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지대에서 자라는 가문비나무는 바이올린의 공명판을 만드는데 최적의 재료이다.
빛으로부터 오는 제한된 영양소를 받기 위해 밑동에서부터 4~50미터를 가지 하나 없이 몸을 쭉 뻗어낸다.
저지대에서 온화한 기후 속에서 자란 큰 나무들은 세포벽이 단단하지 않고, 줄기 아래 부분까지 줄기가 무성하다.
반면에 척박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견디며 자라온 가문비나무는 빛이 받지 않는 아래쪽 가지들을 스스로 떨군다.
이렇게 자라난 나무는 다른 나무와 비교해서 특별히 단단하고 큰 밀도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소리가 청아한 ‘명품’ 바이올린을 만들기에 더할 나위 없는 ‘가지 없는 목재’가 된다.
수목 한계선 바로 아래의 척박한 환경은 가문비 나무의 생존에는 고난이지만 울림에는 축복이 된다.
이렇게 선택된 나무는 장인의 손을 통해 ‘죽음’을 경험한 후 바이올린으로 울리게 된다.
숲에서는 상상하지 못한 울림이 퍼져 나오게 되는 것이다.
가문비나무는 척박한 환경이라 할지라도 빛을 향하여 꾸준히 자라난다면 울림의 소명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에게 빛이 닿지 않는 무성한 가지를 버리라고 말한다.
삶에 주어진 소명을 이루기 위해 솔직함, 진정성, 정의, 자비, 화해가 없는 것에서 멀어지기를 선택 하라고 말이다.
한 걸음씩 지금의 어려움을 통과할 때, 내 삶에 잔 가지들을 하나씩 잘라내며 나갈 때
언젠가 나도 가문비나무 처럼 내 삶의 노래를 다른 이에게 들려줄 수 있길 기도해 본다.
[참고도서: 가문비나무의 노래 / 마틴 슐레스케]
글 임효선 기자