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MBC 휴먼 다큐 ‘사랑’에서 “붕어빵 가족”이란 제목으로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시사했던 김상훈 목사, 윤정희 사모. 강릉 입양천사라는 별명이 붙은 이 부부를 B&R 매거진에서 만났다. 강릉 10남매에서 12남매가 될 아이들의 입양이야기와 부부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만나 뵙게 되어 기쁘고 영광입니다.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아이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김상훈, 윤정희 부부입니다. 저희는 가슴으로 낳은 하은, 하선, 하민, 요한, 사랑, 햇살, 다니엘, 한결, 하나, 행복 이렇게 10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이제 곧 우리 가족이 될 은성이와 내년에 입양을 진행할 한 아이까지 더 해 곧 12남매가 있는 가정이 됩니다. (현재 김상훈 목사는 강릉아산병원의 원목으로 재직중이며 강릉중앙감리교회의 소속목사이다.)
어려움 가운데 어려움을 택한 입양
Q 처음 입양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있었나요?
(윤정희 사모) 결혼을 하고 나서 제가 습관성 유산으로 4번을 유산을 했어요. 정말 마음이 힘들었어요. 하나님께 내 아이 하나만 낳아보고 싶다고 울면서 기도했지만 결국 낳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2000년도에 봉사하던 곳에서 하은이를 만나 입양하기로 결정했어요.
(김상훈 목사) 처음에는 입양에 마음이 없어서 억지로 아내에게 끌려가다시피 했죠. 시설에 가서 하은이를 처음 만났는데, 병약해 보이고 사람에게 가까이 오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저도 사실 아이에게 마음이 열리지 않는데 아내는 이 아이가 우리 아이 라면서 계속 저를 설득했어요. 그런데 같은 곳에 하은이 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한 아이에게도 겨우 마음을 열었는데 동생까지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 만나보기로 했어요. 하은이 동생은 한 달째 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병원에 가보았죠. 그곳에서 겨우 백일 지난 아기같은 18개월 하선이를 보자마자 두려운 마음이 싹 사라지고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그렇게 하은이와 하선이를 저희 딸로 입양 한 뒤에, 아내는 셋째까지 입양하자고 했어요. 고민도 많이 되었지만 예수님처럼 어려움 가운데 있을지라도 더 큰 어려움을 선택하기로 하고 셋째를 입양했어요.
(윤정희 사모) 그리고 저희 가족의 행복이 시작되었어요. 그때부터 사람들이 찾는 자유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자유와 평안함을 누리게 되었어요. 환경은 나아지지 않았는데 우리 마음이 바뀌니까 평안과 기쁨이 넘치는 삶으로 우리가 변화되었어요. 하나님은 우리에게 아이들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게 하셨고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볼 수 있는 믿음을 주셨죠.
Q 10남매 중에 입양 당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윤정희 사모) 저희 아이들을 아픈 10손가락이라고 부르는데, 이 아이들은 모두 친부모에게 버려진 상처가 있고 병이나 장애도 있었어요. 둘째는 병으로 살 가망이 없다고 했었고, 셋째는 구순구개열로 언어장애가 있었어요. 넷 째 랑 여덟 째는 파양으로 인한 상처가 깊어서 인지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고, 다섯째는 안짱다리로 태어나서 수술도 하고 보조 기구를 끼고 생활해야 했던 아이였어요.
Q 아기가 아닌 아이들을, 특별히 장애나 내면의 상처가 있는 아이들을 입양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윤정희 사모) 5-6세 아이들은 입양된 후 파양될 확률이 8-90%에요. 저희 넷째 요한이와 여덟째 한결이도 입양과 파양의 과정을 거친 후에 저희 집으로 왔는데 이 아이들 마음에 버려졌다는 상처와 아픔은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컸어요. 저같이 쓸모 없는 사람을 입양해 주신 하나님, 끝까지 참고 믿어준 우리 하나님 아버지 때문에 내가 살아갈 수 있었고, 거기다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놀라운 특권을 누리잖아요. 그렇게 주님께서 저를 입양해 주신 걸 생각하면, 그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어서 다들 키우기 어렵다는 아이들을 자녀 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신생아들은 큰 아이들에 비해 입양이 수월한 편이예요. 다른 사람들은 꺼려하는 입양이 어려운 성장한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우리와 함께 재미나게 살아가는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천국 가정의 모형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우리가 아이를 낳을 때 정상이라고 낳고 아니라고 버리고 그렇지 않잖아요. 어떤 상태인지 모르지만 내가 가진 아이를 낳고 책임을 지듯이 저도 주어지는 아이들을 마다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김상훈 목사) 다른 사람들은 예쁘고 똑똑한 아이들을 입양하려고 하는데, 저희 아내는 그런 아이를 찾지 않았어요. 시설에서 아픈 아이, 누구도 데려가지 않는 아이, 제일 어렵고 힘든 아이들을
“하나님이 주신 아이에요”
하고 데리고 왔어요. 요한이도 4살에 입양되었다가 3개월 만에 파양되고 5살에 저희 집에 왔고, 한결이는 5살에 입양되었다가 7살 반에 파양되어 9살에 저희 가족이 되었어요. 나이도 있고 상처가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그 아이의 나이만큼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들쑥날쑥한 과정들을 부모가 기다려 주어야 하는 거죠.
내가 아이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나를 부모로 선택한 것
Q 10남매를 키우시면서 어렵고 힘들었던 적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언제일까요?
(윤정희 사모) 한 아이가 입양되어 올 때마다 많이 힘들었어요. 행복이는 분리불안 장애가 있어서 밤새도록 안자고 악을 쓰고 울어대서 제 마음이 참 괴로웠어요. 한결이가 왔을 땐 제가 과로로 쓰러져서 아산병원에 일주일 입원도 했어요. 그런데 병원에서도 집에 오고 싶더라구요. 결국 퇴원을 해서 집에 와서 링거를 꼽고 누워있는데 한결이가 들어와서,
“엄마, 내가 전에 있던 자비원에서 안 살고 왜 여기 왔는지 알아?”
라고 하는 거에요. 전 속으로 ‘너가 자비원에서 안 산게 아니라 거기서 널 내보낸 거야’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결이가
“그건 지금의 엄마 아빠를 만나려고 자비원에서 내가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라는 거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게 바로 하나님의 음성이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어요. 내가 아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우리를 선택했던 거였어요. 아이가 우리를 선택해서 이 아이의 부모로 살 수 있게 된 거예요. 저의 교만하고 겸손하지 못했던 모습을 발견하고 회개하면서 아이에게 선택 받은 것에 감사 기도를 드렸어요.
Q 아이를 양육하면 부모도 성숙해 지는 부분이 있을 거 같아요. 목사님과 사모님은 그런 부분이 있으셨을가요?
(윤정희 사모) 기다림이요. 기다리고 인내하는 훈련을 참 많이 받았고 그로 인해 성숙해진 것 같아요. 전 제 아이들이 인생의 스승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성격이 급해서 기다리는 걸 정말 못하는데,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알아가는게 참 많았어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저는 ‘엄마로서 너희를 끝까지 기다릴 수 있어’ 라고 생각해요. 부모의 기다림은 아이들을 더 성숙하고 멋지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힘들고 외로운 시간에 하나님이 옆에 없었던 것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하나님이 그 순간 나를 안고 걸어가고 계셨다는 걸 기다림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제가 아이들을 인내하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행복을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운동팀, 공부팀, 잡동사니팀의 10남매
Q MBC 휴먼 다큐 사랑 “붕어빵 가족” 편이 방영된 후에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나요? 아이들 근황이 궁금합니다.
(윤정희 사모) 저희는 내년에 중3이 되는 다니엘, 사랑이, 햇살이, 그 다음 해에 한결이, 그 다음은 지금 들어올 아들 은성이 까지 5명 모두 강원체고에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사랑이는 사격국가 대표가 되고 싶고 강연자도 되고 싶대요. 가끔 저희가 강연갈 때 아이들과 난타 공연도 같이 해요. 사랑이는 엄마의 강연하는 모습이 너무 자랑스럽데요. 걷지도 못하고 안짱다리였지만 이제 걷게 되었고 그리고 스케이트도 신게 되었어요. 병원에서 키가 140까지 밖에 못 자랄 꺼라고 했는데 지금 165까지 컸어요. 희망을 노래하는 강연자가 되려면 평범한 사람은 사람들이 안 불러 주니까 국가대표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대요.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저희는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홈스쿨링과 학교 교육을 병행하고 있어요. 하민이랑 요한이는 홈스쿨링을 끝내고 검정고시까지 보고 말레이시아에 단기선교를 떠났어요. 중 2인 햇살이는 이번 여름방학부터 홈스쿨링을 시작했구요.
우리 아이들은 운동팀, 공부팀, 잡동사니팀에 나누어져서 들어가요.(웃음) 요한이가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공부만’ 잘하는 수재에요. 요한이는 입양 당시에 IQ가 60이 나와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던 아이예요. 저를 엄마라고 부르는데 3년이 걸렸어요.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지만, 지적장애아로 등록하지 않고 제가 열심히 가르쳤어요. 지금은 IQ가 130이 넘고, 학교에서 시험을 보면 거의 올백을 맞는 수재에요. 보통 보육원이나 시설에 있는 아이들이 IQ가 낮게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사랑을 많이 받는 것이 정말 아이들의 학업에도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다니엘은 운동과 공부를 두루두루 잘하는 수재인데 공부는 하기 싫고 운동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스포츠 영재로 발탁이 되어서 지금은 달리기를 하고 있어요. 햇살이는 무언가 손만 대면 다 부서뜨리는 이해가 안되는 아이였는데 99%의 노력이 지금의 햇살이를 만들었어요. 햇살이는 지금은 사격을 하고 있는데 처음에 코치님이 햇살이처럼 점수가 좋아지지 않는 아이는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600점 만점에 530-540을 쏘고, 체고에 가려고 준비 중이에요.
첫째 하은이는 강릉 영동대 유아교육과에 다니다가 소외된 청소년들을 돌보고 싶다고 아프리카에 선교사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둘째 하선이는 아빠처럼 아프고 힘든 사람을 돌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서 간호학과에 진학했어요.
Q 아이들의 학업이나 장래에 관해 해주시는 조언이 있으신가요?
(윤정희 사모) 전 아이들이 세상의 명예를 쫓아가고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것이 삶의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바로 서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세상에서 1등을 하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어떤 아이로 비춰지는 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너희가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더라도 바르지 않은 길로 최고가 된다면 과감히 던져버릴 수 있는 것이 기독교인이라고 이야기해줘요. 최고보다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이 땅에서 의미 있는 삶인 것을 아이들이 알았으면 해요.
다자녀가 답이다
Q 아이들이 많아서 생기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윤정희 사모) 아이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걸 들을 때 ‘내가 참 복을 많이 받았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루는 하은이, 하선이, 하민이가 대화하는 걸 들었는데 대학 진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하은이는 선교사로 나가기 위해 유아교육과를 가고 하선이는 아픈 사람도 돌보고 돈을 벌어 엄마 아빠의 노후와 동생을 책임지고 싶어서 간호학과에 가고 싶다고 했어요. 자기들끼리 “간호학과는 등록금이 많이 들어갈 텐데 어떻게 할래?” 하며 얘기를 하는데 하민이가 대뜸 하는 말이 “내가 청소년 국가대표가 되면 나라에서 돈이 나올 테니까 그 돈으로 언니는 공부해” 라고 하더라구요. 그때 하민이가 카누 청소년 국가대표를 준비하던 때 였거든요. 그러니까 하선이가 “그래. 내가 그 돈으로 공부할 테니 너는 꼭 청소년 국가대표가 되라” 라고 말하고요.
그러면서 또 자기들끼리 우리가 시집가면 밑에 동생들이 아직 학생인데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지나가던 요한이가 “그때 되면 내가 외교관이 되어 있잖아.” 하면서 걱정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저는 못들은 척 듣고만 있었는데, 눈물이 왈칵 나더라구요. 요한이 친부모님께서 베트남 분들이신데, 낳아주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베트남에 가서 외교관 선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거든요. 자신의 길에 대해 서로 얘기하면서 끌어주고 배려하고, 양보하고, 도와주는 모습에 역시 ‘다자녀가 답이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어요.
하나님께서는 세상 어떤 것도 욕심내지 말고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살라고 하셨거든요. 자식은 내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키워 주신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이웃사랑만 실천하고 살면 자녀는 주님이 책임져 주신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을 보며 깨닫게 된 거죠.
Q 대가족이라 식사준비를 하려면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은데, 집안일이나 식사 준비는 아이들과 함께 하시나요?
(윤정희 사모) 저는 밥은 엄마가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식사는 제가 준비하고 아이들이 되는 대로 도와줘요. 대단하게 차려놓고 먹진 못하지만, 함께 먹으니 다들 맛있게 잘 먹어요. 제가 어렸을 때 대전에 있는 늘 사랑 아동센터에 어머니가 절 데리고 봉사를 다니셨어요. 그 후에 저희 아이들 7명을 그 기관에서 데리고 왔는데, 우리 아이들 먹일 돈을 아껴서 그 기관에 라면도 박스로 사다 주고 그랬어요. 저희 엄마가 늘 반찬 값을 아껴서 급식비 없는 아동들에게 지원하셨거든요. 그래서 저도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급식비 지원도 하고, 컴패션 아동 지원도 하고 있어요. 물론 아이들과 상의해서 진행하는 일이에요. 필요한 사람에게는 그냥 주라고 가르치거든요. 별 거 아닌 걸 던져버리면 하나님은 더 많은 것으로 갚아 주시 거든요.
Q 10남매와 여행을 가끔 가시나요?
(김상훈 목사) 저희는 자전거 여행을 자주 가요. 보통 2박 3일 일정으로 강릉에서 출발해서 양양에 아는 목사님 댁까지 가요. 양양에 있는 교육관에서 하루 자고 속초로 가서 아이들이랑 정신없이 놀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양양을 들러 강릉으로 오는 코스예요. 토요일에는 경포 호수로 나들이도 자주 가요.
(윤정희 사모) 놀러갈 때 봉고차에 라면이랑 휴대용 가스렌지를 가져가서 여름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라면을 끓여 먹어요. 사람이 많아서 한번에 못 끓이고 두 번에 나눠서 끓여 먹어요. 전 같이 가자고 해도 싫다고 해요.(웃음) 그건 주로 애들 아빠 몫이죠. 동해에서 삼척으로 갈 때도 있는데, 삼척 교육원장님이 사택을 내주시면 거기서 자고 올 때도 있죠. 아이들이랑 애들 아빠가 함께 자전거 여행도 가고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하나님이 만드신 명품, 우리아이들
Q 아이를 여러 번 유산하고 나서 내 아이 한번만 낳고 입양을 하겠다고 절실하게 기도하셨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떠신가요? 여전히 그런 생각이 있으신지요?
(윤정희 사모) 내 아이 한 명만 낳고 이후에 입양하겠다 라고 기도했을 때 하나님께서 “네 안에 내가 있다”라고 분명한 음성으로 말씀해 주셨어요. 그때 제 바램과 욕심, 미련까지 다 던져 버릴 수 있었어요. ‘어차피 모두가 하나님의 아이인데 내 아이든, 데려온 아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님이 허락하신 지금이 저에겐 매일 축제에요. 하은이가 어릴 때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엄마, 하선이도 아프고 우리를 입양해서 엄마는 아무것도 못하고 우리만 돌보는데, 엄마 괜찮아?”라고요. 자기들 때문에 엄마가 명품 가방도 못 들고 예쁜 옷도 못 사서 미안하다고 했어요. 그 때 저는
“생명도 없는 가방이랑 옷이 뭐가 중요해. 엄마에게 너희 한 명 한 명이 명품이야.”
라고 대답했는데, 하선이가 그 대답이 참 고마웠다고 나중에 말하더라구요. 저에게는 정말 저희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명품이라 다른 것은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이 땅에서 믿음의 명문 가문, 믿음의 명품이 되어보자라고 결심했거든요. 우리 아이들이 보육원에서 자랄 때 세상에선 가치도 없고, 이름도 없는 아이였겠지만 하나님께는 당신이 직접 만드신 명품이잖아요.
Q 사람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윤정희 사모)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살인자가 잡혀서 결국 무기징역수가 되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한 걸 들은 적이 있어요. ‘어린시절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 어린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했었다면, 엄마에게 사랑받고 자랐다면 본인이 이렇게 살진 않았을 거’라고요. 저는 그 말이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하나님이 이 땅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기를 원하시는 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에게 두개의 손을 주신 이유는 하나는 내 아이의 손을 붙잡고, 다른 한 손은 세상의 소외된 아이들의 손을 붙잡으라는 것이거든요. 그 아이들에게 밥 한끼 먹여주고, 사랑한다고 관심을 표현해주는 좋은 이웃, 좋은 어른이 되어서 아이들을 품어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크리스천 가족이 아닐까 싶어요. 기독교인들이 기독교인 답지 못한 요즘의 현실을 우리가 얼마나 인지하며 살고 있는지, 기독교 가정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바른 모범을 되어 살고 있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해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비전이 어떻게 되시나요?
(윤정희 사모) 저희 부부 모두 사회복지를 공부했어요. 앞으로는 함께 그룹 홈*(Group Home)을 하고 싶어요. 입양은 12명으로 마무리하고 입양되지 못한 아이들을 그룹홈으로 케어하면서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30년 뒤에도 만나게 될 입양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하나님은 너희를 사랑한다고, 세상에서 너희의 꿈을 마음껏 펼쳐 나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는 12명을 키웠지만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10명씩 감당해준다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품을 수 있겠어요. 그 아이들이 좋은 이웃, 좋은 어른으로 살아가는 삶을 꿈꾸면서 앞으로 그룹홈을 할 수 있길 기도하고 있어요. 하나님 앞에서 더 많은 아이들을 품고 사랑할 수 있는 일을 감당하고 싶어서 더 많이 비우고, 더 많이 가난해지고 싶어요.
(*그룹홈은 가정해체 등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 환경에서 보호 양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아동보호시설로 생활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와 사회 적응력에 도움을 주며,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양육하는 시스템이다.)
김상훈 목사, 윤정희 사모 부부는 첫째, 둘째 아이를 입양 한 후에 알지도 못하는 이들을 위해 신장기증을 하였다. 200만원 남짓 되는 사례비는 100만원은 환자들을 위해 기부, 50만원은 독거노인들을 위한 반찬재료비와 연탄을 사는데 쓴다. 28평, 방 3개의 집에서 열 명의 아이들과 두 부부가 살아내는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가족, 사랑, 나눔이라는 말 외에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글: 김정아, 황인영 기자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 윤정희 사모 지음. 2016년 출간
윤정희 사모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00z7u-gTg9s
2018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