다. 암 이후에도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것이다.” 라고 말이다.
그가 절망 속에서 괴로워할 때 사랑하는 친구 코지와 아내 윤희는 포기하지 않고 그의 성대를 회복시킬 방법을 찾는다. 그러던 중 코지는 일본의 성대 복원 수술의 창시자인 잇시키 노부히코 박사를 찾아가 성대 재건 수술을 부탁한다.
하지만 보통 성대 재건술은 성대가 망가져 말을 할 수 없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사람들에게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정도의 수술이지 성악가의 망가진 성대를 재건해 노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수술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만 와지마의 간절하고 끊임없는 부탁에 잇시키 박사는 수술을 집도하게 되고 수술은 성악가인 그의 목소리를 최대한 복원시키기 위해 성대만을 국소 마취하여 4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조율하듯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중 소리를 내게 하여 가장 좋은 위치에 성대를 고정시키는 정교하고도 기술이 요구되는 수술이었다.
성대 복원술이란?
성대는 원래 두개의 성대가 서로 부딪혀서 소리를 내는 것이다. 복원술은 한쪽의 성대가 망가졌을 때 이를 적절한 위치에 고정해서 소리가 날 수 있게 복원하는 수술이다. 국소 마취로 수술하면서 환자가 수술 중에 직접 소리를 내어 가장 좋은 소리가 나는 곳에 성대를 고정시킨다. 하지만 이렇게 수술한다고 해도 원래 소리의 30% 정도 밖에 복원이 되지 않는다. 이는 두개의 성대가 자유롭게 부딪혀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한쪽은 고정이 되고 한쪽만 움직여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잃은 순간 최고의 무대가 시작된다
그가 목소리를 잃고 절망에 빠졌을 때, 그는 결심했다.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된다면, 그의 재능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첫 열매를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의사가 노래를 하나 불러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기도를 기억하며 수술대에 누워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불렀다.
수술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의 성대는 30%정도만 회복이 되었을 뿐이었다. 더군다나 한쪽 횡경막이 망가져 호흡을 오래 유지하는 것도 어려웠다. 전성기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이었고 높은 음을 내는 것 조차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그에게는 자신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더 사랑하는 친구와 아내, 노래에 대한 강한 열정 그리고 그를 지켜주는 신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죽음의 재활 훈련 덕분에 50% 정도의 목소리를 회복했지만 더 이상 전성기 때의 목소리가 가졌던 힘과 화려함은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난관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3년 만에 재기 무대에 오르게 된다. 그 무대에서 그가 부른, 앞으로도 그의 영원한 앵콜 곡이 될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는 그의 고난이 그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준 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해준다.
벨칸토가 아닌 진정성으로…
벨칸토(Bel Canto)란 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노래’란 뜻으로 달리 말하면 아름답게 노래하는 가창법이다. 예전에 그의 노래가 벨칸토였다면 이제 그는 기술이 아닌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 기교가 아닌 고난을 이겨내고 나오는 힘과 에너지로 가득찬 노래, 자신을 위한 노래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노래, 벨칸토를 넘어선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감동을 주는 노래를 부른다.
재능과 노력은 최고를 만들지만 최고가 모두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감동은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용기와 도전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많은 좌절과 아픔, 상실을 겪는다. 그런 역경은 우리를 절망시킬 수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고, 우리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 도전하게 한다.
최고가 아니라 최선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능력이 아니라 감동이, 성공이 아니라 승리가,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소중함을 알게 된다.
우리의 인생을 다독이는 노래
작은 교회에서 예배를 보던 어느 날, 교회에서 틀어준 동영상을 보며 저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배재철 성악가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성악가로써 최고가 되는 순간, 목소리를 잃었고 그 목소리를 다시 찾기 위해 죽음과 같은 재활 훈련을 합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노래를 부릅니다. 테너였던 그가 더 이상 고음 처리가 불가능해서 꺽꺽 대는 소리를 내던 순간이었습니다.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기획 의도 중에서…)
이 영화는 2014년 개봉 당시 감동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큰 호흥을 얻었지만 열악한 개봉관 수로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5년 여의 제작 기간과 주연 배우 유지태의 1년여의 걸친 성악 훈련을 하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일본, 대만, 홍콩에서 개봉했고 홍콩에서는 한국 영화 최초로 4주 연속 상영이라는 기적을 일구어 냈다. 그리고 이제 중국과 콜롬비아, 이스라엘에서도 이 영화가 상영되어 기적을 노래할 것이다.
9월에 있었던 힐링콘서트에서 배재철씨와 와지마씨를 보았다. 와지마씨는 일본에서 날아와 무대에 오르기 전인 그의 친구 배재철씨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프기 전엔 위대한 오페라 가수였지만, 아픈 후의 그는 이제 한 소절로 많은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을 다독여 주는 가수가 되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의 무대에 오르게 된다. 나의 인생에 무대에서 나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제 그는 희망과 소망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다시 노래하게 되었을 때 기적이라고 말했다. 기적이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