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노 겐조는 11살의 어린 나이에 열병을 앓고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 그는 몸을 움직일 수도 없게 되었고 ,언어 능력도 상실하고 말았지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은 오직 눈 깜박임 밖에 없었습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 있던 그에게 어느 날, 미야오 목사님을 통해 생명의 빛이 비추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시력과 청력은 잃지 않았기에, 그는 그때부터 성경을 읽고 자신의 삶의 의미와 목적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사랑과 은혜를 외부에 나누고 싶어 했던 겐조. 오직 눈 깜박임으로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었기에, 벽에 붙인 오십음도표 글자를 어머니가 차례대로 가리키면, 자신이 원하는 글자에 이르렀을 때 신호를 보내 한 글자를 모으고, 다음 글자를 모아 단어를 만들고 결국엔 하나의 문장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수 많은 눈깜박임이 모아 만든 그의 시 몇 편을 소개합니다.
오늘 하루도
신문 냄새에 아침을 느껴
차가운 물맛에 여름을 느껴
풍경 소리에 선선한 해 질 녘을 느껴
개구리 소리에 졸음을 느껴
오늘 하루도 끝나지 않았어
하나 하나에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느껴
그저 감사할 뿐
나는
가족
사람
주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주님
사람
가족의 풍성한 사랑에
그저 감사할 뿐
그저 감사할 뿐
그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하루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었지만 그렇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감사 뿐이라는 놀라운 고백을 시(時)로 쏟아냅니다. 겐조의 옆에는 항상 그와 함께 기뻐하고, 울어주고, 기도해준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의 어머니는 병으로 아들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절망적인 상황에 휩싸여 있었지만, 슬픔에 머무르지 않고 시를 통해 자신이 예수님과 함께 있기에 평안하다고 말합니다.
울지 마세요
어머니를 잃은 나를 위해서
울지 마세요
더 이상 울지 마세요
마음속은
이상할 정도로
잠잠합니다
그리스도가
나와 함께
계셔 주기 때문일까요
어머니가 떠난 이후 겐조의 삶에는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겐조 씨의 성경은 어린 조카딸이 한 장 한 장 넘겨주었고, 겐조의 눈 깜빡임을 해독하고 기록하는 일은 제수씨가 도와주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포기하지 않고 시를 써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
33년 전에
뇌성마비가 되었을 때
하나님을 원망했습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의 사랑에
닿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감사와 기쁨으로 변했습니다
미즈노 겐조는 47년의 짧은 생애를 마치고 1984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난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의 시를 통해 평안과 감사를 노래했습니다. 몸이 자유롭지 못했기에 늘 집 안에 갇혀 살아야 했지만 제한된 환경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가족의 사랑을 노래했습니다. 그의 글을 읽는 내내 아픔도 감사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의 글을 통해 ‘감사의 조건’을 놓쳐버리고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내가 가진 행복을 깨달을 수 있길 소망해 봅니다.
글 임효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