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베니야!
큰 귀를 쫑긋 세우고 수줍게 웃고 있는 토끼 베니. 큰 귀 때문인지 미소 짓고 있는 얼굴 때문인지 어떤 이야기든 잘 들어줄 것 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난 들을수가 없어
토끼 베니는 구경선 작가의 모습을 닮았다. 구경선 작가는 두살 때 열병을 앓고 난 후 청각장애인이 되었다. 청각장애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그녀 옆에는 같은 단어도 수천번이고 반복해서 알려준 엄마가 있었다. 엄마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고집이 세진 딸의 마음을 함부로 꺾지 않았다. 대신 늘 옆에서 말을 가르치고, 기다려주고, 이해해 주었다. 가장 친한 친구, 세상의 방패, 선생님이 되어준 엄마는 큰 귀를 가진 베니처럼, 묵묵히 딸의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래?
구경선 작가는 청각장애로 인해 어려서 부터 그림을 그려 엄마와 의사소통을 했다. 그림에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 그녀는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구경선 작가는 베니라는 토끼 캐릭터를 만들며 큰 귀를 달아주었다. 자신을 대신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도록 말이다. 어떤 이야기든지 잘 들어줄 것 같은 베니 앞에서 어느새 사람들은 구경선 작가가 풀어낸 베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싶어
구경선 작가는 삶의 광야와 같은 시간 속에서 희망을 찾고 삶의 새로운 계절을 살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망막색소변성증(시야가 좁아지며 결국에는 시력을 잃는 병)이란 진단을 받았다. 앞까지 보이지 않는다는 두려움에 또 한번 삶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아직 따뜻한 손과 말할 수 있는 입술, 좋은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코가 남았음에
“다시 한번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보고 있어요”
라고 말한다.
나에게 제일 소중한건…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을 돌아보면 ‘선물과도 같았던 시간’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눈이 보이는 동안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30개를 만들어 정말 하고 싶은 소중한 일들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녀의 책 [그래도 괜찮은 하루]와 [엄마, 오늘도 사랑해]를 통해 구작가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두가지를 사람들과 나누어본다.
“오늘 하루, 그리고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